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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2연패 노리는 여자농구, 박지수 없이는 불안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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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남북 단일팀 구성한 여자농구 대표팀, 박지수 향한 집착이 아쉽다

[오마이뉴스 이준목 기자]

이문규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농구대표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대회 2연패 겸 통산 5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지난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동반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농구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는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켜야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있다.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4년 전 위성우 감독이 이끌었던 대표팀은 개최국이라는 확실한 홈어드밴티지를 안고 있었다. 이미선과 변연하, 신정자, 양지희 등 은퇴를 앞둔 30대 노장들을 모두 끌어모았다. 당시 라이벌 중국과 일본은 세계선수권에 1진을 파견하고 아시안게임에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린 것과 달리, 한국은 정반대로 세계선수권에 젊은 선수들로 2진을 내보낼만큼 20년 만의 아시안게임 우승에 올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대회와는 상황이 전혀 달라졌다. 인천 대회의 우승 주역이자 오랫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던 고참들이 대거 은퇴하고 남은 선수는 최고령이자 주장인 임영희 정도다. 박혜진, 강이슬, 박하나 등이 현재 대표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남북단일팀 구성으로 로숙영, 장미경, 김혜연 등 북측 선수 3명이 가세하기는 했지만 여러모로 4년 전에 비해 전력이 약해보인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12인 엔트리 못 채운 대표팀, 관건은 박지수 합류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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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의 박지수
ⓒ WNBA/연합뉴스


다행히 우려했던 북한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나 적응력은 그리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급하게 결성된 단일팀은 8월 초에야 겨우 손발을 맞추기 시작해 함께 훈련한 기간이 보름도 되지 않는다. 국제대회에서 그나마 한국의 장점이었던 조직력 면에서 최상의 호흡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불안요소가 있다. 

더구나 대표팀은 대회 개막이 코앞에 이른 지금도 아직 12인 엔트리를 다 채우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미국여자프로농구(NBA)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에서 뛰고 있는 국가대표 센터 박지수가 아시안게임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소속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아 그녀의 대회 출전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최악의 경우 박지수가 합류하지 못하면 엔트리 한 자리를 비워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가뜩이나 선수층이 그리 두텁지못한 여자 대표팀으로서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문규 감독은 "박지수가 대표팀을 위해 해보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대표팀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일단 그녀의 합류를 마지막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어느새 박지수의 아시안게임 참가 여부가 여자농구 단일팀의 최대 관심사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박지수가 여자농구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한국 농구 대표팀은 국제대회에서 항상 높이의 열세를 안고 있다. 그렇기에 차세대 센터 계보를 잇는 유망주인 박지수가 반드시 '필요한 선수'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어린 선수가 처해있는 상황이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태극마크를 내세워 애국심을 강요하는 듯한 '어른들의 행태'다.

박지수는 현재 WNBA 라스베이거스 소속으로 리그를 소화 중이다. 라스베이거스의 리그 일정과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는 20일에 완료된다. 비록 박지수가 팀 내에서 아직 비중이 높지 않은 식스맨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시기에 대표팀 차출을 이유로 소속팀을 비우는 것은 어렵다. 이는 선수 개인이 마음대로 결정할수 있는 사항도 아닐뿐더러 선수의 소속구단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여자농구 첫 해외파, 미리부터 준비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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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대표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여자농구대표팀 이문규 감독(오른쪽)과 선수들이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8.13
ⓒ 연합뉴스


그런데 이런 상황은 박지수가 WNBA에 진출할 무렵부터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국내 농구의 특성상 해외파가 거의 없었고 그로 인해 대표팀 차출에 문제를 겪은 적이 없다보니 대비가 안이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박지수가 그토록 대표팀에 중요한 존재였다면 협회 차원에서 미리 아시안게임 출전 문제를 놓고 소속구단과 협상에 나섰어야 했다. 축구의 손흥민, 야구의 추신수, 오승환 같은 해외파 스타 선수들도 의무 차출이 보장된 대회가 아닌 이상 대표팀 합류를 요청받는다고 구단의 동의없이 선수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대표팀 합류에 대한 박지수 개인의 의사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대표팀 감독이나 협회 관계자가 선수 본인에게 전화 한 통만 해도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 문제다. 아시안게임 차출에 관한 문제의 진짜 본질은 '선수의 의지'가 아니라 '농구계의 안이한 대처와 협상력'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현재 이문규 감독과 농구협회의 행태는 아시안게임 출전 여부에 대한 책임을 오로지 박지수에게 뒤집어씌우고 선택을 강요하는 모양새밖에 되지 않는다.

이문규 감독은 "박지수가 오지 않더라도 남은 11명으로 대회를 치를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이다. 박지수 없이 대회를 치를 상황을 각오했다면 애초에 합류가 불투명한 그녀를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다른 선수를 넣는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 이문규 감독은 규정상 "부상자만 교체할 수 있고 영어로 된 진단서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박지수를) 뺄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스스로 사전 대비가 부족했다는 것을 드러내는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박지수 하나 없다고 아시안게임에서 무너질 정도의 대표팀이라면 처음부터 경쟁력이 없는 셈이다. 이제 와서 설사 박지수가 대표팀에 합류한다고 해도 기량이나 조직력 면에서 최상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무엇보다 박지수는 앞으로도 10년 넘게 한국 여자농구의 골밑을 책임져야 할 유망주다. 벌써부터 선수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 안중에도 없이 대표팀에 대한 헌신이나 희생을 강요하려 든다면 앞으로 어떤 선수가 순수한 마음으로 대표팀에 임하려 할지도 의문이다.

오죽하면 "아시안게임에서 차라리 남북단일팀이 망하더라도 박지수가 대표팀에 오지 않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심심찮게 나온다. 오늘날의 팬들은 그저 금메달이나 결과지상주의에만 열광하는 시대가 아니다. 이문규 감독과 농구협회는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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