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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MLB일기-14 생애 첫 월드시리즈와 FA 기대

난라다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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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시리즈 5차전을 끝으로 2018시즌이 마무리됐습니다. 보스턴에서 7차전까지 치르고 우승컵까지 가져왔더라면 이토록 아쉬움이 크지 않았을 텐데 기대와 달리 다저스의 야구는 29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막을 내렸습니다.

월드시리즈 우승만을 향해 직진했던 선수단이 5차전 패배로 모든 게 스톱되면서 선수들은 보스턴으로 원정 경기를 가려고 준비했던 가방을 놓고 클럽하우스의 짐을 정리하며 정들었던 선수들과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해마다 시즌을 마치면 선수들과 격려를 주고받고 내년 시즌을 기약하며 인사를 나누는데 이번에는 기분이 좀 다르더군요. 다저스와의 계약이 시즌 종료와 함께 끝나는 바람에 선수들과의 인사가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제게 다가온 선수는 터너였습니다. 터너는 “그동안 고생했다. 꼭 다시 돌아와서 내년 애리조나 캠프에서 만나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커쇼도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길 바란다고 했는데 저 또한 커쇼에게 행운을 빌어줬습니다. 허니컷 코치님도 “올해 정말 잘했다. 고생 많이 했다”며 따뜻하게 안아주셨고요.

남은 짐들은 5차전 다음날인 30일에 챙겨왔습니다. 그 짐을 들고 다저스타디움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묘한 기분이 들더군요. ‘과연 내가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2013년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LA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6년 후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메이저리그 루키로 미국 무대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셈이죠. 다저스 입단 후 애리조나 캠프에서 처음 만난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며 가슴 설?고, 신고식에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부르며 커쇼와 캠프를 불러냈던 장면도 기억납니다.

다저스에서 6년을 보내며 부상으로 경기에 나가지 못했던 상황들이 가장 가슴 아프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는 일을 꼽는다면 이번 월드시리즈 2차전 마운드에 오른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마음속으로만 품었던 무대, 설마 내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했었던 월드시리즈에 선발투수로 올라갔던 상황이 가장 잊지 못할 장면이 될 것 같습니다.

반면에 가장 아쉬운 일을 꼽는다면 그 경기에서 5회말의 위기를 넘기지 못한 부분입니다. 선발투수라면 한 경기에 두세 차례의 위기를 맞이합니다. 주기 싫은 볼넷을 내줄 때도 있고, 연속 안타를 맞고 주자를 가득 채워 놓을 때도 있는 것이죠.

2차전 5회 상황은 그날 처음 경험한 위기였습니다. 2회 1실점을 했어도 투구에 대한 자신감이 컸기 때문에 긴장감을 내려놓고 상대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5회, 순식간에 안타와 볼넷으로 주자들이 채워졌고 그들을 뒤로 한 채 마운드를 내려올 때는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심정이었습니다. 이후 실점이 나오긴 했지만 그건 누구 탓을 할 수 없는 순전 제 탓입니다. 교체 타이밍에 대해서도 많은 말들이 있었는데 그 또한 제가 그 위기를 막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입니다. 밖에서 보는 시선과 내부의 상황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컵을 들고 LA로 돌아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다저스 6년의 생활을 마무리하는 최고의 엔딩이 됐었겠죠. 비록 최고의 엔딩을 이루진 못했지만 다저스와 함께 했던 시간들은 야구선수로 더 성숙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월드시리즈가 장내 경기라면 이제부터는 장외 경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FA입니다. 솔직히 살짝 긴장되기도 합니다. 다저스에서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할지, 그리고 메이저리그 2막이 어디에서 펼쳐질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FA 관련해서 에이전트와 따로 얘기를 나눈 건 없습니다. 에이전트가 제게 해줄 말이 있다면 연락을 해오겠죠.

귀국 일정을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아직은 모든 게 미정입니다. 일단 FA가 어느 방향으로 정리되는지 살펴본 후 귀국 일정을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올시즌 고마운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중에서 따뜻한 조언과 충고로, 응원으로 마음을 보여주신 팬 여러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인사드립니다. 올 한 해 정말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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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시즌 류현진은 어느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될까. 그의 FA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사진=다저스 포토블로그)>

*이 일기는 류현진 선수의 구술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기사제공 류현진 MLB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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