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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과 압박 극복해낸 양상문의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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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리빌딩·성적 다 잡은 양상문... 이병규 둘러싼 잡음은 옥에 티

[오마이뉴스 글:이준목, 글:이승훈]

지난 7월 LG 트윈스의 양상문 감독은 사령탑 부임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LG는 당시 8위에 머물며 가을야구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경기장 안팎에서는 양상문 감독의 팀 운영에 의구심을 품은  LG 팬들의 비난 여론이 절정에 달했다. 심지어 일부 극성팬들은 연일 양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는 현수막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양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컸을 법한 상황에서도 말을 아끼면서 야구에만 집중했다. 세대교체와 리빌딩이라는 팀 운영의 기조도 흔들리지 않았다. 

LG는 8월부터 서서히 반격에 돌입했다. 기적 같은 9연승을 달리며 단숨에 분위기를 바꿨다. 선수들에게도 팬들에게도 불안하게 남아있던 물음표가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바뀌는 전환점이었다. 이후 LG는 9월에도 두 차례 연승 가도를 달리며 기세를 이어갔다. 역대 가장 치열하다고 평가받았던 중위권 4~5위 경쟁에서 가장 먼저 안정권에 접어드는 데 성공했다. 

2년 만에 다시 가을야구 진출한 LG

LG가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 것은 2014년에 이어 2년 만이다. 양상문 감독은 당시 시즌 중반 감독으로 선임돼, LG를 그해 최하위에서 일약 4위로 도약시킨 대반전을 연출한 바 있다. 비록 지난해는 9위에 그치며 다소 무기력한 모습으로 탈락했지만, 3년차인 올 시즌 다시 한 번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끌어올리며 지도력을 증명했다. 

시즌 중반에 부임했던 2년 전과 달리 이번엔 온전히 '자신의 팀'을 구축하여 시즌을 끝까지 완주해내며 이룬 첫 가을야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LG 사령탑으로 팀을 2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올린 감독은 무려 18 년 만이고, 2000년대 이후로는 양상문 감독이 최초다. 그것도 두 번 모두 시즌 중반까지 하위권을 전전하던 팀을 반등시키며 가을야구로 올려놓는 '뒷심'을 과시했다는 것도 남다르다. 현재까지 이룬 업적만으로 양상문 감독은 LG 야구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고 할 만하다.

또한 이번 가을야구 진출은 리빌딩과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세대교체와 체질개선은 LG 야구의 오래된 화두였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감독은 없었다. 성적에 대한 조급증, 감독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프런트나 스타급 선수들의 존재, 언제든 돌아설 준비가 되어있는 극성스런 여론의 틈바구니에서, LG 감독들이 초심을 유지하며 성적과 내용을 모두 잡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해의 실패를 거울삼아 올 시즌 본격적인 리빌딩을 천명했다. 장기적으로 강팀이 되려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계속 줘야 한다고 믿었다. 기존의 선수들이나 체제에 익숙해진 이들의 저항은 필수적으로 통과할 관문이었다. LG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때문에 양상문 감독은 올 시즌 끊임없이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올 시즌 양상문 감독의 리더십을 둘러싸고 가장 논란이 되었던 부분 중 하나가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병규(9번)의 노골적인 전력 제외였다. 세대교체의 일환이기는 했지만 양 감독과 LG 구단은 최근까지도 이병규를 전력에서 제외한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FA계약 마지막 해였던 이병규는 9월 확대 엔트리 때도 1군의 부름을 받지못하며 사실상 강제 은퇴의 기로에까지 몰렸다. 이 부분은 과거 LG 레전드들의 토사구팽 사례를 기억하고 있던 LG 팬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팀 개편의 일환임을 감안해도 확실히 양 감독의 이병규에 대한 잔혹한 처우는 지나친 면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미래가 더 기대가 된는 팀이 된 LG 

심지어 양 감독이 논란을 무릅쓰고 과감히 중용했던 젊은 선수들은 시즌 중반까지 엇갈리는 활약으로 속을 태웠다. 하지만 양 감독은 눈앞의 결과에 일비일희하지않고 뚝심을 지켰다. 선수들이 실책을 저지르거나 부진에 빠졌을때도 직접적으로 선수를 탓하지 않고 기다려줬다. 

주변의  비난과 의구심을 홀로 감내한 양 감독의 인내 속에서 올 시즌 LG는 채은성, 임정우, 이형종, 유강남, 이천웅, 양석환, 문선재, 김용의 등 그동안 팀내에서 자리잡지 못했던 많은 선수들이 경험을 축적하며 팀 전력의 한 축으로 부상했다. 결국 LG가 후반기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만년 유망주들이 본격적으로 잠재력을 폭발시키던 시기와 일치한다. 어쩌면 올 시즌 5강 진출이라는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LG가 향후 2~3년 뒤가 더 기대되는 팀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양 감독이 젊은 선수들만 무조건 중용한 것은 아니었다. 박용택과 정성훈 같은 고참급 선수들은 올 시즌 통산 2000안타 고지를 돌파하며 3할대가 넘는 맹타를 휘두르며 전성기 못지않은 활약으로 LG에 신구조화의 균형을 맞춰줬다. 폭넓은 선수활용은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를 줄였고 LG의 전력을 한층 탄탄하게 만들어줬다.

또한 양 감독의 과감한 판단과 뚝심은 외국인 선수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LG는 후반기 외국인투수 스캇 코프랜드를 좌완 데이비드 허프로 교체했다. 허프는 초반만 해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실망감을 안겼고 8월 말 가벼운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양 감독은 시간을 두고 허프의 적응과 컨디션 회복을 기다려줬다. 9월에 1군 엔트리로 복귀한 허프는 5강 싸움의 분수령이 된 중요한 경기에서 에이스의 역할을 보여주며 기대에 부응했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LG는 올 시즌 가을야구와 리빌딩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며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만일 양 감독이 성적부담과 여론의 압박에 흔들렸다면 불가능했을 장면이다. 어쩌면 양상문 감독이 훗날 LG 사령탑으로 남긴 최대의 성과는 두 번의 가을야구 진출보다도 리빌딩의 초석을 다진 것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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