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뉴스/이슈

벌처럼 쏘는 ‘알리’가 코트에 떴다

난라다리 0
본명은 알리오나 마르티니우크, 선수 등록명은 줄여서 ‘알리’다. 전설적인 복서 고(故) 무하마드 알리를 제일 먼저 연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올해 처음 V리그 여자 프로배구에 뛰어든 이 선수가 그야말로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면서 소속팀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인구 400만명의 작은 나라 몰도바에서 온 GS칼텍스의 외국인 선수 알리(27)의 이야기다.
 
알리가 올 시즌 V리그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전매특허인 파워풀한 스파이크가 돋보인다.

 

 

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의 홈경기가 끝난 뒤 그를 만났다. 이날 3-1 완승을 거둔 GS칼텍스는 시즌 7승2패(승점 20)로 IBK기업은행(6승3패·승점 18)을 제치고 선두를 탈환했다. 2014~2015 시즌 이래 줄곧 중하위권을 맴돌던 GS칼텍스가 약진한 데는 알리의 분전이 컸다. 그는 컨디션 난조 탓에 1세트만 선발로 나오고도 9득점을 올렸고, 고비 때마다 호쾌한 백어택을 작렬하며 점수 차를 벌렸다. 알리의 강점은 복서 알리의 스트레이트처럼 정교하게 꽂는 스파이크. 총득점은 171점(5위)에 그치지만 공격성공률(42.73%·2위)과 후위공격(44.34%·1위), 오픈공격(40.63%·3위) 등 여러 지표에서 섬세한 플레이가 돋보인다. 여기에 토종 주포 이소영(24), 강소휘(21)와 센터 표승주(26)와의 합도 잘 맞아 공격진이 연일 신바람을 낸다.

알리는 프로 10년차 선수지만 루마니아와 터키, 폴란드 리그를 오가며 팀을 숱하게 갈아타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GS칼텍스가 벌써 10번째 둥지다. 주목도가 낮았던 만큼 예상 밖의 활약에 팬들도 반색하고 있다.

운전면허가 없는 ‘집순이’라 항간에는 과묵한 성격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그는 “나는 매우 활발한 사람”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알리는 “어렸을 때부터 선수 생활을 해 운전면허는 시간이 없어 못 땄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성격이라 말을 신중하게 하는 태도가 오해를 산 것 같다”며 “여가 시간에는 숙소 근처 포장도로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스트레스를 푼다. 팀에서 다칠까봐 걱정하니 취미 얘기는 비밀이다”라고 검지를 입에 갖다 댔다. 옆에 선 통역사는 “비글(활동량이 많은 견종. 쾌활한 사람에 빗대 쓰임)이 따로 없다”며 웃었다.
 

여자 프로배구 GS칼텍스의 외국인 선수 알리가 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시즌 각오를 다지며 오른팔을 쭉 뻗고 있다. 이날 홈경기 직후 만나 건강 보호 차원에서 털 재킷을 입었다.

 

 

배구와의 만남은 우연이었다. 12살 때 키가 175㎝로 또래보다 훨씬 컸던 그에게 아버지가 운동을 권했다. 꺽다리엔 농구가 제격이지만 상대와 직접 부딪히는 몸싸움이 싫어 배구 코트로 향했다. 어렸을 때부터 타지생활을 한 탓에 향수병을 느낄 새도 없이 철이 들었다고. 알리는 배구의 매력에 대해 “경기가 일방적이지 않고 흐름에 따라 자주 바뀌는 박진감이 있다. 언제든 반격을 노릴 수 있다. 또한 팀을 옮길 때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기도 한다. 인생의 축소판인 셈이다”라며 소회를 털어놨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한국 문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지만, 유독 그리운 것이 있다. 바로 농장 일을 하는 아버지가 직접 담근 와인이다. 그의 고향인 몰도바는 약 14만㏊(헥타르)의 포도밭이 지천에 널린 덕분에 세계 10위권의 와인 생산국이 됐다. 가정에서 수제 와인을 만드는 일도 흔하다. 애주가냐는 질문에 알리는 “레드 와인을 약간 즐기는 정도”라며 넉살을 부렸다.

GS칼텍스는 초반 선두 질주의 여세를 몰아 5년만의 우승을 정조준한다. 이런 포부의 중심엔 ‘효녀 용병’ 알리가 있다. 그는 국내 팬들에게 앞으로 어떤 인상을 남기고 싶냐고 묻자 “매 경기마다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포기를 모르는 ‘파이터’로 불러 달라”며 여느 복서 못지않은 매서운 눈빛을 지어보였다.

글·사진=안병수 기자

기사제공 세계일보

, , , , , , , , , , , , , , , , , , , ,

0 Comments
번호 제목
Stat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