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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트대고, 왼쪽서 치고… 눈물겨운 최정의 슬럼프 탈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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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계절은 가을, 파란 하늘 사이로 구름 몇 개가 흘러가고 있었다. 오후 4시의 야구장은 조용하다. 경쾌한 타구음이 야구장을 메운다. 배팅 케이지 주변의 잡담 정도가 전부다.

SK 최정이 훈련용 반바지를 입고 배팅 케이지에 들어섰다. 지난 2년간 KBO리그 홈런왕이었다. 올 시즌 7월까지도 리그 홈런 1위였지만 허벅지 근육 부상을 당하면서 주춤했다. 홈런 숫자는 여전히 31개에 머물러 있다. 장타력은 제 몫을 해주고 있지만 부상에서 돌아온 뒤 좀처럼 안타를 때리지 못했다. 지난 12일 경기를 앞두고 타율은 2할3푼5리까지 떨어졌다. KBO리그 규정타석을 채운 62명 중 꼴찌다. 수비는 잘 하지만 타격이 부진했던 메이저리그의 마리오 멘도사의 이름을 딴 ‘멘도사 라인’의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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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최정. 이석우 기자

 


최정이 오른쪽 타석이 아닌 왼쪽 타석에 들어섰다. 데뷔 초반 ‘스위치 타자’ 전향이 검토되기도 했다. 우완 사이드암 투수가 나왔을 때 왼쪽에 들어선 적도 있다.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슬럼프 탈출을 위한 안간힘이다.

이를 지켜 본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좌타석에서 타격 훈련은 나쁘지 않다. 최정으로서는 복잡한 머리를 비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정은 계속해서 좌타석에서 타구를 때렸다. 이따금 오른쪽 타석에 섰지만 이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다시 좌타석으로 옮겼다. 정경배 SK 타격코치는 “(연습 때) 왼쪽에서는 타이밍이 잘 맞는다. 몸이 기억하는대로만 스윙을 하니까. 우타석에서는 이것저것 변화를 주다 보니 더 꼬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정의 타격훈련은 지독하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배팅 케이지에 남는다. 잘 안 맞을 때는 멀리서도 ‘욕설’이 들린다. 하지만 지금은 익숙하던 ‘욕설’도 사라졌다. 좌우타석을 오가면서 잃어버린 감을 찾기 위해 기를 쓰는 중이다.

타자들이 슬럼프에 빠지는 이유는 어쩌면 간단하다. 스윙의 타이밍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정 코치는 “직구에는 늦고, 변화구에는 빠르다. 직구가 안 맞다 보니, 더 빨리 시동을 걸고, 변화구 때 지나치게 일찍 걸린 시동 때문에 헛스윙이 나온다. 전형적인 슬럼프 상황”이라고 말했다.

답답한 것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만병통치약’이 없다는 점이다. 수많은 방법이 있지만 딱 떨어지는 해결책은 없다. 누군가는 달리기로, 누군가는 여행으로, 누군가는 삭발로 해결하려 한다. 타격감은 분명 언젠가는 돌아오지만, 국방부 시계 처럼 시한이 정해진 게 아니다. 떠난 애인을 기다리는 일처럼, 답답함은 선수를 미치게 만든다.

최정은 전날인 11일 KT와의 경기에서 5회 기습번트를 댔다. KT 3루수 황재균의 기막힌 수비 때문에 아웃이 됐지만 비디오 판독을 거칠 정도로 아슬아슬했다. 최정은 “한 10년 만인가…”라며 고개를 숙였다. 번트 이유를 묻자 “타석에서 아무 생각도 없었다. 어떻게든 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사실 왜 번트를 댔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좌우 타석을 오가면서 한참 동안 타격 훈련을 했다. 홈팀에 주어진 시간이 다 끝난 뒤에야 최정은 방망이를 내려놓았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최정의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정 코치는 “사실, 최정이 ‘실전에서도 왼쪽타석에서 치면 안될까요’ 하더라. 오죽했으면 그런 생각까지 했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 코치는 “이것저것 다 해보고 있는데, 잘 안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경기가 시작됐다. 12일 KT전, 4번타자 최정의 타순은 6번으로 내려왔다. 2회 첫 타석, 바깥 쪽에서 크게 변하는 커브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어쩌면 뻔한 커브였지만, 조급한 마음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4회 두번째 타석에서는 KT 선발 금민철의 바깥쪽 130㎞ 직구가 방망이에 걸렸다. 여전히 타이밍은 늦었지만 타구가 1·2간으로 빠져 나갔다. 지난 6일 롯데전 마지막 타석 안타 이후 5경기, 19타석 만에 나온 안타였다. 5회 3번째 타석에서는 132㎞ 직구를 좌전안타로 연결했다. 타이밍이 조금씩 맞기 시작했다. 

타율이 2할3푼8리로 조금 올랐다. 여전히 최정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지독한 슬럼프 속, 기습번트를 대고 좌타자 전향 고민까지 해가며 부글부글 끓는 속을 달래는 중이다. 가을 하늘은 높고 푸르지만, 야구의 신은 때로 이토록 잔인한 면을 드러낸다.

이용균 기자

기사제공 스포츠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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