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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농구 2연패 도전, 귀화선수 라건아만으로 충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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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건아가 우수한 선수지만... 이번 대회서 '원맨팀' 아니란 것 입증해야

[오마이뉴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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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틀리프 43점... 한국 남자농구, 홍콩 완파 1일 홍콩에서 열린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1차 리그 A조 6차전에서 리카르도 라틀리프(현대모비스)가 홍콩의 수비를 피해 공격하고 있다. 43득점한 라틀리프의 활약으로 허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홍콩을 104-91로 제압했다.
ⓒ 연합뉴스


사상 최초로 2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하는 대한민국 남자농구대표팀의 필승 카드는 바로 귀화선수 라건아(울산 현대모비스)다. 라건아는 올해 초 체육 인재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최근에는 개명절차도 완료하며 '용인 라씨'의 시조가 되며 완전한 한국인으로 거듭났다. 라건아는 지난 2월부터 농구대표팀에도 처음 발탁된 이래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라건아는 미국의 가난한 동네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딛고 농구선수로서 인생역전에 성공한 케이스다. 대학 졸업 후 한국으로 건너와 곧바로 울산에 입단하여 프로 경력을 시작하면서 어느덧 KBL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성장했다. KBL 통산 평균 18.7득점 10.4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으며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 준우승 1회 등 화려한 성적을 남겼다. 2016~2017시즌에는 59경기 연속 더블더블이라는 KBL 기록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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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틀리프, 현대모비스 복귀 지난 4월 26일 서울 KBL센터에서 열린 라틀리프 드래프트에서 라틀리프 소속팀으로 결정된 현대모비스의 이도현 사무국장(오른쪽)과 라틀리프 에이전트 김학수 씨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신장 199cm, 몸무게 110kg의 라건아는 빅맨으로서 큰 키는 아니지만 단단한 체구와 파워를 바탕으로 골밑 장악력이 뛰어난 정통 센터다. 라건아의 위력은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국제대회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지난 농구 월드컵 예선 중국전에선 25득점·11리바운드로 둘 다 팀 내 최다기록을 세우며 승리에 기여했다.

자신보다 큰 선수에게도 밀리지 않는 파워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포스트업 공격은 물론, 속공에 가담할 정도로 민첩한 스피드와 활동량, 웬만해서는 지치지 않는 강철 체력을 과시하며 아시아권에서는 어떤 팀에게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빅맨들의 파워싸움에서 늘 한계를 절감했던 한국농구로서는 라건아의 가세가 그야말로 천군만마와도 같다. 사실상 단숨에 대표팀 에이스 자리를 꿰찬 모습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농구계에 등장한 귀화 선수들

라건아 같은 귀화 선수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농구계에 대거 등장하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동준, 이승준, 전태풍, 문태종, 문태영 등은 모두 KBL과 대표팀을 거쳐간 귀화선수들이다. 다만 라건아 이전까지의 귀화 선수들은 모두 최소한 부계와 모계 중 한쪽이 한국인의 혈통을 이어받았다는 연결고리를 가진 혼혈(하프코리안)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국인과 아무런 혈연 관계가 없는 순수 외국인 출신으로 귀화 선수로는 라건아가 사상 최초다.

귀화선수로서 대표팀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선수는 역시 이승준과 문태종을 꼽을수 있다. 이동준의 친형으로도 유명한 이승준은 2007년 당시 외국인 선수 신분으로 KBL에 진출하며 한국농구와 처음 인연을 맺었고 이후 2009년에는 귀화·혼혈선수 드래프트를 통하여 서울 삼성의 지명을 받으며 정식으로 한국 선수로 인정받았고 귀화 시험을 직접 통과하기도 했다.

이승준은 특이하게도 소속팀보다 대표팀에서의 활약으로 더 빛을 발했던 '애국자'로도 기억된다. 소속팀에서는 이름값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빛을 크게 보지 못했지만 이승준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준우승)을 통하여 첫 태극마크를 단 이래 2012 런던올림픽 최종예선-2013년 필리핀 FIBA 아시아컵(3위)까지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상당한 기여를 했다. 부족한 수비력과 전술 이해도라는 약점이 이미 노출된 국내 리그에서와 달리, 국제무대에서는 당시만 해도 이승준처럼 장신에 호쾌한 운동 능력과 정확한 중장거리슛까지 겸비한 '공격형 토종 빅맨'이 많지 않았던 탓에 이승준의 존재감은 대체불가였다.

문태종은 현재까지 '한국농구 역대 최고의 귀화선수'로 꼽힌다. 이미 전성기에 유럽무대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특급 슈터였던 문태종은, 2010년 귀화혼혈선수 드래프트를 통하여 다른 귀화선수들보다도 훨씬 늦은 30대 중반의 나이에 한국농구에 진출했음에도 소속팀과 대표팀을 아울러 '레전드'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업적을 남겼다.

문태종은 태극마크를 달고 첫 도전이었던 2011년 중국 우한 FIBA아시아컵, 2014 농구월드컵 본선에서는 상대팀과의 전력 차와 집중견제 속에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홈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하여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 대표팀의 에이스로 등극하며 진가를 발휘했다. 필리핀과의 예선전에서 귀화선수로는 역대 최다인 38점을 몰아치며 역전승을 이끌었고, 이란과의 결승전에서도 승부에 쐐기를 박는 자유투를 성공시키는 등 눈부신 활약으로 한국이 12년 만의 AG 금메달과 전승 우승을 차지하는 데 기여했다. 귀화선수로서 금메달을 딴 것은 문태종이 사상 최초였다. 문태종은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함께 명예롭게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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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을 하루 앞뒀던 지난 2014년 9월 18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한국 대 KBL용병팀의 연습경기에서 한국 문태종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태종은 친동생 문태영과 함께 법무부 특별귀화 제도를 통하여 정식 귀화시험이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한국 국적을 조기에 취득한 최초의 사례이기도 하다. 훗날 현재로서 특별귀화제도의 거의 유일한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는 문태종이 있었기에 라건아의 사례도 가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숙제 '라건아 원맨팀 아니라는 것 증명해야'

라건아는 문태영 이후 3년 만에 모처럼 다시 대표팀에 등장한 귀화 선수다. 30대를 훌쩍 넘겨 비교적 늦은 나이에 태극마크를 달았던 문태종이나 이승준과 달리, 아직 1989년생에 불과한 라건아는 농구선수로서 기량이 막 전성기에 접어들고 있는 시점이라 국가대표팀에서도 최소 5~6년 이상 활약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전의 귀화선수들에 비하여 역대 최고의 골밑 장악력과 파워를 갖춘 '정통센터'라는 점에서 항상 국제무대마다 '높이의 열세'에 허덕였던 한국농구의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라건아가 과연 농구대표팀을 금메달로 이끌 수 있을 것인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오히려 라건아가 합류하면서 발생한 새로운 딜레마는 대표팀이 점점 '라건아의 원맨팀'이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다.

문태종이나 이승준이 한창 활약하던 시절에도 대표팀은 이들의 비중이 높았지만 결코 귀화선수에게만 의존하던 원맨팀과는 거리가 멀었다. 역대 대표팀 감독 중 귀화선수를 가장 잘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는 유재학 감독은 수비와 팀플레이에 약점이 있는 문태종과 이승준을 식스맨에 가깝게 활용하며 철저한 역할분담과 출전시간 관리를 통하여 이들의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허재 감독은 대표팀 전임 사령탑으로 돌아온 지난 2017 FIBA 아시아컵에서 특유의 스피드와 3점슛을 앞세운 '한국형 농구'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아시아컵 이후로는 새로운 변화없이 자신이 익숙한 선수와 전술에만 의존하는 보수적인 팀운영으로 비판받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 라건아 합류 이후의 대표팀을 보면 간혹 이정현-전준범 같은 슈터들의 3점슛이 터지지 않으면 라건아만 찾는 경우가 늘어났다. 마치 걸출한 외국인 선수 한 명에 의존하여 국내 선수들이 들러리가 되는 KBL 스타일의 농구로 되돌아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오세근-김종규-이종현-양희종 등 인천 대회 우승주역들이 대거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전력이 크게 약해졌다. 빅맨진의 공백이 너무 커서 라건아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었다는 평가다. 당장 한국과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놓고 다툴 것이 유력한 강호 이란에는 베테랑 하메드 하다디(218cm)가 있고, 중국에는 지난 시즌까지 NBA에서 뛴 저우치(216cm) 같은 대형 빅맨들이 포진해 있다. 반면 한국 대표팀의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라건아와 이승현 모두 신장이 2m가 되지 않는 언더사이즈 빅맨들이다. 아무리 라건아라도 상대팀의 집중견제를 받으며 혼자 매경기 많은 득점과 리바운드를 따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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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국가대표 라건아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빅토리움 연습체육관에서 열린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대표팀과 부산 kt 소닉붐의 연습경기 시작에 앞서 대표팀 라건아(라틀리프)가 슛 연습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라건아가 우수한 선수임에는 분명하지만 그가 르브론 제임스나 케빈 듀란트는 아니다. 2000년대 이후 아시아 농구에서 귀화선수들의 등장이 활발해졌지만 설사 NBA급 귀화선수를 보유한 팀들이라도 개인의 힘으로 우승까지 이끈 사례는 아직 없다. 라건아를 잘 활용하되, 라건아의 원맨팀에서 벗어나는 것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허재호의 경쟁력을 가늠할 숙제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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