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우리는 얼마나 그를 과소평가하고 있을까.
한화의 '살아있는 레전드' 김태균(36)이 또 하나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 8일 문학 SK전에서 9회초 우중간 안타를 치며 개인 통산 2000안타를 돌파했다. KBO리그 역대 11번째 기록. 이에 앞서 지난 5월26일 같은 장소, 같은 팀 상대로 통산 300홈런을 터뜨린 바 있다.
역대 KBO리그에서 300홈런과 2000안타를 모두 달성한 선수는 김태균에 앞서 양준혁과 이승엽, 단 둘밖에 없었다. 양준혁은 351홈런 2318안타, 이승엽은 467홈런 2156안타를 기록했다. 양준혁·이승엽은 모두 좌타자였지만 김태균은 우타자 최초 기록을 세웠다.
여기서 끝날 기록이 아니다. 김태균은 통산 1255타점을 기록하며 이 부문 4위에 올라있다. 은퇴한 이호준(1265타점)을 제치고 우타자 최다 기록을 갈아치울 날이 머지않았다. 더 나아가 2위 양준혁(1389타점), 1위 이승엽(1498타점) 기록까지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
후배들에게 통산 최다 기록을 거의 물려준 양준혁이 유일하게 1위를 지키고 있는 볼넷 부문도 김태균이 추격 중이다. 양준혁이 1278볼넷으로 1위인 가운데 2위 장성호(1101개)에 이어 김태균(1053개)이 3위다. 지금 페이스라면 내년 중에 장성호를 넘어 양준혁 기록을 넘본다.
누적 기록뿐만 아니라 비율 기록에서도 김태균의 가치가 대단하다. 통산 타율 3할2푼5리는 3000타수 이상을 기준으로 역대 3위이자 우타자 1위다 출루율은 4할2푼8리로 장효조(.427)를 넘어 역대 1위에 빛난다. 장타율도 .533으로 역대 10위에 오르며 정확성, 선구안, 장타를 겸비했다.
타자를 평가하는 최고의 기록으로 평가되는 OPS에서도 김태균의 위대함이 드러난다. 그의 통산 OPS는 .961로 3000타수 이상 선수 중 역대 1위다. 통산 장타율 1위(.572)인 이승엽도 출루율은 15위(.389)로 OPS .960을 기록, 김태균에게 뒤진다. 이승엽이 8년을 일본에서 보낸 기록이란 것을 감안해야 하지만 그만큼 김태균의 기록들도 대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김태균은 과소평가를 받아왔다.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 성적, 일본 복귀 후 다소 떨어진 홈런 숫자, 높은 연봉에 따른 큰 기대치 영향이 컸다. 무엇보다 한화가 암흑기를 걸으면서 김태균이 집중 견제를 받았고, 성적 부진의 책임과 비난의 화살이 간판스타인 그에게 향했다.
하지만 김태균은 묵묵히 그리고 꾸준하게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걸었다. 그는 "4번타자였고, 홈런에 대한 주변의 기대로 스트레스르 받을 수 있었지만 내 생각은 변함없었다. 변화를 주더라도 홈런 때문이 아니라 안타든 뭐든 더 잘하기 위한 변화였다"며 "연봉을 받는 만큼 더 책임감을 갖고 뛴다. 스스로 안주를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어느덧 30대 후반으로 향하고 있고, 통산 기록 상위권 곳곳에서 그의 이름들이 보인다.
하지만 김태균에겐 개인보다 팀이 먼저다. 입바른 말이 아니다. 팀 성적 부진으로 빛을 잃고, 과소평가 받아온 그의 야구 인생을 떠올리면 쉽게 짐작 가능하다. 김태균은 "나도 이제 야구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개인적인 목표는 내려놓은 지 오래다. 은퇴 전 우승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기사제공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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