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4대 강팀' 모두 피해... 6강 인도네시아-4강 대만도 '만만치 않아'
[오마이뉴스 김영국 기자]
▲ 남자배구 AG 대표팀 경기 모습... 한국-파키스탄 (2018.8.26) |
ⓒ 아시아배구연맹 |
[기사 수정 : 28일 오후 3시 40분]
환상의 대진운. 그러나 방심은 금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배구 이야기다.
지난 25일 실시된 12강전 대진 추첨 결과, 한국은 결승까지 이란·중국·일본·카타르 4대 강팀을 모두 피하게 됐다. 이들 팀과 맞대결은 오직 결승전에서나 가능하다. 아시아권 국제대회에서 극히 보기 드문 '꿀대진'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2018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남자배구의 경우 홈팀 인도네시아와 이란 2개 국가에게만 특혜를 주는 독특한 대진 방식을 만들었고, 중국의 부진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2가지 모두 한국에게 '예상밖의 어부지리'를 안겨줬다.
반면 여자배구는 이런 방식을 취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국제대회와 마찬가지로 모든 팀에게 공평하고 합리적인 대진 방식을 적용했다. 대진표도 조별 예선-8강-4강-결승으로 간결하다.
결승까지 이란·중국·일본·카타르 모두 피해 '극히 드문 사례'
이번 아시안게임에 남자배구는 총 20개팀이 참가했다. 1라운드는 6개 조로 나뉘어 조별 풀리그를 펼쳤다. A조는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키르기스스탄, B조는 이란, 파키스탄, 몽골, C조는 일본, 카자흐스탄, 미얀마가 편성됐다. 또한 D조는 대한민국, 대만, 네팔, E조는 중국, 태국, 스리랑카, 베트남, F조는 카타르, 인도, 몰디브, 홍콩이 각각 포함됐다.
2라운드(12강전)부터 결승까지 대진표는 복잡하고 불공평하게 전개된다. 개최국 인도네시아와 이란에게만 특혜를 주는 대진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2라운드는 1라운드 6개 조의 1~2위까지 12개 팀이 오른다. 그리고 6개 조의 1위와 추첨을 통해 결정된 다른 조의 2위가 단판 승부를 벌여, 승리한 6개 팀이 4강 직행 또는 6강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한다. 문제는 4강 직행 자격이 1라운드 성적과 상관없이 무조건 A조와 B조 팀들에게만 부여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인도시네아가 포함된 A조 1위와 이란이 포함된 B조 1위는 2라운드(12강전)에서 승리하면 곧바로 준결승(4강)에 직행한다. 그러나 나머지 C, D, E, F조 1위는 2라운드에서 승리해도 승리한 4팀끼리 6강 PO 형식으로 한 번 더 경기를 펼쳐야 한다. 여기서 승리한 2팀이 준결승에 오른다. 결국 A, B조 1위는 12강-4강-결승으로 3경기를 치르지만, C, D, E, F조 1위는 12강-6강-4강-결승으로 4경기를 해야 한다.
'홈팀 특혜' 대진표, 최대 수혜자는 대만-한국
▲ '한국의 6강 PO 상대' 인도네시아 AG 대표팀 선수들 |
ⓒ 아시아배구연맹 |
그러나 아무리 배려를 해줘도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인도네시아가 A조 2위로 밀려나는 바람에 특혜는 사라지고, A조 1위를 차지한 사우디아라비아에게 그 특혜가 돌아갔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의 기쁨도 잠시뿐이었다. 지난 26일 12강전에서 D조 2위 대만에게 패했다. 결국 6강 PO 없이 준결승 직행의 최종 수혜자는 1라운드에서 한국과 같은 조였던 대만이 누리게 됐다.
한국도 대진표상 큰 수혜를 얻었다. 특히 6강 PO에서 한국과 만날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이 E조 2위로 부진하면서 맞대결할 기회가 사라졌다. 그러면서 한국은 결승에 갈 때까지 이란, 중국, 일본, 카타르 등 강호들을 모두 피하게 됐다.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까지만 해도 이란·일본을 피하기 위해 차라리 D조 2위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던 것과 상황이 180도 돌변했다. 물론 D조 2위를 해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이겼더라면, 6강 PO도 치르지 않고 준결승에 직행할 수 있었지만 지금의 대진만으로도 큰 행운이다.
결국 한국은 6강 PO에서 홈팀 인도네시아, 준결승에서 대만과 만나게 됐다. 결승에 진출한다면, 아시아 최강이자 세계적 강팀인 이란과 대결할 가능성이 높다. 이란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3경기 연속 세트 스코어 3-0 완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2강전에서도 중국을 완파하고 준결승에 직행했다.
'동남아 남자배구' 놀라운 성장... 아시아 강호들 '위협'
이제는 한국 남자배구가 대진운을 뛰어넘는 실력을 보여줄 차례이다. 실제로 대진운에 웃고만 있을 수 없는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나타난 동남아시아 국가의 배구 수준이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동남아 국가의 남자배구는 더 이상 중국·일본·한국이 2군 팀으로는 이길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중국과 일본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성인 대표팀 2군을 출전시켰다가 매 경기 패배 직전까지 몰리며 혼쭐이 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2군을 출전시킨 이유는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일주일 만에 세계선수권이 개막하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보다 세계선수권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 모두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성인 대표팀 1군 주전으로 활약한 경험이 있는 선수들도 상당수 포함시켰다.
그럼에도 중국은 1라운드에서 베트남에게 2-3으로 충격패를 당했다. 태국에게도 3-2로 가까스로 역전승을 거두었다.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카자흐스탄뿐만 아니라, 미얀마에게도 패배 직전까지 몰렸다가 3-2로 겨우 이겼다.
한국은 성인 대표팀 1군 주전이 출전했지만, 1라운드 대만과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어렵게 승리했다. 6강 PO 상대인 인도네시아도 만만치 않다. 주전 선수가 대부분 190cm 초반 이하의 단신이지만, 스피드 배구를 장착하면서 일본 배구를 연상케 하고 있다. 홈 텃세와 홈팬의 열광적인 응원도 부담이다. 한국이 인도네시아에게 승리를 거둘 경우, 준결승에서 또다시 대만과 만난다.
한국-인도네시아의 6강 PO는 28일 오후 6시 30분(한국시간)에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배구장에서 펼쳐진다. 이 경기는 국내 스포츠 전문 채널인 MBC SPORTS+에서 생중계한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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