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한필상 기자] "이제 정말 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지난 11일 한 참을 코트 위를 누벼야 할 한 여자 대학 선수는 대학리그 경기가 끝난 후 자조섞인 어투로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주인공은 한림성심대 주장을 맡고 있는 채송미(172cm, F)로 올 시즌 단 한 차례도 리그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었다.
부상도 없고, 기량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그가 이처럼 경기에 나설 수 없는 것은 여대부 감독자 협의회에서 결정한 사안 때문이다.
여대부 감독자 협의회에서는 지난 2015년 여대부 리그가 시작되기 전 과거 프로에 진출했거나 실업연맹 선수로 등록된 선수의 경우 대학농구연맹이 주최하는 대회와 경기에는 출전할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들이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은 한 때 무분별하게 유입되었던 프로출신 선수들의 출전을 지양하고 순수 고교 졸업반 선수들로 팀을 구성해 여자대학농구의 활성화를 이뤄보겠다는 취지였다.
제도 시행 이후 프로 및 실업출신 선수들의 영입은 크게 줄었고, 여고 졸업반 선수들의 대학 진학이 크게 늘면서 지도자들의 생각대로 흘러가는 듯 했으나 안타깝게도 재학생 중이던 일부 프로와 실업출신 선수들은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되자 학업을 중단하거나 조용히 은퇴를 선택했다.
문제는 이 와중에 여전히 농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대학에 재학중인 일부 선수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프로에 진출했지만 제대로 경기에 나서 보지 못해 대학으로 유턴한 선수들뿐만 아니라 같은 아마추어 농구인 실업팀에서 등록했다는 이유만으로 경기 출전을 불허하고 있는 것은 선수들의 미래에 대해 대학농구연맹이나 지도자들 모두 방치하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지방의 모 대학팀의 경우 선수 난을 이유로 프로 및 실업팀 소속 선수들을 영입한 뒤 이들의 출전을 허용치 않는다며 대학리그 참가를 포기하는 일도 있었으며, 또 다른 대학의 경우 지원이 적다며 리그 참가를 철회하는 일도 있었다.
결국 팀 이기주의에 코트 위에 있어야 할 선수들을 코트 밖으로 어른들이 내몰고 있는 것이다.
취재 과정 중 가뜩이나 선수 난에 허덕이는 여대부의 사정을 감안해 이런 선수들을 구제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2018 대학리그에 출전하고 있는 6개 대학 감독들에게 개별적으로 질문을 하자 모두 찬성의 뜻을 밝혔지만 이후 있었던 감독자 협의 과정에서 일부 지도자는 원칙을 지키고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태균 대학농구연맹 부회장은 "이런 문제점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어려운 여대부 농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준을 마련해 선수들이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뜻을 모으겠다"며 선수 구제 방안을 강구할 뜻을 밝혔다.
한 대학농구 관계자는 "한국 여자대학 농구의 발전 보다는 각 팀의 성적이 우선시 되다보니 이런 문제가 나타난 것이다. 프로와 실업팀에서 재직한 기간이나 출전 시간에 대한 기준점을 정해 선수들을 받아들인다면 충분히 모든 팀과 선수들이 함께 할 수 있을텐데 이런 부분은 생각하지 않은채 오로지 자신이 속한 팀의 성적만을 생각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 사진(한림성심대)_한필상 기자
2018-04-12 한필상
기사제공 점프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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