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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팀 입장에서는 중요한 경기였다. 모처럼 타선이 폭발해 연승가도를 달려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KIA 최선참 임창용(42)의 선발등판이 중요한 이유였다.
임창용은 지난 1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전에 선발등판해 1.2이닝 8실점으로 뭇매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1회초 시작부터 투구 밸런스가 썩 좋지 않아 보였는데 베테랑의 관록조차 발휘되지 않는 최악의 졸전이었다. 지난 9일 광주 롯데전에서 4-2로 앞선 5회초 한 번에 무너져 6실점했을 때보다 더 안좋은 투구였다. 당시에는 불펜으로 뛰던 투수가 선발 전환했으니 투구수 60개를 넘어서면 구위가 떨어진다는 변명이라도 보탤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은 1회초 선두타자 박용택에게 2루타를 내주고 시작하더니 2회초 2사 후 홈런 두 방을 포함해 5안타 1사구로 힘 한 번 못쓰고 무너졌다. 타선이 반등채비를 할 시간도 없이 주도권을 내줬고 젊은 불펜 투수들에게 7.1이닝이나 맡겨야 했다.
선발전환은 임창용의 오랜 꿈이자 컨디션 관리에 용이하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 때문에 이뤄졌다. 선발진이 붕괴된 시점이기도 했지만 임창용의 간청에 코칭스태프가 그의 관록을 믿고 맡겼다. 지난달 20일 KT를 상대로 4.1이닝 2실점으로 선발 복귀전을 치른 임창용은 지난 15일까지 5차례 등판해 20이닝을 던져 25점을 내줬다. 1승 3패 방어율 11.25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스스로 “선발 투수의 최소한의 임무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매 경기 하고 싶다”고 강조했지만 현실은 5이닝 채우기도 버거운 투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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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록이 있어 보이지만 임창용은 타자들의 성향이나 스윙 궤도, 노림수 등을 들여다보며 투구하는 유형의 투수는 아니다. 신인 때부터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타자를 제압하는 공격적인 투수였는데 그 성향을 아직까지도 완전히 바꾸지 못했다. 지난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서 연장 끝내기 안타를 허용할 때에도, 지난해 3월 WBC 예선 1차전 이스라엘전 연장 10회초 결승점을 내줄 때에도 임창용은 경기 흐름을 무시하고 자신의 공만 믿었다. 다른 선택을 했더라도 결과가 바뀌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베테랑으로 불리는 투수라면 때로는 돌아가거나 타자의 습성을 역이용하는 여유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도박파문으로 방출됐을 때 KIA는 친정이자 고향팀이라는 이유로 손을 내밀었다. KIA로 돌아온 뒤 115경기에서 131.2이닝을 던져 14승 13패 26세이브 방어율 4.85에 그쳤다. 지난 6월 재활군으로 내려갈 때의 마음을 떠올려야 할 시기다. 투수이기 이전에 선수단 맏형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자신의 행동 하나 하나를 후배들이 보고 배운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자기 자신만 생각해서는 안되는 위치라는 의미다. 베테랑에 대한 존경은 자신을 낮출 수록 더 커지기 마련이다.
기사제공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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