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병상련' 산체스(왼쪽)와 포그바.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엔 수비수들을 놀라게 하는 '번뜩이는 재능'을 갖춘 선수들이 모였다. 헌데 경기는 견고하고 짜임새가 있되, 창의적이거나 재기발랄하진 않다.
영국 '스카이스포츠'의 해설위원인 제이미 레드냅은 20일자 칼럼에서 "일부는 맨유가 세계 최고의 클럽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맨유가 플레이하는 방식을 보자. 당신이 천부적 재능이 있는 선수라면, 정말 맨유의 방식대로 경기하기 위해 이적을 선택할까? 플레이에서 즐거운 점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나치게 수비에 무게를 두고 있어 보는 맛이 떨어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 빅클럽이라면 경기력과 함께 결과를 모두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시즌 맨유의 팀 컬러는 분명히 수비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이대로 주제 무리뉴 감독 체제가 이어진다면, 장기적으로 클럽 운영과 선수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 2위의 원동력, 공격보다 수비가 우선
30경기에서 58득점 23실점.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프리미어리그 2위를 달리면서 남긴 기록이다. 훌륭한 기록이지만 거액의 이적료를 들여 모은 선수들이 만든 득점치곤 조금 부족한 감이 있다. 경기당 채 2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맨유의 순위를 설명하는 근거로서는 23골밖에 허용하지 않은 수비력이 더 설득력이 있다.
맨유는 이른바 '빅6' 가운데 30라운드까지 414개 슛을 기록해 가장 적은 슛을 기록했다. 1,2,3위인 맨체스터시티, 리버풀, 토트넘은 모두 500개를 넘겼고, 첼시가 485개, 아스널도 475개를 기록했다. 볼 점유율에서도 54.29%를 기록했다. 첼시(55.53%)와 큰 차이는 없지만 6개 팀 가운데 가장 낮다. 첼시 역시 맨유와 비슷하게 '역습' 전술을 주로 삼는 팀이다.
수비 통계는 훨씬 낫다. 23실점으로 최소 실점 2위를 달리고 있다. 오픈 플레이에서 14개 실점에 불과해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고, 무실점 경기도 15번으로 가장 많다. 최후방에서 든든하게 선방을 펼치는 다비드 데 헤아 덕분에 선방률에서도 81.3%를 기록하고 있다. 80%가 넘는 선방률을 기록한 팀은 맨유가 유일하다.
허용한 슈팅 수를 주목할 만하다. 맨유는 355개 슈팅을 줬는데 비교적 많은 편이다.(맨체스터시티는 190개) 허더즈필드(333개)나 왓퍼드(336개)보다도 많다.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펼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 무리뉴 감독은 안정적이고 탄탄한 경기 운영을 즐긴다.
◆ 조직력과 수비 가담 강조, 공격적 재능은 갉아먹는다
여기서 희생하는 선수들이 있다. 레드냅은 "포그바는 꾸준한 경기력을 보이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세비야전에서 탈락한 경기에서 교체로 투입되기 전 낙담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안 마타, 마커스 래시포드, 앙토니 마시알, 폴 포그바, 최근의 알렉시스 산체스까지 자신의 재능을 전부 펼치는 데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창의적인 공격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부진하다는 해석이다.
주제 무리뉴 감독 체제에서 포그바는 경기력에 기복을 보이고 있다. 포그바는 4-3-3에서 미드필더 가운데 왼쪽에 배치될 때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한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포그바를 수비적 임무를 강조하는 4-2-3-1 포메이션의 2에 배치해 네마냐 마티치와 짝을 이루길 바랐다. 포그바는 공격적 강점도 잃고 수비적으로 약점이 되기도 했다. 리듬과 흐름이 중요한 포그바의 최근 기세가 좋지 않다.'
지난 1월 영입한 산체스 역시 주로 왼쪽 측면에 배치됐지만 예전 같은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맨유는 보다 수비에 역점을 두고 있어 측면 공격수들이 수비적으로 가담해야 할 일이 많다. 산체스 역시 전방 압박 등 적극적으로 수비하는 선수지만, 수비 진영까지 깊이 내려오면서 공격에만 집중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산체스는 "새로 팀을 옮긴 뒤 아주 빠르게 모든 것들을 바꾸긴 어렵다. 팀이 바뀐다는 것은 아주 어색한 일"이라고 팀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스널에선 최전방에 배치돼 전방 압박과 공격에 무게를 두고 경기를 치렀다.
앙토니 마시알, 마커스 래시포드 역시 산체스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돌파와 마무리가 강점인 선수들이 수비에 더 많은 힘을 쓰면서 강점마저 잃고 있다는 뜻. 후안 마타는 좁은 공간에서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선수지만, 수비 가담이 많지 않아 무리뉴 감독의 눈 밖에 났다. 이미 첼시를 지도할 시절 마타의 이적을 허용했다.
◆ 재능 있는 선수들을 잃을까
레드냅은 장기적으로 보면 팀의 퀄리티가 떨어질 것을 우려했다. 일단 선수들의 만족도가 떨어진다. 디디에 데샹 프랑스 A대표 팀 감독이 20일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에서 "포그바는 즐겁게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틀림없이 즐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포그바가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하면서 경기 내용에 불만을 가졌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비야와 치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1-2 패)에서도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시작했다. 득점이 필요한 경기였지만 무리뉴 감독은 포그바 대신 마루앙 펠라이니를 선발로 택했다.
무리뉴 감독은 언제나 공수 밸런스를 강조하는 지도자다. 공격수에게도 수비력을 요구한다. 공격적인 경기를 하고 싶은 선수들은 맨유 이적을 선택하지 않거나, 지금 보유한 선수들도 팀을 떠날 수도 있다. 레드냅은 "몇몇 좋은 선수들을 잃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들여서 공격적인 경기를 하지 못한다는 비판. 맨유와 무리뉴 감독의 해답은 무엇일까.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