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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머리' 김광현 "홀가분하다, 다시 시작이다"

난라다리 0

[일간스포츠 배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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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공 던질 때도 머리카락 때문에 불편했어요. 이제 머리가 짧아져서 홀가분합니다."

SK 김광현(30)은 kt전을 앞둔 2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더그아웃에서 해맑게 웃었다. 겨우내 화제를 모았던 '삼손 머리'는 이제 잘려 나가고 없었다. 그는 짧아진 머리카락을 만지며 계속 "홀가분하다"고 했다.

에이스의 귀환을 알리는 세리머니가 끝났다. 김광현은 25일 롯데를 상대로 533일 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완벽한 피칭을 했다. 5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SK가 5-0으로 승리하면서 김광현은 567일 만에 승리 투수가 됐다. 기쁜 마음으로 야구장을 나서자마자 집이 아닌 미용실로 직행했다.

이유가 있다. 김광현은 겨우내 머리카락을 길렀다. 등판 당일에는 긴 머리카락이 어깨 아래로 내려와 찰랑거릴 정도. 처음에는 "외모에 신경 쓰지 않고 야구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로 커트를 하지 않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다른 사명감이 생겼다. 트레이 힐만 감독과 함께 머리카락을 잘라 소아암 환자에게 기부하는 선행에 동참하기로 했다. "첫 등판을 마칠 때까지 머리카락을 계속 기르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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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왔다. 실행에 옮겼다. 미용실 거울 앞에 앉은 김광현을 여러 대의 카메라가 촬영했다.
김광현의 커트를 담당한 미용사는 팀 동료였던 포수 정상호(LG)의 친동생 상훈 씨다. 김광현은 "내 머리카락을 자르는 게 그렇게 관심을 많이 받는 행사인 줄 몰랐다"며 "나보다 커트를 하는 상호 형 동생분이 더 쑥스러웠을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30년 가까이 짧은 헤어스타일로 살아온 김광현이다. 긴 머리가 편했을 리 없다. 그는 "예전부터 사실 자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공 던질 때 자꾸 모자 아래로 머리가 날려서 솔직히 방해가 되더라"고 귀띔하면서 "안그래도 내가 마운드에서 불필요한 행동이 많은데 머리까지 신경 써야 하니 힘들었다"고 장난스레 털어 놓았다.

다행히 복귀전에서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단발 세리머니를 할 수 있게 됐다. 주변에선 "만약 잘 던지면 좋은 기운을 이어 가야 하니 자르지 말고 놔두라"는 조언도 했다. 하지만 김광현은 더 이상 머리카락에 미련이 없었다. 어차피 다음 등판부터 올 시즌을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이다.

모두가 박수를 보낸 복귀 등판. 정작 스스로는 100% 만족하지 못했다. 김광현은 "오랜만에 마운드에 나가다보니 아무래도 긴장을 많이 했다"며 "이것도 해 보고 싶고 저것도 해 보고 싶었지만, 생각만큼 다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다음 등판을 더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그는 "이제 처음으로 야간 경기(30일 오후 5시)에 나가게 된다. 그때까지 주어진 시간도 있으니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며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을 수로 있도록 몸 관리를 잘 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인천=배영은 기자
 

기사제공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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