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태우 기자] 두산과 SK는 올 시즌 리그 1·2위를 달리고 있는 강팀들이다. 두산은 사실상 한국시리즈 직행을 예약했다. SK는 그런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는 팀이다.
올 시즌 상대 전적도 팽팽하다. 15일까지 6승6패다. ‘가을’을 생각하면 지금부터 서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승부에서 양보할 수 없다는 팽팽한 긴장감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서로에 대한 예의와 존중은 잊지 않고 있다. 15일 잠실구장에서의 두 가지 장면은 상징적이다.
첫 번째 장면은 이용찬(두산)의 부상이었다. 이날 이용찬은 선발로 나섰으나 경기 두 번째 타자였던 김강민의 강습타구에 오른손을 맞고 교체됐다. 투수 옆을 스쳐 지나가는 타구에 무의식적으로 오른손을 뻗었는데 타구에 맞았다. 다행히 검진 결과 단순 타박상으로 판정돼 한숨을 돌렸다. 검진을 받은 이용찬은 붕대를 감은 채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왔다.
정상적인 타격이었고 당연히 고의는 없었다. 이용찬으로서는 운이 없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김강민은 안절부절이었다. 1루 베이스를 벗어나 한참이나 이용찬의 상태를 지켜본 김강민은 계속 두산쪽 벤치를 바라보며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두산 벤치는 “괜찮다”는 사인을 연신 보냈다. 김강민은 경기가 우천 이후 재개된 뒤 양의지를 만나 다시 한 번 안부를 물었다. 양의지는 맞은 부위를 설명하는 동시에 괜찮을 것이라며 오히려 김강민을 위로했다.
두 번째 장면은 경기 후 있었다. SK는 이날 이기기는 했지만 타자들이 5번이나 몸에 맞았다. 다소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오해를 부를 수도 있었다.
SK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SK는 전날(14일)에도 세 차례나 몸에 맞는 공이 있었고, 올 시즌 90사구 이상을 기록한 유일한 팀이었다. 여기에 5회에 사구 3개가 나온 것에 이어 7회에도 한동민과 허도환이 연속으로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 몸에 맞는 공의 타이밍까지 그렇게 좋지 않았던 셈이다. 특히 한동민은 연타석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
정황과 구종상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이를 잘 아는 SK도 이틀간 8개의 몸에 맞아가면서도 보복구를 던지지 않았다. 그래도 위험한 장면이 속출한 만큼 당연히 언짢을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이런 감정도 일단은 잠실에 두고 왔다. 이날 약간의 아킬레스건 통증으로 결장한 두산 주장 오재원의 정중한 사과 덕이었다.
오재원은 경기 종료 직후 도열을 준비하고 있었던 SK쪽으로 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90도 가까이 허리를 굽히며 미안함을 전했다. 주장 이재원을 비롯한 SK 선수들도 별다른 어필 없이 오재원을 돌려보냈다. 오재원의 진심 어린 행동 하나가 자칫 남을 수도 있었던 두 팀 사이의 앙금을 어느 정도 씻어냈다. 기록지에 적히지 않은 서로간의 예의였다.
기사제공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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