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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불명예’ 고개 숙인 산체스, 첫 걸음은 멘탈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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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태우 기자] 구위도 자신감도, 그리고 굳건한 의지도 찾아볼 수 없었다. SK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29)의 추락이 생각보다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다.

산체스는 1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악몽 같은 하루를 보냈다. 선발 등판했지만 아웃카운트 딱 하나를 잡는 동안 무려 10실점(9자책점)을 기록하고 조기 강판됐다. 종전 3.42였던 시즌 평균자책점은 단 30분 만에 4.05까지 수직 상승했다.

시작부터 사정없이 흔들렸다. 제구가 전혀 되지 않았다. 선두타자 버나디나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줄 때부터 조짐이 이상했다. 이어 이명기에게 안타를 맞았다. 이처럼 시작이 깔끔하지 못했던 산체스는 최형우 타석에서 2루수 최항의 실책이 나오는 순간부터 완전히 무너졌다. 이후 안치홍에게 2타점 적시타, 이범호에게 좌월 3점 홈런을 맞고 순식간에 6점을 내줬다.

산체스는 올 시즌 수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대표적인 투수 중 하나다. 유독 산체스 등판일에는 SK 내야의 실책이 잦았다. 탈삼진보다는 맞혀 잡는 것을 선호하는 산체스인데 수비수들과의 궁합이 잘 맞지 않았던 셈이다. 사실 6점까지는 그 여파로도 볼 수 있어 이해할 만했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의 모습은 분명히 실망스러웠다. 더 이상 점수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전혀 읽히지 않았다. 이미 패닉에 빠진 듯 했다.

그 결과는 역대 불명예였다. 역대 네 번째 한 이닝에 두 자릿수 실점을 한 투수로 연감에 기록될 판이다. 그것도 아웃카운트는 하나밖에 못 잡았다. 메이저리그 역사를 따져도 ⅓이닝 이하 10실점 이상은 한 번밖에 없는 진귀한 장면이었다. 세계적 토픽감이었다. 결국 SK는 초반부터 경기 분위기를 내준 채 무기력하게 끌려갔고 8-21로 대패했다.

산체스의 시즌 출발은 강렬했다. 150㎞ 이상의 제구된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다는 SK의 자신감은 허언이 아니었다. 4월까지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은 2.13에 불과했다. 볼넷을 주지 않고 자신감 있게 승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리그 최고 투수 중 하나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5월부터는 볼넷 개수가 많아지기 시작했고, 피홈런 개수도 덩달아 증가했다. 그 결과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이어지기 일쑤였다. 성적과는 별개로 위압감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 결과 지난 주 2경기에서는 3⅓이닝 동안 무려 18실점(12자책점)을 하고 무너졌다. “터질 것이 터졌다. 패턴이 읽혔다”는 분위기도 감돈다. 산체스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릴리스포인트가 내려오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에 코칭스태프에서도 교정 작업에 들어갔지만 구위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당장 패스트볼 평균구속이 떨어졌고, 놓는 포인트가 들쭉날쭉해 시즌 초반만한 커맨드가 나오지 않는다.

우타자를 상대로는 커브, 좌타자를 상대로는 체인지업이 빛을 발했으나 로케이션이 되지 않다보니 변화구 구사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다. 이에 카운트를 잡기 위해 벌이는 패스트볼 승부가 상대 타자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더 버티기 어렵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믿고 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행인 것은 아시안게임 브레이크가 있다는 점이다. 보름 이상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자신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체력적으로도 보충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심리 상태를 안정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시선이다. 지나치게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플레이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좀 더 자신과 동료들을 믿고 대범하게 나아가야 한다. 에이스는 그래야 한다.

이 고비를 넘긴다면 산체스는 내년에 더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 팔꿈치 부상 후 처음으로 풀타임 로테이션을 돌고 있기 때문이다. SK의 당초 구상도 그랬다. 2018년 관리를 받으며 적응한다면 2019년에는 180이닝 이상을 무리 없이 달려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이 고비에서 무너지면 내년에 인천서 볼 수 있을지 조차도 장담할 수 없다. 악몽의 날에서 배운 것이 있을지 주목된다. 
 

기사제공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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