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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S] 김연경의 배구 2막, 기대되지 않으세요?

난라다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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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배구 레프트 공격수 김연경(30·터키 엑자시바시)은 세상에 남부러울 것이 없는 스포츠 스타다. 부와 명예를 전부 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엄청난 성공을 거둔 김연경에게도 걱정이 있다. 30대 김연경은 선수로 뛸 날이 뛴 날보다 적어지고 있다. 은퇴하기 전까지 어떻게 하면 한국 여자 배구 위상을 더 높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해외 진출을 독려하고, 유소년 대회를 열고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것은 모두 골똘한 고민의 산물이다. "이러려고 힘들게 노력해서 돈 번 거죠." 솔직한 발언이 트레이드마크인 김연경답게 참 시원하게 말한다. 김연경의 사이다 발언 속에 묻어있는 한국 여자 배구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들여다봤다. 

● 전 세계 여자 배구 선수 연봉 1위는 누구? 김연경

김연경은 전 세계 여자 배구 선수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터키 엑자시바시와 2년 계약을 맺으면서 구체적인 연봉과 계약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130만 유로(약 17억원)로 추정된다. 올해 한국 남녀 프로배구를 더해 연봉 1위는 세터 한선수(대한항공)가 기록한 6억5000만원이다. 여자 선수 중에선 센터 양효진(현대건설), 라이트 공격수 김희진(IBK기업은행), 센터 한수지(KGC인삼공사)가 3억원으로 연봉퀸이 됐다. 김연경은 한국 프로배구 연봉퀸과 연봉킹에 비교하면 3~6배나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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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여자 배구 연봉 No.1 김연경. 실력 또한 모두가 인정하는 전세계 TOP 클래스이다.(사진출처=게티이미지)

 

거기다 한국·일본·터키 리그에서 활약하며 모두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한국 흥국생명에서는 3회(2005~06, 06~07, 08~09), 일본 JT마블러스에선 1회(2010~11), 터키 페네르바체에선 2회(2014~15, 16~17) 정상에 오르면서 3개 리그 최우수선수상(MVP)도 석권했다. 2017~18시즌에는 중국 상하이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한국이 4위를 기록했지만, 여자부 득점 1위(207득점)를 차지한 김연경이 메달을 딴 다른 나라 선수들을 제치고 MVP로 선정됐다. 당시 8강전에서 대결했던 이탈리아의 마시모 바르보리니 감독은 "한국 선수 중 김연경이 가장 돋보였다. 그는 세계 정상급 선수"라고 칭찬했을 정도다.

오는 9월 29일부터 10월 20일까지 일본에서 열리는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도 김연경에 대한 기대가 크다. 대회 포스터에는 세계 정상급의 실력을 갖춘 6명의 선수가 등장하는데 김연경도 빠지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모교인 안산 원곡중에서 만난 김연경은 "8년 전 세계선수권대회 포스터에도 내 얼굴이 실렸어요. 그런데 그때보다 올해가 뿌듯한 마음이 더욱 크네요. 30대인 저를 여전히 최고 선수로 대우해줘서 고마울 따름이에요"라며 활짝 웃었다. 세계 최고 김연경에게 '배구 여제'란 별명은 당연히 받아야 하는 훈장 같은 것이다.    

● 이미 성공한 김연경이 '굳이' 해외에 갔던 이유

다 가진 김연경에게도 걱정이 있다. "이제 코트에서 뛸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길어야 5~6년? 그런데 제가 은퇴하면 해외에 나가서 뛰는 선수가 없어질까 봐 걱정이에요." 그의 한숨은 퍽 깊었다. 김연경은 여자 배구 대표팀 선수 중 유일한 해외파다. 한국 여자 배구 선수 중 해외에 진출한 선수는 김연경을 포함한 3명이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이끈 레프트 공격수 조혜정(65) 전 감독이 1979년 이탈리아 리그에 진출했다. 이후 30년이 지난 2009년 김연경이 일본 리그에 나가면서 해외 진출 물꼬를 다시 텄다. 김연경은 일본 리그 첫 시즌에 득점왕을 거머쥐었고, 그 다음 시즌에는MVP가 됐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김연경은 2011년 여자 배구 세계 최고 리그로 꼽히는 터키로 무대를 옮겼다. 김연경의 해외 리그에서의 성공은 국내 선수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역대 국내 최고의 세터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김사니(37)는 2013년에 아제르바이잔 리그로 진출해 한 시즌을 뛰고 돌아왔다.  

김연경은 2005년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해 V리그를 평정했다. 프로 첫 시즌에 신인상과 정규리그 MVP, 챔피언결정전 MVP까지 싹쓸이 했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공격수로 정점을 찍은 터였다. 하지만 안주하지 않았다. 시야를 더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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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의 해외 도전, 우리가 보았던 것 만큼 달콤한 여정만은 아니었다.(사진출처=언더아머)

 

'왜 우리나라 배구 선수들은 해외로 나가지 않을까?' 김연경의 해외 진출은 이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국제 대회에 나가면 서로 다른 국적의 선수들이 반가운 얼굴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어요. 조용히 우리끼리만 멀뚱히 쳐다보는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우리 팀은 '섬' 같았어요. 그때부터 해외에 나가는 것에 대해 관심이 생겼어요." 김연경은 국내에서 뛰던 외국 선수들에게 해외 리그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히 물었다. 그들은 "해외 리그를 경험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어. 연경, 너라면 충분히 할 수 있어"라며 격려해줬다.  

김연경이 처음 해외에 나갔을 때, 그의 나이는 만 스물하나였다. 어린 나이에 시작한 해외에서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친화력이 뛰어난 김연경에게도 언어가 통하지 않는 것은 힘들었다. 터키에 갔을 때는 기존 선수들의 텃세로 공을 잘 받지도 못했다. 본인의 실수가 아닌데도 선수들의 따가운 눈초리에 마지 못해 사과를 한 적도 있었다. 김연경은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낯선 환경에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죠"라고 고백했다.  

김연경은 특유의 '당당한 성격'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자신의 실수가 아닐 때는 잘 안 되는 영어지만 "내 말이 맞지 않느냐"고 크게 소리쳤다. 언제든지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다른 선수들도 그를 호락호락하게 보지 않았다.  

 궁금한 김연경 '후배들은 왜 해외에 안 나가지?'

이토록 고생한 김연경으로 인해 한국 배구의 위상은 한층 높아졌다. V리그에 뛰고 싶어하는 외국인 선수들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김연경은 "국제 대회에 나가면 외국 선수들이 먼저 와서 인사할 때가 있어요. 이제는 세계 배구계에서 한국 배구에 대해 모르는 선수가 없죠"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김연경이 원하던 것은 따로 있었다. 김연경의 해외 진출의 목표는 하나였다. '반드시 해외 진출의 좋은 선례가 돼 한국 배구에서 뛰어난 선수를 세계 무대에 보내겠다.' 그런데 수년째 해외 진출에 도전하는 선수가 없다. 양효진·김희진 등 국내 최고 선수들이 자유계약(FA)을 앞두고 있을 때 해외 진출 의향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하나같이 "해외에 나가고 싶은 마음은 있다. 실제로 알아본 적도 있다. 그런데 해외로 나가서 다시 시작한다는 게 쉬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카리스마형 선배인 김연경은 몇 년 전만 해도 후배들에게 "3~4년 정도만 해외 리그로 나가라"고 강력하게 권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8강에서 탈락한 후에 가진 인터뷰에선 "후배들에게 '국내 시합에 만족하지 말고 해외 경험을 쌓아라'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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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김연경에게도 어려운 문제인 해외리그 진출 권유, 그래도 또다른 해외파가 나오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

 

그렇게 후배들을 들들 볶았던 김연경도 요즘엔 힘이 빠진 모양이다. 후배들에게 해외 진출을 권유하기가 조심스럽다고 했다. "FA 신분으로서 해외 리그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요. 다시 신인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죠. 연봉도 적어지죠. 그 모든 걸 감수하고 가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거라는 보장도 없어요. 저같이 극복하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말뿐이잖아요. 제가 대신해 줄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강하게 권유를 못하겠어요." 열 살에 배구를 시작한 김연경은 어느덧 20년 동안 배구 코트를 뛰어다니고 있다. 긴 시간 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 그는 자신의 생각만 강조하기 보다는 한 걸음 뒤에서 응원해줘야 하는 걸 아는 노련한 선배가 돼 있었다. 

● '여제' 김연경이라 할 수 있는 일 '유소년 육성'

어쩌면 마지막 해외파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김연경의 사명감은 더욱 투철해졌다. 여러 리그에서 얻은 노하우를 프로 선수뿐만 아니라 주니어 선수들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깊어졌다. 그래서 은퇴 후 진로도 벌써 정했다. 유망주들을 가르치는 지도자가 되기로 말이다. "당분간 저처럼 다양한 리그를 경험한 선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후배들에게 전부 알려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큽니다." 김연경의 계획은 이렇다. 35~36세까지 선수 생활을 한 다음, 대학 배구 리그가 유명한 미국에 가서 영어와 배구 공부를 한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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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의 강스파이크, 유소년 육성을 통해 또다른 여제를 만들 수 있을까(사진출처=게티이미지)

 

벌써 두 손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9월 안산시에서 '김연경 유소년 컵 대회'를 열었다. 그리고 성남시 분당구에 '김연경 스포츠 아카데미(KYK 아카데미)'를 세우고 유소년을 키우고 있다. 어느새 회원이 700명까지 늘어나면서 지난 5월 2호점도 열었다.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은퇴하기 전에 유망주를 키우게 됐으니까요. 아직 어린 아이들이기 때문에 배구를 비롯해 축구, 농구 등 다양한 스포츠를 배우게 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크면 저를 따라 배구를 하지 않을까요? 하하하." 선수 생활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유소년을 육성하는 것은 전 종목 통틀어 드문 사례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45)와 '국민 타자' 이승엽(42)도 은퇴한 후 야구장학재단을 만들고 유소년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피겨 여왕' 김연아(28)나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4) 등도 은퇴 후 유소년 지원에 힘쓰고 있지만 아카데미 설립 등 체계적인 활동은 못하고 있다.  

1년에 반을 터키에서 보내야 하는 김연경도 아카데미 걱정이 크다. 그래서 지난해 은퇴한 김사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시즌이 시작되면 한국에 없어서 아카데미 일을 꼼꼼하게 체크하기 어려워요. 대표팀과 해외 리그에서 활약한 (김)사니 언니라면 아이들을 잘 가르쳐줄 거라 믿어요. 그래서 돈을 많이 들여 모셨죠. 하하하." 둘은 배구계에서 절친한 사이로 유명하다.  

● 1위 중국, 6위 일본…김연경은 꺾을 수 있을까

김연경은 요즘 18일 개막하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국 여자 배구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이어 2회 연속 금메달을 노리고 있는데, 주장 김연경의 역할이 중요하다. "벌써 4번째 아시안게임 출전이에요. 설렌 마음보다는 책임감이 큽니다. 후배들을 이끌고 꼭 금메달을 따야 하니까요." 김연경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4년 뒤면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김연경은 이번 대회가 마지막 아시안게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금메달이 더 간절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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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 금메달 중국, 난적 일본을 상대로 김연경의 도전이 시작된다(사진출처=게티이미지)

 

이번 대회에 금메달을 놓고 다툴 중국(세계 1위)과 일본(6위)은 최정예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 반면 한국은 세계 10위다. 중국은 김연경과 함께 '세계 최정상급 레프트'로 꼽히는 주팅은 물론 세터 딩샤, 레프트 장창닝, 류사오퉁, 라이트 궁샹위, 센터 위안신웨, 옌니, 리베로 린리 등 리우데자네이루 금메달 주역들을 대거 선발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일본도 이시이 유키, 나가오카 미유, 신나베 리사 등 전성기를 구가하는 20대 후반 선수를 발탁했다.

그래도 '배구 여제' 김연경은 기죽지 않는다.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정신력으로 버텨서 이기겠습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배구는 11개 팀이 두 조로 나뉜 가운데 한국은 중국, 타이완, 카자흐스탄, 베트남, 인도와 함께 B조에서 대결한다. 각 조 4팀씩 8강에 올라 토너먼트를 치를 예정이다. 

준결승과 결승까지 이기고 난 후, 여자 배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성대한 잔치를 열 수 있을까. 여자 배구 대표팀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지만 단출한 김치찌개 회식으로 논란이 됐고,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선 부실한 지원으로 고생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김연경이 나서서 쓴소리를 날렸다. 이후 배구협회는 대표팀 지원에 대한 개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는 김연경이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자제해야죠.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해서 열심히 하는 것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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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이 꿈꾸는 배구 2막, 배구 팬들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사진출처=언더아머)

 

국가대표 주장 역할부터 유망주 키우기까지 시작한 김연경에게 사생활은 있는 걸까. "요즘에는 진천 선수촌에서 토요일까지 훈련하고 일요일 하루 외출을 해요. 쉬는 날은 보통 늦잠을 자고, 사니 언니나 친한 지인들과 만나죠. 이러다 혼자 잘 사는 언니들 길을 저도 따라갈 것 같아요." 김연경은 코트에선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코트 밖에선 평범한 사랑을 꿈꾼다. "결혼하면 좋을 것 같은데 쉽지가 않아요. 공격수는 리베로·센터·세터 포지션에 비해 선수 생명이 길지가 않아서 일단 선수 생활에 집중하려고요. 그랬더니 주변에서 ‘마흔 살까지 선수 생활을 하라’고 해요. 아휴. 정말 그렇게는 못하겠어요." 김연경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매거진S 표지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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