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
본능을 제어하지 못한 마누엘 노이어는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등장했다. 상대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법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근처에 있던 주세종은 최대한 침착하게 대처했다. 그 대처 덕분에 한국이 두 번째 골을 만들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일정을 모두 마치고 29일 오후 1시 50분 인천 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한국은 조별 라운드 3차전에서 독일을 2-0으로 물리치는 등 저력을 보였으나, 1승 2패의 최종 성적으로 아쉽게 16강에서 탈락해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독일전 두 번째 득점 어시스트의 주인공 주세종은 공항에서 팬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웬만한 연예인 팬 미팅 현장 이상의 파급력을 자랑했던 대표팀 귀국 현장에서, 주세종도 팬들의 엄청난 추격(?)을 받았다. 공항 출구를 넘어 횡단보도까지, 팬들은 주세종에게 사진과 사인을 거듭 요청했다. 경호가 따로 없어 다소 위험한 상황이기도 했지만, 주세종은 자신을 따라온 이들을 배려하며 최대한의 팬 서비스를 했다.
주세종의 이야기는 주차장 근처의 아주 한적한 곳에 도달해서야 들을 수 있었다. 환호성으로 가득 찬 공항을 힘겹게(?) 빠져나온 주세종은 그제야 차분한 모습으로 말을 이었다. 먼저 주세종은 “생각했던 거만큼 성적을 내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있다. 그래도 마지막 독일전에서 조금이라도 위안을 삼아서 다행이다”라고 언급했따.
이어 주세종은 노이어에게 공을 빼서 전달하던 그 순간을 돌이켰다. “노이어가 왜 거기 있었는지…”라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운을 뗀 주세종은 “앞에 봤는데 노이어가 볼을 잡고 있더라. 아무래도 골키퍼다보니까 필드 플레이어보다 볼 다루는 기술이 떨어지겠다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잘 붙었고, 그게 주효해서 잘 된 거 같다”라고 말했다. 볼을 뺏는 데 성공하기는 했지만, 주세종도 보기 드문 골키퍼의 위치 선정에 적잖이 당황했던 모양이었다.
주세종의 순발력 있는 대처와 정교한 킥은 손흥민의 질주를 도왔고, 한국의 독일전 승리에 쐐기를 박는 골을 만들었다. 평소에도 진출이 잦은 노이어는 은근한 발 기술를 자랑하며 생각보다 공을 뺏기지 않는 편이지만, 독일전의 주세종에게서 만큼은 볼 키핑에 실패했다. 주세종이 볼을 따낸 그 순간, 한국의 모두는 곧 벌어질 순간을 직감하고 환호했다.
독일전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한 남자 주세종은 이제 아산 무궁화 FC로 돌아가 K리그2(챌린지) 일정에 매진한다. 주세종은 마지막으로 “독일전 승리가 자극제가 되어 선수들이 더 노력하고 발전해야 한다”라고 동료들 모두에게 앞으로 더 성장하자는 메시지를 띄웠다.
글=조남기 기자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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