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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침묵하라는 황희찬의 침묵, 행동으로 전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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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상철 기자] 황희찬(22·잘츠부르크)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8강 우즈베키스탄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그는 유니폼 상의를 벗은 후 ‘침묵’ 세리머니를 했다. 누구를 향한 ‘제스처’였을까. 

전쟁 같은 축구 경기였다. 33개의 슈팅이 오갔으며 7골이 터졌다. 42개의 파울이 쏟아졌고 경고만 9장이었다. 레드카드도 나왔다.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은 혈투를 벌였다. 

황희찬은 120분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황의조(26·감바 오사카)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황희찬이 키커로 나서 집어넣었다. 황희찬의 발을 떠난 공이 골키퍼의 손에 닿았으나 골네트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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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8강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연장 후반 13분 페널티킥을 넣어 한국의 준결승 진출을 도왔다. 사진(인도네시아 브카시)=천정환 기자
 


등을 돌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던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 등 태극전사는 황희찬의 골에 환호했다. 그렇지만 황희찬의 페널티킥, 그리고 세리머니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불편하다’ ‘과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손흥민은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페널티킥 비화를 소개했다. 당초 키커는 손흥민이었다는 것. 그렇지만 황희찬이 키커를 자원해 손흥민이 양보했다. 그 동안 심했을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내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더했다. 

황희찬의 골이 기록된 시각은 연장 후반 13분. 승부차기를 앞두고 터진 극적인 골이었다. 추가시간까지 포함해 6분여 시간이 남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때는 아니었다. 우즈베키스탄이 10명으로 싸우는 데다 체력이 바닥났다고 해도 한국의 골문을 세 차례나 연 ‘칼’은 예리했다. 지친 것은 한국 또한 마찬가지다. 

황희찬의 세리머니는 과한 것일까. 그리고 상대를 자극한 것일까. 극적인 순간 골을 넣어 ‘비슷한’ 세리머니를 펼치는 경우는 종종 있다. ‘이상한’ 행동은 아니다. 

침묵 세리머니였으나 그가 전달하고 싶은 ‘말’이 있었을 것이다. 그는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여러 가지 뜻이 담겨있을 터다. 

황희찬은 이번 대회의 ‘핫 피플’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장현수(FC 도쿄)만큼이나 그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하고 있다. 

비판도 황희찬의 세리머니보다 경기력 부진에서 비롯됐다. 후반 시작과 함께 나상호(광주 FC)를 대신해 투입된 황희찬은 공격의 윤활유가 되지 못했다. 드리블, 패스, 슈팅 등 모두 안 좋았다. 자연스럽게 한국의 공격 전개도 매끄럽지 않았다. 

황희찬의 부진은 이어지고 있다. 바레인전에서 쐐기골을 넣었을 뿐, 조별리그 경기력은 좋지 않았다. 적극적이나 투박한 그의 돌파에 부정적인 시선이 가득했다. 키르기스스탄전의 사포 시도 논란이 그 한 예다. 

이번 대회에 임하는 황희찬은 골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공격수라면 골 욕심을 갖는 게 당연하다. 다만 그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과 비난, 비판을 골로 씻고 싶었을 터다. 스스로 옥죄고 있다. 

키르기스스타전이 끝난 후 황희찬을 불러 조언한 김은중 코치는 “(황)희찬이가 골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전에도 찬스를 놓친 걸 자책하더라.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의욕이 강한데, 스스로 골을 많이 넣어야 한다고 부담을 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황희찬은 우즈베키스탄 페널티킥 결승골로 짐 하나를 내려놓았다. 

한국은 후반 30분 황의조의 세 번째 골로 3-3 동점을 만들었으나 이후 공격이 답답했다. 오로지 황희찬 때문은 아니다. 그리고 황희찬은 ‘강단’이 있었다. 페널티킥 실축 시 후폭풍이 컸다. 자신만만한 황희찬은 ‘가까스로’ 넣었지만 골은 골이었다. 그리고 울분을 씻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황희찬은 태극전사들과 하나둘 포옹했다. 서로를 따뜻하게 격려했다. 손흥민과 황의조는 황희찬의 페널티킥 골을 반겼다. 팀을 위한 골이었으며 개인을 위한 골이기도 했다. 

정상에 오르려면, 두 판을 더 이겨야 한다. 모두가 힘을 내야 한다. 그리고 ‘살아날’ 황희찬의 힘도 필요하다. 골은 자신감을 불어 넣는다. 

누구보다 힘들었고 답답했을 황희찬이었다. 그리고 많은 걸 쏟아내고 싶었을 것이다. 황희찬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줬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을 마친 후 부상으로 교체돼 목발을 짚은 장윤호(전북 현대)와 같이 믹스트존을 지나가지 않았다. 

직접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황희찬은 페널티킥과 세리머니, 어떻게 받아 들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황희찬이 하고 싶은 말은 29일 준결승 베트남전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 이번에는 좀 더 명확하게 전달되기를. 
 

기사제공 MK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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