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배구가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결승에 진출할 좋은 기회를 맞았다. 개최국 인도네시아에 혜택을 주기 위한 복잡한 대진에서 대진운이 따랐다.
대표팀은 지난 2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배구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 6강전에서 홈팀 인도네시아를 3-0(25-22 25-18 25-18)으로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 경기 내내 홈팀 인도네시아에게 유리한 판정이 잇달아 나왔지만 한국은 첫 세트부터 공세를 편 끝에 완승을 거두고 금메달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지난 20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포츠 컴플렉스 배구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 예선 한국과 대만의 경기. 한국 김호철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준결승 상대는 대만이다. 대만은 한국이 이번 대회 조별예선에서 3-2로 꺾은 바 있다. 세계랭킹도 한국(21위)보다 낮은 37위로, 중국·일본 등보다는 덜 까다로운 상대라 결승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 남자 배구는 2006 도하 대회 이후 두 번의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동메달에 머물렀다. 매대회 우승을 노렸지만 금메달은커녕 결승 진출에도 실패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행운이 따랐다. 한국을 위협한 팀으로 꼽히는 중국·일본·이란 등과 한번도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대회 전에는 특이한 대진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이번 대회 남자 배구는 20개 팀을 6개조로 나눈 뒤, 각 조 1·2위들만으로 12강을 치렀다. 각 조 1위가 조추첨을 거쳐 다른 조 2위와 경기를 치르게 돼 있었다. 예선을 2개 조로 나눈 뒤 8강 토너먼트를 치르는 여자 배구와 달랐다. 12강에서 승리한 6팀 중 2팀은 4강에 선착하게 돼 있었는데, 4강 선착 팀은 A조 1위와 B조 1위로 정해져 있었다. A조에는 홈팀 인도네시아가 있었다. 한 경기만 이기면 4강에 오를 수 있게 주최 측이 수를 썼다는 의혹이 많았다.
한국은 12강, 6강에서 강팀과 만날 우려를 안았지만 지난 25일 추첨에서 좋은 대진표를 받았다. 대진표 반대편에 중국·일본·이란이 몰렸다. 중국은 12강에서 이란에 졌고, 일본은 6강에서 카타르에게 풀세트 접전 끝에 덜미를 잡혔다. 반면 한국은 12강에서 파키스탄을 3-0으로 꺾고 역시 랭킹이 낮은(41위) 인도네시아도 연파했다. A조 1위로 한 경기만 이기고 4강에 오르려던 인도네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에 패하며 조 2위로 밀렸다. 인도네시아의 홈어드밴티지는 부담스러웠고 인도네시아에 유리한 판정도 많았지만 실력으로 극복했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다. 김호철 감독은 인도네시아전 후 “사실 대만은 어려운 상대다. 플레이가 다양하고 공격수들의 테크닉이 좋다”며 “예선과 마찬가지로 조금만 잘못 풀어가면 어려운 경기를 할 수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한국은 30일 오후 6시30분 대만과 준결승을 치른다. 여기서 이기면 다음달 1일 오후 9시 이란-카타르의 승자와 금메달을 다툰다.
자카르타|윤승민 기자
기사제공 스포츠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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