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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보다 분위기 좋은 2위 흥국생명... '김세영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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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여자배구] 흥국생명 김세영, 이적 후 변함없는 활약으로 상승세 견인

[오마이뉴스 양형석 기자]

시즌 중반으로 접어든 2018-2019 V리그 여자부에서 현재 가장 분위기가 좋은 팀은 선두 GS칼텍스 KIXX가 아닌 2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다. 시즌 개막 후 6경기에서 3승3패를 기록했던 흥국생명은 최근 5경기에서 4승1패의 호성적으로 단독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11월 21일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전에서만 1-3으로 패했을 뿐 승리한 4경기에서는 모두 3-0, 혹은 3-1 승리를 챙기며 승점 12점을 쓸어 담았다.

흥국생명 상승세의 중심에는 역시 2016-2017 시즌 정규리그 MVP 이재영이 있다. 이재영은 이번 시즌 11경기에서 200득점을 기록하며 득점 부문 5위를 달리고 있다. 이는 선두 GS칼텍스의 외국인선수 알리오나 마르티니우크(194점)를 능가하는 득점력이다(물론 GS칼텍스는 득점 랭킹 10위 안에 무려 3명의 선수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득점 2위(264점), 오픈공격1위(41.98%)를 달리고 있는 외국인 선수 베레니카 톰시아의 활약도 믿음직스럽다.

하지만 흥국생명이 지난 시즌에 비해 가장 달라진 부분은 바로 '높이'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시즌 세트당 1.71개로 팀 블로킹 부문 최하위에 머물렀던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 세트당 2.38개로 KGC인삼공사(2.39개)에 단 0.01개 뒤진 블로킹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흥국생명의 블로킹이 이처럼 비약적으로 발전한 비결은 리그에서 가장 저평가된 미들블로커 김세영이 합류했기 때문이다.

다소 약한 공격력을 탁월한 블로킹 감각으로 메운 김세영
 

▲  2011-2012 시즌이 끝나고 은퇴를 했던 김세영은 2년 만에 복귀해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 한국배구연맹


 
남성여중 1학년 때 배구를 시작한 김세영은 기본기를 익히기 위해 고등학교를 유급, 또래보다 1년 늦게 성인배구에 입성했다. 기술적으로는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았지만 여자배구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190cm의 신장은 분명 커다란 축복이었다. 실제로 김세영은 큰 키 때문에 기동력에서는 다소 약점을 보였지만 타고난 신장에 성실함, 그리고 경험까지 더해지면서 블로킹만큼은 성인배구 레벨에서도 정상급으로 인정 받았다.

큰 키 덕분에 2001년부터 꾸준히 국가대표에 선발되던 김세영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해 한국의 8강 진출에 기여했다. 그리고 2005년 V리그가 출범하면서 김세영은 배구 선수로서 본격적인 전성기를 열었다. V리그 원년부터 공격 성공률 1위에 오르며 KT&G의 원년 우승을 견인한 김세영은 '거요미' 양효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이 등장하기 전까지 정대영(도로공사)과 함께 여자배구 최고의 센터 자리를 양분했다.

비록 공격력은 속공과 이동공격은 물론 후위공격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던 정대영에 비할 수 없었지만 탁월한 블로킹 감각 만큼은 단연 돋보였다. 실제로 김세영은 2005-2006 시즌과 2008-2009 시즌 블로킹 부문 1위를 차지했고 2009-2010 시즌과 2011-2012 시즌에는 인삼공사를 챔프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대표팀 경력은 상대적으로 초라한 편이지만 V리그에서는 누구 못지 않게 화려한 실적을 만들어 갔다.

2011-2012 시즌 이후 출산을 위해 잠시 배구계를 떠나 있던 김세영은 2014년 30대 중반의 나이에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으며 다시 코트로 복귀했다. 당시 현대건설은 김수지(IBK기업은행 알토스)의 이적으로 양효진의 파트너가 마땅치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김세영의 합류는 대단히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한 차례 코트를 떠났던 김세영이 과거 같은 활약을 하긴 어려울 거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

분명 인삼공사 시절에도 약점으로 꼽히던 김세영의 무딘 공격력은 복귀 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날카로운 블로킹 감각 만큼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실제로 김세영은 양효진과 '트윈타워'를 형성한 네 시즌 동안 한 번도 블로킹 부문에서 3위 밖으로 벗어나지 않았다. 특히 작년 2월8일 GS칼텍스전에서는 무려 13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한 경기 최다 블로킹 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흥국생명의 디그 1위 기록에도 숨어 있는 김세영의 공헌
 

▲  김세영의 높은 블로킹은 뒤에서 수비를 하는 동료들의 부담을 상당히 덜어준다.
ⓒ 한국배구연맹


 
현대건설에서 네 시즌을 보낸 김세영은 2017-2018 시즌 종료 후 FA자격을 얻었다. 한수지(인삼공사)와 이소영(GS칼텍스)이 각각 원소속팀과 재계약을 하면서 38세의 김세영은 졸지에 FA시장 최대어가 됐다. 김세영이 현대건설과의 협상이 결렬돼 시장에 나오자 흥국생명은 1억5000만 원을 투자해 중앙의 약점을 해결해 줄 선수로 김세영을 선택했다.

그리고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 '김세영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김세영은 블로킹3위(세트당 0.68개)와 속공6위(40.63%)를 기록하며 30대 후반의 나이가 무색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기업은행과 GS칼텍스를 연파한 최근 2경기에서는 185cm의 루키 이주아가 주전 센터로 나서며 흥국생명의 높이를 더욱 강화해 주고 있다. 

배구에서는 블로킹이 강해지면 공격과 수비에서도 함께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센터 블로킹이 강하면 상대 세터는 중앙의 높은 블로킹을 피해 양쪽 코너로 토스를 올리는 비율이 높아지고 수비수들이 책임져야 하는 범위는 그만큼 좁아지게 된다. 그리고 배구팬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흥국생명의 주전 리베로는 이번 시즌 디그 부문 1위(세트당 6.8개)를 달리고 있는 '미친 디그' 김해란이다.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 팀 디그 부문에서도 세트당 평균 22.25개로 6개 구단 중 1위에 올라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에도 팀 디그 2위(세트당 21.40개)에 올랐지만 당시엔 상대의 무수한 공격을 정신 없이 받아내다가 '본의 아니게(?)' 만들어진 기록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흥국생명은 이재영과 톰시아의 반격 득점으로 이어지는 '영양가 높은 디그'가 많다. 전위에서 1차적으로 상대 공격 범위를 좁혀준 김세영의 보이지 않는 공헌이다.

흔히 강 팀은 신예와 노장들의 신구조화가 잘 맞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시즌 흥국생명은 1981년생 김세영부터 1984년생 김해란, 1988년생 톰시아, 1993년생 조송화와 김미연, 1996년생 이재영, 2000년생 이주아까지 주전 선수들이 각 세대별로 골고루 포진돼 있다. 특정 연령대에 쏠려 있지 않고 노장과 신예가 적절히 조화돼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조용한 카리스마로 흥국생명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맏언니' 김세영이 있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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