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4~28일 방콕의 일평균 기온은 섭씨 29.3도, 평균 습도는 72%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제주(29.9도), 대구(29.6도)는 방콕보다 기온이 높았고, 다른 도시도 28도 이상을 기록했다. 습도는 우리나라 전역이 방콕보다 높았다. 서울이 최고 32.2도, 습도 80%를 기록한 지난 25일엔 더위 지표에서 모두 방콕(최고 30.7도, 습도 76%)을 앞서기도 했다. 최근 태국을 다녀온 여행객 사이에선 “방콕이 서울보다 시원하다” “이제 피서를 동남아로 가야겠다” 등의 후기가 많은데 실제 수치로도 그렇게 나타난 것이다. 동남아에 버금가는 무더위 속에 최근 폭염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4건 발생했다.
우리나라 여름이 동남아에 가까워지는 것은 고온 다습한 남풍(南風)의 영향이 크다. 남풍은 여름철 한반도 남동쪽에 위치한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바다에서 육지로 불어온다. 온난화 영향으로 해수면 온도 상승과 함께 남풍이 더 높은 온도로 더 많은 습기를 머금은 채 불어오고 있다. 더위를 결정짓는 온도와 습도를 남풍이 동시에 높이고 있는 것이다.
뜨겁고 축축한 바람은 낮 동안 햇볕에 달궈진 지표의 열기를 가두는 효과가 있다. 바다가 뜨거워질수록, 고온 다습한 바람이 더 많이 불어들수록 우리나라 여름은 더 더워지는 셈이다.
태국은 계절이 3개로 나뉜다. 현지어로 ‘르두 런’(3~5월)은 온도·습도가 절정에 달하는 한여름, ‘르두 폰’(6~10월)은 스콜이 쏟아지는 우기, ‘르두 나우’(11월~이듬해 2월)는 우리나라 봄가을처럼 비교적 선선한 건기(乾期)이자 겨울이다. 우리나라의 여름은 이런 동남아의 일 년을 압축해 놓은 듯 변해가고 있다.
동남아의 ‘스콜’과 비슷한 현상도 자주 발생한다. ‘스콜’은 낮 동안 강한 일사로 지표의 수분이 증발해 오후쯤 일시에 퍼붓는 강수 현상이다. 뜨거워진 공기가 상승하다가 대기 중 수분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순간 폭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스콜이 내리지 않지만, 스콜에 버금가는 위력을 가진 강한 소나기가 최근 쏟아지고 있다. 하루 30~60㎜의 소나기가 26~28일 내내 퍼부었다. 한 번 내릴 때 시간당 30~50㎜로 강하게 몰아쳤다.
이런 변화는 결국 한반도가 온대기후에서 아열대기후로 바뀐다는 것을 뜻한다. 기상청은 최악의 경우 21세기 후반기(2081~2100년)에 우리나라 전역이 아열대기후로 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열대기후가 되면 일년 중 9개월 넘게 기온이 영상 10도 이상으로 올라가고, 한 해 강수량이 2000㎜ 정도로 늘어난다. 현재 우리나라 평년(1991~2020년·30년) 연 강수량은 1306.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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