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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자배구의 '장신 유망주'들, 한국 '부러우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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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리잉잉, 국제무대 성공적 데뷔... 주팅·장창닝은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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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여자배구 대표팀, 2018 네이션스 리그 경기 모습... 맨 왼쪽 12번 선수가 리잉잉(192cm), 맨 오른쪽 1번이 위안신웨(201cm) 선수다.
ⓒ 국제배구연맹


중국 여자배구는 세계 최강이다. 현재 세계랭킹도 1위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지난해 9월 일본에서 열린 월드그랜드챔피언스컵에서도 5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중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핵심은 세계 최장신 군단이면서 파워가 강하고 빠르다는 점이다. 보통 여자배구 선수가 190cm이 넘으면 몸놀림이 둔하거나 점프가 낮고 파워도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중국 대표팀 선수들에게는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 단신 선수 못지않은 민첩성과 유럽 선수 같은 파워를 자랑한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 있다. 기량이 뛰어난 장신 유망주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는 점이다. 14억 인구의 힘이기도 하지만, 국가대표 차원에서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발굴·육성하는 것도 큰 이유이다.

15일 시작한 네이션스 리그에서도 중국은 그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중국 닝보에서 열리는 1주차 대회의 중국 대표팀 출전 엔트리(14명)를 살펴보면, 어린 장신 유망주들에게 국제대회 경험을 쌓게 하고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그대로 드러냈다.

중국 리그 평정한 '18세 소녀', 국제무대도 통할까

리잉잉의 선발 주전 기용이 대표적이다. 리잉잉은 지난 시즌 중국 리그에서 김연경 못지않은 센세이션을 몰고 온 '괴물 신인'이다. 2000년 2월 19일생인 그는 현재 만 18세다. 한국 나이로도 19세에 불과하다. 신장은 김연경과 똑같은 192cm다.

어린 나이에도 지난 시즌 중국 리그 정규리그에서 득점왕, 공격종합, 서브 등 3개 부문에서 1위를 휩쓸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몰빵'에 가까운 공격력을 선보이며 소속팀 톈진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중국 리그 MVP를 수상했다. 단숨에 주팅의 뒤를 이을 차세대 중국 국가대표 공격수로 급부상했다. 

리잉잉은 공격 파워가 강하고 각도도 예리하다. 후위 공격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정도로 기술도 수준급이다. 왼손잡이 선수인데도 공격과 수비를 하는 레프트로 뛴다는 점도 특이하다. 다만, 소속팀에서는 서브 리시브를 거의 하지 않고 공격에 주로 전념한다. 이 점이 공격과 수비 모두 뛰어난 김연경에게 아직 미치지 못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리잉잉은 15일 네이션스 리그 도미니카전이 성인 국가대표로서 첫 데뷔 무대였다. 17득점으로 양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어린 나이와 성인 대표팀 첫 경기인 점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데뷔였다. 지난해 월드그랑프리에서는 성인 국가대표로 발탁됐으나 경기 출전 엔트리에는 들지 못했다.

대표팀에서도 리잉잉은 등록만 라이트로 했을 뿐, 레프트 포지션으로 출전했다. 서브 리시브와 후위 수비에도 가담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대표팀은 쩡춘레이 등 라이트 공격수도 수비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리잉잉의 수비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언론들은 어린 유망주가 국제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초미의 관심을 기울였다. 랑핑 중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은 15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리잉잉의 성장을 도울 것"이라며 "(주변에서) 너무 많은 압박감을 주지 말고, 그녀가 이번 대회에서 많이 배우고 경험을 쌓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주팅·장창닝 빠졌지만... 센터·세터진 '세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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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의 장신 센터' 위안신웨(201cm, 1번 선수)... 기량도 세계 최정상급이다.
ⓒ 국제배구연맹


중국은 1주차 대회의 레프트 공격수를 리잉잉과 함께 류샤오퉁(29세·188cm), 류옌한(26세·188cm), 장이찬(28세·187cm)으로 구성했다. 도미니카전 선발 주전은 리잉잉과 류샤오퉁이었다. 장이찬은 상하이 소속으로 지난 시즌 김연경과 함께 활약했다. 지난해 중국 대표팀에는 상하이 선수가 한 명도 포함되지 못했다. 

세계 정상급 공격수인 주팅(25세·198cm)과 장창닝(24세·193cm)은 휴식 제공과 부상 관리 차원에서 제외시켰다. 주팅은 대회 중반부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장창닝은 후보 엔트리(21명)에서도 빼줬다. 때문에 네이션스 리그를 통째로 쉰다. 

라이트는 궁샹위(22세·186cm)와 양팡쉬(25세·190cm)가 맡는다. 도미니카전은 왼손잡이인 양팡쉬가 주전으로 투입됐다. 지난해 주전이었던 쩡춘레이(30세·187cm)는 휴식 차원에서 제외했다.

센터, 세터진은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했다. 주팅·장창닝·쩡춘레이가 빠졌지만,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이유이다. 

센터는 위안신웨(23세·201cm), 왕위안위안(22세·195cm), 가오이(21세·193cm), 후밍위안(23세·187cm)이 이름을 올렸다. 센터진의 면면을 보면, 확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엄청난 장신 군단이다. 나이도 모두 21~23세(한국 기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기량은 세계 정상급이다. 

특히 위안신웨는 세계 최정상급 센터다. 중앙과 이동 속공이 공포스러울 정도로 강력하고 빠르다. '여자 시몬'이다. OK저축은행의 V리그 2년 연속 우승을 이끌었던 세계 최정상급 센터 시몬(206cm)의 플레이를 연상케 한다. 도미니카전에서도 팀 내 2번째로 많은 13득점을 올렸다. 왕위안위안도 지난 시즌 중국 리그에서 텐진이 우승을 차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향후 중국 대표팀의 붙박이 센터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두 주전 센터의 평균신장이 무려 198cm다. 세계 최고 블로킹 높이다.

주전 세터 딩샤(29세·180cm)도 세계 정상급 선수다. 야오디(27세·182cm)도 톈진의 주전 세터로 기량이 출중하다. 리베로는 기존의 린리(27세·171cm)와 함께 신예 멍쯔쉬안(23세·180cm)이 발탁됐다. 멍쯔쉬안도 톈진 소속이다.

도미니카도 예상 깨고 '장신 유망주' 대거 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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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도미니카, 2018 네이션스 리그 경기 모습 (2018.5.15)
ⓒ 국제배구연맹


한편, 도미니카도 예상을 깨고 15일 중국전에서 장신 유망주들을 대거 기용했다. 도미니카가 네이션스 리그 후보 엔트리(21명)를 제출할 때만 해도 지난해 주전 멤버들이 거의 그대로였다.

그러나 1주차 경기 출전 엔트리(14명)에서 30대 주전 선수 상당수를 제외시켰다. 레프트 베띠(32세·188cm)와 리베라(35세·183cm), 라이트 맘브루(33세·182cm), 세계 정상급 리베로 카스틸로(27세·167cm)까지 빠졌다. 

도미니카 레프트는 브라예린 마르티네스(20번·23세·201cm), 페냐 이사벨(16번·26세·190cm), 이브(3번·28세·194cm), 페랄타(24번·20세·186cm), 나탈리아 마르티네스(10번·19세·186cm)가 발탁됐다. 훨씬 어리고 장신 유망주로 구성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중국전에서는 브라예린 마르티네스와 페냐 이사벨이 선발 출전했다. 중반에는 이브가 페냐 대신 교체 멤버로 투입됐다.

이브는 국내 배구팬들에게도 낯이 익은 선수다. 2009~2010시즌 V리그에서 GS칼텍스의 외국인 선수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당시 만 18세로 경험 부족과 경기력 부진으로 시즌 도중 데스티니(195cm)와 교체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올 시즌 도미니카 리그에서 득점 1위를 기록하는 등 좋은 활약을 했다.

라이트 공격수는 왼손잡이 신예인 곤살레스(23번·22세·188cm)를 선발로 기용했다. 로드리게스(11번·28세·187cm)는 교체 멤버로 투입됐다. 센터진은 기존대로 장신 군단인 발데스(1번·38세·196cm)와 지네이리 마르티네스(21번·22세·190cm)가 출전했다. 세터도 주전인 마르테(7번·29세·178cm)가 나섰다.

도미니카도 중국처럼 장신 유망주를 대거 기용했지만, 경기력은 달랐다.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손발을 맞춰 온 주전들이 한꺼번에 바뀌면서 서브 리시브와 수비 조직력이 자주 흔들렸다. 장신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세트 스코어 0-3 완패를 당했다. 상대가 세계 최장신 팀인 것도 어려움을 겪은 요인이다.

대표팀 장신 유망주 육성... 세계 강호들의 '필수 과목'

세계 최강 중국과 세계랭킹 9위 도미니카가 큰 국제대회에서 어린 장신 유망주를 과감하게 선발 주전으로 기용하는 조치는 결코 낯선 모습이 아니다. 

이미 세계 강호들은 지난해 월드그랑프리 대회부터 2020년 도코 올림픽을 겨냥해 기존 주전 선수의 체력 관리와 장신 유망주 발굴·육성에 중점을 두고 국가대표팀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한국 대표팀도 비록 1년이나 늦은 과오를 범했지만, 올해 국제대회에는 고고생 장신 유망주를 발탁해 출전시키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차해원 여자배구 국가대표 감독은 네이션스 리그가 끝나면, 청소년 아시아선수권 출전(6.10~17) 때문에 발탁하지 못했던 정호영(190cm·라이트·선명여고), 이주아(186cm·센터·원곡고) 등 고교생 장신 유망주를 성인 국가대표팀에 포함시키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들은 8월에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의 성적에만 급급해하면, 또다시 한국 배구의 미래 기반을 쌓지 못하고 주전 선수 혹사의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 15일 벨기에와 첫 경기에서 뜻밖의 0-3 완패를 당했다. 스피드 배구로 상대를 무너뜨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스피드 배구를 한 것은 벨기에였다. 벨기에는 세터의 빠르고 정확한 볼 배분을 바탕으로 공격수 전원이 득점에 가담하는 토털 배구로 한국 블로킹 벽을 무력화시켰다. 상대의 수준 높은 경기력에 당황한 한국 선수들은 몸까지 굳어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다.

16일 오후 5시(한국시간)에는 한국과 도미니카가 맞대결한다. 17일 오후 8시 30분에는 한국과 중국이 만난다. 도미니카전은 국내 스포츠 전문 채널인 SBS Sports뿐만 아니라, KBSN SPORTS도 동시 생중계한다. KBSN SPORTS는 네이션스 리그 중계권 협의가 늦어지면서 도미니카전부터 중계를 시작하게 됐다.

도미니카와 중국전은 한국 여자배구에게 여러 면에서 시사점과 볼거리를 담고 있다. 과연 승리와 유망주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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