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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류현진, 커브 회전수↑ 그러나 여전히 남은 숙제

난라다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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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사진=엠스플뉴스 조미예 특파원)
 
 
[엠스플뉴스]
 
어떤 투수가 새로운 구종을 개발하거나, 기존부터 던지던 구종을 개선하는 것은 대부분 스프링트레이닝에서 이루어집니다. 
 
올해 류현진(30, LA 다저스)은 그중에서도 특별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류현진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투심 패스트볼 장착과 커브블의 회전수 증가라는 두 가지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최우선 순위는 단연 투심 패스트볼입니다. 주력 패스트볼을 바꾼다는 것은 한 투수의 투구 스타일 자체를 바꿔놓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 6일(한국시간) 등판 후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투심 패스트볼이 아닌 커브볼에 대해서 주로 얘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류현진의 커브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커브볼은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구종입니다. 또한, 결정구로 활용되는 비율이 낮았기 때문에 묻혀진 감이 있지만, 커브볼(.145)은 지난해 류현진이 던진 모든 구종 가운데 가장 낮은 피안타율을 기록한 구종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얘기는 지난 칼럼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습니다(관련 기사: [이현우의 MLB+] 커브볼 혁명에 동참한 류현진).
 
그리고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시범경기를 통해 우리는 류현진의 새로운 커브볼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MLB.com 켄 거닉에 따르면, 이날 류현진이 던진 커브볼 7개의 평균 회전수는 분당 2,551회(최저 2,432회, 최고 2,701회)로 지난해 분당 2,422회에 비해 약 100회가량이 늘어났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회전수를 보였던 커브볼은 2회말 데이빗 달을 상대로 나왔습니다. 바깥쪽 낮은 쪽으로 떨어지면서 헛스윙을 유도한 멋진 공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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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12일 경기에서 데이빗 달을 상대로 던진 커브볼(영상=엠스플뉴스)
 
 
 
하지만 사실 이날 던진 나머지 6개의 커브볼은 이 공만큼 좋지 않았습니다. 엠스플뉴스 조미예 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 류현진 스스로도 "회전을 많이 주려고 하다 보니 제구가 안 잡히고 있다. 빠지거나 너무 빨리 꺾이면서 홈 플레이트 앞에서 떨어지고 있는데, 중심을 잘 잡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공과 나머지 공의 차이점은 무엇이었을까요?
 
달라진 류현진의 커브볼 무브먼트, 그리고 '인식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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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달을 상대로 커브볼을 던졌을 때 릴리스포인트(공을 놓는 위치)(사진=엠스플뉴스)
 
 
 
류현진의 커브를 분석하는 데 있어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MLBAM 산하 <베이스볼서번트>에서 시범경기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수치를 통해 무브먼트(movement, 공의 움직임)와 릴리스포인트(release point, 투수가 공을 놓는 위치)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부득이하게 영상을 다운로드 받아 0.2배속으로 느리게 재생하면서 분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필자는 영상을 비교 반복 재생하면서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특이한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커브볼을 놓는 릴리스포인트입니다. 달을 상대로 커브볼을 던졌을 때 류현진의 릴리스포인트는, 지난해 커브볼을 놓는 위치보다 확연하게 낮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커브볼이 그리는 궤적 역시 다른 때와는 달랐습니다.
 
지난해까지 류현진의 커브볼이 그리는 궤적은 전통적인 슬로우 커브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12일 경기에서 달을 상대로 던진 공은 최근 메이저리그에 유행하고 있는 너클커브(또는, 스파이크 커브)와 더 유사해 보입니다. 너클커브란 검지를 세우고 그립을 잡음으로써 회전수를 더하는 변형 커브의 일종을 말합니다. 
 
한편, 요즘에는 굳이 너클커브 그립을 잡지 않고도 그와 유사한 회전수 많은 커브를 활용하는 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저스틴 벌랜더나 리치 힐이 대표적인 사례죠.
 
그런데 너클커브를 포함한 최근 유행하는 '회전수 많은 커브'와 전통적인 커브 사이에는 그립 외에도 또 다른 차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공을 던진 직후에 떠오르는 듯한 움직임의 유무입니다. 전통적인 커브는 공을 던진 직후에 떠오르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 후에 서서히 하강 운동을 시작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반대로 최근 유행하는 커브는 그런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이는 두 가지 구종을 대표하는 투수들인 클레이튼 커쇼(전통적인 슬로우 커브)와 랜스 맥컬러스(회전수 많은 너클커브)의 차이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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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서번트에서 제공하는 3차원 투구 분석 도구를 통해 본 클레이큰 커쇼의 커브(청록색)(자료=베이스볼서번트)
 
 
 
그림으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클레이튼 커쇼가 던지는 커브는 던지는 순간부터 나머지 두 구종과는 다른 궤적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공이 하강하는 폭이 작아서 처음부터 공이 둥실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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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서번트에서 제공하는 3차원 투구 분석 도구를 통해 본 맥컬러스의 커브(보라색)(자료=베이스볼서번트)
 
 
 
반면, 맥컬러스의 너클커브는 던져진 이후에도 한동안 패스트볼과 비슷한 궤적을 그립니다. 물론 일정 시점이 지나면 나머지 두 구종에 비해 높은 궤적을 그리긴 하지만, 커쇼가 던지는 전통적인 커브에 비해 그 차이가 미미합니다.
 
물론 두 가지 구종 다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습니다. 커쇼의 커브는 패스트볼과의 낙차 차이와 구속 차이를 극대화시킬 수 있기에 위력적입니다. 반대로 맥컬러스의 커브는 궤적상으로나 속도상으로 패스트볼과 구분하기가 어렵기에 위력적인 구종입니다. 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스탯캐스트의 새로운 기능인 인식지점(recognition point)입니다. 
 
인식 지점이란 말 그대로 해당 공이 어떤 구종이고, 어디(로케이션)로 오게 될 지 타자가 처음으로 인식할 수 있는 지점을 말합니다. 그림상으로 붉은색 원 안에 있는 흰색 야구공이 그것입니다. 이렇게 타자들은 궤적과 속도를 통해 본능적으로 한 공의 구종과 로케이션을 예측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투수라도 구종별로 처음 인식할 수 있는 지점이 각각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타자가 인식할 수 있는 공은 커브입니다. 특유의 떠오르는 움직임 때문이죠. 그렇기에 당연히 타자들은 해당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커쇼의 커브를 더 빨리 눈치챕니다. 반면, 맥컬러스의 커브는 던져진 이후에도 한동안 패스트볼과 비슷한 궤적을 그리기에 타자들이 커브인 것을 눈치챌 수 있는 지점이 상대적으로 늦을 수밖에 없습니다.
 
류현진+커쇼와 맥컬러스+벌랜더의 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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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서번트에서 제공하는 3차원 투구 분석 도구를 통해 본 류현진의 커브(청록색)(자료=베이스볼서번트)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 글의 목적은 두 가지 커브의 우열을 가르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두 선수가 던지는 커브의 특성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이번에는 류현진이 2017시즌 던진 커브볼의 궤적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림으로 확인할 수 있듯이 류현진이 2017시즌 던졌던 커브는 커쇼의 그것을 닮았습니다. 일명 전통적인 슬로우 커브입니다.
 
류현진이 올해 커브볼에 회전수를 더하겠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전자(전통적인 커브)에서 후자(너클커브를 포함한 회전수 많은 커브)로 변신을 시도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맥컬러스를 포함한 커브볼러들이 그렇듯이 커브볼과 패스트볼과의 '분리지점'을 최대한 늦추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사실 그 해답은 간단합니다.
 
바로 커브를 던질 때 릴리스포인트를 낮추는 것입니다. 커쇼를 포함한 전통적인 커브를 던지는 투수들은 커브볼의 낙차를 늘리기 위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공을 높은 곳에서 뿌린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다른 구종과의 궤적 차이가 큰 것입니다. 반면, 회전수 많은 커브볼을 던지는 투수들은 패스트볼과 거의 같은 위치에서 공을 뿌린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대신 강한 탑스핀(topspin) 통해서 릴리스포인트 차이로 인해 발생한 낙차 차이를 메우게 되는 것이죠. 즉, 최근 류현진이 던지는 커브가 가끔씩 홈플레이트 앞에서 공이 먼저 떨어지는 것은 회전수는 늘어났는데 릴리스포인트는 그대로이다 보니 생기는 현상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그립으로 회전수 많은 커브를 던지는 벌랜더와의 비교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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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튼 커쇼(좌)의 커브 릴리스포인트(청록색)과 랜스 맥컬러스(우)의 커브 릴리스포인트(보라색)비교. 커쇼의 릴리스포인트는 다른 구종에 비해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반면, 맥컬러스의 릴리스포인트는 다른 구종과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위치에 형성되어 있다(자료=베이스볼서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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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좌)의 커브 릴리스포인트(청록색)과 저스틴 벌랜더(우)의 커브 릴리스포인트(청록색)비교. 류현진의 릴리스포인트는 다른 구종에 비해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반면, 벌랜더의 릴리스포인트는 다른 구종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약간 낮은 위치에 형성되어 있다(자료=베이스볼서번트)
 
 
 
따라서 류현진이 12일 경기에서 달에게 던졌던 것처럼 위력적인 커브를 꾸준히 던지기 위해서는 높아진 회전수에 맞게 릴리스포인트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패스트볼과 비슷한 릴리스포인트에서 커브를 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릴리스포인트 재조정은 회전수를 높이는 일보다 몇배나 힘든 일이 되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과거 체인지업과 커터를 손에 넣었던 과정을 떠올려본다면, 스프링트레이닝 전까지 새로운 커브볼을 던지는 완벽히 요령을 터득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달을 돌려세우고 더그아웃으로 걸어가는 팔동작에서 알 수 있듯이, 류현진은 새로운 구종을 익히기 위해 그 어느때보다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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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기자

기사제공 엠스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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