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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끄라시바 월드컵] 도대체 ‘어슬렁’의 기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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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권영준 기자] ‘과연 월드컵 무대에서 어슬렁어슬렁 뛰는 선수가 있을까요.’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을 향한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대표팀은 지난 17일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치른 스웨덴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0-1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대표팀의 러시아 행군은 먹구름이 꼈다. 모든 것을 쏟았던 터라 패배가 더 가슴 쓰리다. 팬들도 실망했다. 애초 최전방 공격수의 임무를 훈련했던 손흥민이 측면에서 수비에 치중해야 했고, 김신욱이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 유효 슈팅을 기록했다. 빌드업의 중심이었던 기성용은 포어 리베로로 수비에 초점을 맞췄고, 장현수는 잦은 실수로 팀 경기 흐름을 끊었다.

패배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 피지컬, 전술 및 전략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투지와 집중력도 승패를 가르는 요소 중의 하나이다. 이날 대표팀이 스웨덴에 패한 것은 피지컬에 사로잡혀 몸에 익지 않는 전술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실점 장면은 2번째 문제이다. 장현수는 공을 걷어낸 것이지, 패스 미스를 한 것이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장현수의 이 플레이를 ‘Clearances completed’라고 표기했다. 즉, 걷어냈다는 뜻이다. FIFA도 수비 차단이라고 인정하는 플레이를 몇몇 일부 팬들은 패스 미스라고 한다. 김민우의 태클도 마찬가지다. 수비수라면 누구나 시도할 법 했던 태클이었다.

김신욱의 선발 출전도 마찬가지다. 스웨덴이 수비를 내려서 중앙 미드필더까지 가세해 2줄 수비진을 펼치면 제아무리 손흥민이 있다고 해도 여간해선 뚫기가 힘들다. 축구는 팀 스포츠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아닌 이상 혼자 힘으론 역부족이다. 때문에 신태용 감독은 스웨덴이 라인을 올릴 시점까지 타이밍을 기다린 것이고, 이에 높이가 좋은 김신욱을 투입해 무실점에 기여하도록 전술을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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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스포츠는 승패가 곧 결과이고 과정이다. 이날 패했기 때문에 이 전술은 실패했다. 그러나 선수 개개인의 향한 비난은 옳지 않다. 특히 특정 선수를 두고 투지가 부족했다고 인신공격에 무차별 비난을 가하는 것은 비난을 위한 비난일 뿐이다.

일부 팬들은 김신욱을 향해 ‘어슬렁어슬렁’이라는 표현을 썼고, 심판보다 덜 뛰었다고 꼬집었다. 과연 이것이 팩트일까. 도대체 어슬렁어슬렁의 기준은 무엇일까. 이날 경기 후 국제축구연맹(FIFA)이 제공한 ‘Heat Map’에 따르면 김신욱은 중앙선 부근에서 가장 많이 위치했다. 당연하다. 전술적 임무를 그렇게 받았다. 패스를 받은 것도 3분의 2가 측면이다. 수비시 중앙선 부근에서 공중볼 경쟁을 해주고, 공격시 측면으로 빠져 손흥민 또는 황희찬이 중앙으로 침투할 수 있도록 기여하라는 주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신욱의 활동 거리는 67분56초 동안 6854m를 이동했다. 물론 이날 선발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적었다. 그러나 이는 포지션 상의 차이다. 개인의 활동량 부족이 아니다. 스웨덴의 최전방 공격수 마르쿠스 베리와 비교해 보면, 베리는 96분26초 동안 9157m를 뛰었다. 1분당 평균 94m를 뛴 셈이다. 이를 68분으로 계산하면 6392m가 나온다. 김신욱보다 활동량이 더 적었다.

월드컵은 축구 선수라면 누구에게나 꿈의 무대이다. 김신욱은 레오강 전지훈련 당시 스포츠월드를 만나 “팬들을 이해한다. 얼마나 간절하게 승리를 바라겠나. 욕먹는 것은 선수라면 누구나 인내해야 한다. 내가 잘해야 한다. 정말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신욱은 이날 이를 악물고 뛰었다. 공격적인 부분에서 부족함이 있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어슬렁거렸다는 것과 심판보다 덜 뛰었다는 기준과 근거 없는 비난은 옳지 않다. 그냥 그렇게 바라보고 싶은 것이다.

사진=김용학 기자

기사제공 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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