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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외계인, 알면 그냥 사람… 함께 만들어야할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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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 정보전이다. 심지어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감독이 무선 기기를 통해 외부에서 정보를 전해 들을 수 있다. 여럿의 힘이 필요하다. © News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1970~80년대 독일 분데스리가를 누비며 '차붐' 열풍을 일으켰던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지난 1월 뉴스1과의 신년인터뷰에서 "나는 아무 것도 모르던 곳에서 뛰어야했다. 경험하지 못한 이들과 싸워야했으니 공포감이 들었던 게 당연하다"면서 정보 부족에서 오는 불안이 있었음을 고백한 바 있다. 이어 "우리는 몇 달 전 잡지에 나온 정보만 가지고 해외 선수들과 겨뤘다. 꿈에서나 보았던 세계와 싸웠던 때"라고 덧붙였다. 

그냥 옛 무용담을 전하기 위해 꺼낸 회상이 아니었다. 다가오는 6월,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는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한 전제였다. 

차범근 감독은 "여전히 우리는 월드컵에서 약체이고 도전자"라면서도 "그렇다고 별나라 사람들과 축구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지금은 실시간으로 상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어차피 다 예상 가능한 수준"이라는 말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힘을 북돋았다. 

격려의 박수인 동시에 상대를 잘 파악한다면 두려움을 줄일 수 있다는 조언이기도 했다. 주목할 것은 후자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처지는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적어도 장외전쟁에서 밀리면 곤란하다. 대표적인 것이 '정보전'이다. 

선수들만 겨루던 시대는 훨씬 전에 막을 내렸다. 벌써 16년 전인 2002년, 한국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작성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이전 한국축구의 주먹구구 방식과는 다른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 그리고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에서 기인했다. 그때를 기준을 삼아도 시간이 많이 흘렀다. 당연히 '모두가 만드는' 월드컵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한국축구는 당장 4년 전, 준비 부족으로 쓴맛을 보았다. 한국은 미국 마이애미를 거쳐 브라질 남부에 위치한 이구아수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는데, 대회 후 발행한 '백서'에 따르면 정작 브라질 날씨가 추워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반성이 담겨 있다. 기후 변화와 음식 조절에 실패, 선수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일도 있었다. 

본선 상대국 분석도 안일했다. 한국의 1승 제물로 여겼던 알제리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강했고, 당황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2-4로 완패했다. 사전에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첫 번째 잘못이고, 예상 시나리오와 다른 일이 발생했을 때 대처 능력이 떨어졌던 것도 아쉽다. 당시를 반면교사 삼아 러시아 월드컵은 철저히 준비해야한다. 

그 준비는 비단 감독만의 몫이 아니다. 소수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알짜배기 정보를 수집해야하고 거짓된 정보를 추리는 작업도 병행되어야하는데 감독과 코치 몇 명으로는 불가능하다. 당연히 우리 대표팀도 다양한 스태프들이 뒤를 받치고 있다. 인원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제는 경기 중에도 감독에게 정보를 주는 행위가 가능해지는 까닭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달 27~28일 러시아 소치에서 월드컵 출전국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열어 새로운 규정들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 도입과 함께 새로운 전자기기 도입을 결정했는데 바로 '감독의 헤드셋 사용'이다. 

이 결정과 함께 관중석(기자석)에 3명의 코칭스태프가 배석(분석 스태프 2명+의무 스태프 1명), 경기 중 감독에게 정보를 제공하거나 전술변화를 조언할 수 있다. 예전이라면 퇴장감 행위인데 이제는 공식적으로 가능하다. 

한국 대표팀 역시 이에 대비한다. 관련해 축구협회 관계자는 "스페인 출신의 경기 분석 코치를 한 명 더 영입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토니 그란데 수석코치의 추천을 받은 인물로, 이미 신 감독의 면접을 마쳤으며 다가오는 유럽 원정 때부터 정식으로 합류할 것이라 덧붙였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했다. 가뜩이나 도전자인 한국은 시작부터 주눅 들지 않기 위해서는 든든하게 알고 들어가야 한다. 생각했던 것과 다르면 더 당황스러운 법이다. 

차범근 감독 말대로, 모르면 외계인 같은 공포감이 찾아온다. 하지만 막상 알고 보면 그들도 결국 사람이다. 그 작고도 큰 차이를 위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월드컵까지 3달 남았다.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기사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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