![]() | ![]() | |
![]() | ![]() | |
![]() | ||
1일 오전 6시40분께 호남 한 지역의 주차장에는 전세버스 4대가 나란히 섰다. 대국본 회원들이 이날 106주년 삼일절을 맞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마련한 버스들이다. 연휴 첫날 이른 아침이었지만 45인승 버스는 순식간에 가득 찼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상경하고 있다고 했다. 교회를 중심으로 모인 회원들은 서로 잘 아는 사이인 듯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버스를 처음 탄 회원은 2∼3명 정도로 보였다. 버스에 오른 참가자들의 나이는 40대 후반부터 70대까지였고, 대체로 60대 이상이다. 이들은 자신들을 ‘애국 우파’라고 했다. 이들은 집회 참석이 익숙한 듯 가방에는 플라스틱 접는 의자부터 돗자리, 태극기가 꽂혀있었다. 우리네 여느 이웃과 다를 게 없는 모습이었지만, 설명을 해주겠다며 찾아와 들려준 이야기는 사뭇 달랐다.
이날 오전 9시 충청의 한 지역에서의 풍경도 비슷했다. 버스 탑승자들은 해당 지역의 교회 교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각 버스마다 있던 인솔자는 대부분 해당 지역 목사와 교회 권사로 구성됐다. 이들은 각각 7∼8명씩 무리를 지어 버스에 탑승했다. 버스에서 만난 이들은 “오랜만이야”라며 인사를 하기도 했다. 실제 기자가 탄 버스의 탑승객 중 최소 17명이 해당 지역 교회로 파악됐다. 이런 특성 때문인지 버스는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 나라의 민족을 새롭게 하기 위하여…우리의 기도여 염원되게 하옵소서”라는 담임 목사의 기도로 출발을 알렸다.
일반 개인 참가자들도 있었다. 한 탑승자는 기자에게 “교회 사람들이 많긴 한데 교회에서 온 것은 아니고 개인적으로 세이브 코리아에 신청을 해서 버스를 탔다”며 “교회 사람들만 버스를 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 참가비 3만원, 건강식품 판매와 간이 특강도
참가비는 3만원. ‘충청 버스’에선 빵과 김밥이, ‘호남 버스’에선 밥과 김치, 콩나물무침이 전부인 소박한 도시락이 제공됐다.
서울로 향하는 전세버스 행렬은 고속도로를 가득 메웠다. 버스 앞 엘이디(LED) 전광판에는 ‘광주 9호’ ‘익산 5호’ 등 출발지역 이름과 함께 ‘대국본’, ‘세이브 코리아’ 등이 표시됐다. 충청지역 출발지에서 1∼2대로 시작했던 버스 행렬이 중간지점인 신탄진 휴게소에선 10여대로, 안성 휴게소에선 100여대로 서울이 가까워질수록 크게 불어났다.
광화문행 ‘호남 버스’ 안에선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이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했다. 기력 회복에 좋다는 이 식품은 5개월치가 60만원에 이르렀다. 버스 탑승자들은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닌 듯 무심했고, 고가의 건강보조식품을 구매하는 이도 있었다.
이 버스 인솔자는 기자에게 “청년이 와서 너무 대견하다”고 말을 걸었다. 그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모두 좌파들이 ‘독재자’로 만들었지 진정으로 우리나라를 살린 분들”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그다음으로 제일 훌륭한 대통령이다. 우파 유튜브 보고 공부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인솔자의 기도 뒤로 ‘아멘’이라는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여의도로 향하는 ‘충청 버스’ 안에선 탄핵심판 기각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간이 특강도 열렸다. 세이브코리아 관계자는 “헌법재판소가 형사소송법을 준용해야 하는데 이를 준용하지 않고 탄핵 심판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헌법재판소법 위반”이라고 했다. 또 “오늘 싸워야하니까 밥을 많이 먹고 왔다”, “국민 절반이 빨갱이가 됐다”는 말도 오갔다.
- 같은 탄핵 반대라도 “우리가 진정한 우파”
“수박은 빨간 부분이 영양가 있는 부분이에요. 우리(대국본)가 그렇고요. 세이브코리아 쪽은 이념이 달라요. 윤석열 대통령 이것(탄핵 반대)만 우리가 조금 봐주는 거야.” 버스 안에서 마이크를 잡은 한 인솔자의 말이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하는 취지는 같지만, 전광훈 목사의 광화문 집회와 손현보 목사의 여의도 집회에 참여하는 인원들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광화문 행 버스를 탄 한 참가자가 “여의도에서 열리는 ‘세이브코리아’ 집회에 참석하려고 했는데 자리가 없어 이 버스를 탔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다른 회원이 “거기를 왜 가느냐”고 핀잔을 줬다. 전광훈 목사 집회에 참여하는 참가자들의 사고는 뚜렷했다. 전 목사와 입장이 다른 단체나 개인은 이단, 공산당, 빨갱이라는 취지다. 이들은 여의도 집회를 열고 있는 손현보 목사는 이단, 보수언론인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좌파라고 했고, 제이티비시(JTBC)는 중국 공산당 지지 언론으로 표현했다.
이들은 대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부터 반대 집회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한 참가자는 “몇 년 전부터 전광훈 목사의 광화문 집회에 많이 참여했다”며 “이후 한동안 집회에 나오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너무 심한 것 같아서 버스를 탔다. 문재인 때 나라가 공산화됐는데 이재명에게 나라를 또 바치려고 하니…”라며 혀를 찼다.
탄핵집회 현장이 가까워지자 버스에 타고 있는 집회 참가자들은 유튜브에서 흘러나오는 찬송가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한마음으로 힘써 싸우세’라는 찬송가를 작게 읊조린 것을 시작으로 갈수록 합창으로 번져나갔다. 이 중 일부는 노래 중간에 ‘아멘’, ‘주여 대한민국을 지켜주소서’ 등을 외치기도 했다.
- 전국에서 모인 전세버스 행렬
광화문 인근 주차장과 도로는 전국에서 온 전세버스 수백여대로 가득 찼다. 광주에서 전세버스 업체를 운영하는 60대의 한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기 전에는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하려는 이들이, 가결 뒤에는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려는 단체들이 전세버스를 매주 2∼3대씩 꾸준히 예약하고 있다”며 “광주에서 서울까지 전세버스 하루 대여비용은 90만∼100만원으로, 겨울방학이 끝나면 비성수기이지만 최근에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 집회에는 세종대왕 동상부터 서울시청 앞까지 1km가 넘는 구간이 사람들로 가득차 발걸음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북적였다. 길거리 화단이나 계단까지 사람들로 가득찼고, 일찌감치 돗자리나 플라스틱 의자 등을 펴고 앉아있는 사람도 많았다. 집회 참가자들은 성조기와 태극기를 손에 쥐고 전광판에 비친 전광훈 목사 등을 따라 구호를 외쳤다. 신문의 호외 형식을 띤 인쇄물을 나눠주거나 ‘탄핵 무효’ 등이 적힌 손팻말을 나눠주는 사람도 보였다. 집회 현장에선 막말이 난무했다. 헌법재판관들의 이름을 차례로 거론하며 “밟아, 밟아”라고 했다. ‘배신자는 밟아야 제맛’이라는 문구도 보였다.
.. 후략 ..
![]() |
![]() | |
0
|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