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MLB 통산 3000안타를 달성한 스즈키 이치로가 모자를 벗어 관중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엠스플뉴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시애틀 매리너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상륙한 만 27세의 일본인 외야수는 타율(0.350) 안타(242개) 도루(56개)에서 AL 1위를 석권하며, 올해의 신인상과 MVP를 동시에 수상한 역대 두 번째 선수가 됐다. 2010년까지 10년 연속 3할 타율-200안타-20도루를 기록하며 10년 연속 올스타-골드글러브에 선정된 그는, 2011년 7월 24일을 마지막으로 팀을 떠났다.
그 후 7년 반이 지난 지금, 어느덧 만 44세가 된 그 선수의 시애틀 복귀가 다가오고 있다. 그는 바로 이치로 스즈키(44)다. 6일(이하 한국시간) 복수의 매체는 이치로와 시애틀이 1년 계약에 합의했으며, 계약 성사를 위한 단계로 신체검사만을 남겨두고 있다고 전했다.
17년 전과는 많은 점이 달라졌다. 17년 전 시애틀 구단 및 팬들은 일본프로야구(NPB) 통산 타율 .353을 기록하던 이치로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의 1번 타자 가운데 한 명이 되길 바랐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시애틀 팬들이 이치로에게 바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경기장에서의 활약 여부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이치로는 켄 그리피 주니어와 에드가 마르티네스만큼이나 팀의 역사를 상징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그리고 올해는 사실상 이치로의 미국 무대에서 마지막 시즌이 될 가능성이 높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마지막 시즌을 함께하고 싶어 하는 것은 모든 야구팬들이 마찬가지다. 시애틀 구단이 이치로를 영입하기로 한 것에는 이런 계산이 깔려있을 공산이 크다. 계약 임박 소식이 전해진 날, 주전 외야수 반 가멜이 사근 부상으로 6주간 뛰지 못하게 되면서 그의 공백을 메워줄 외야수가 필요했던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겠지만 말이다.
물론 이치로라고 이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그는 일본으로 복귀해 안락하게 은퇴하는 대신 메이저리그에서 1년 더 도전하는 것을 택했다.
이치로의 새로운 도전: 만 51세까지 현역 생활
2001년 스즈키 이치로가 타격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다. 왼손을 오른쪽 어깨에 올려놓고 오른손으로 배트를 직각으로 세워 투수를 가리키는 동작은 일명 '사무라이 자세'라 불리며 이치로의 상징과도 같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이치로는 아이치현 나고야 외곽에 있는 도요야마라는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만 7세 때 리틀야구팀에 가입한 그는 아버지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지'를 물었다. 그때 아버지가 고안해낸 방법은 매일 50개씩 투구하고, 50번의 내야 수비 연습을 하고 50번의 외야 수비 연습을 한 다음, 500구의 타격연습을 하는 것이었다(출처: The Meaning of Ichiro, 2009)
이치로가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쓴 일기에 따르면, 그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이후로 1년에 360일을 위와 같이 강도 높은 방식으로 연습했다. 그리고 이런 연습량은 이치로가 자신이 반드시 프로야구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하는 근거였다. 훗날 프로가 된 다음에도 그는 마치 수도승처럼 하루 24시간을 야구에 투자해왔다.
그는 경기 시작 5시간 전에는 경기장에 도착해 늘 같은 방식으로 스트레칭을 하고 타격 연습을 한다. 혹여나 있을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더그아웃에 있을 때는 나무 막대기로 발바닥을 꾸준히 문지른다. TV를 볼 때는 시력 유지를 위해 선글라스를 낀다. 매일 아침엔 카레를 먹고, 점심으로는 페퍼로니 피자를 먹는다. 비시즌에도 특수제작된 기구를 활용해 매일 세 차례씩 운동한다.
이런 루틴을 바탕으로 이치로는 만 38세였던 2012년까지 체지방 비율을 6%로 유지해왔다. 이와 같은 자기관리야말로 이치로가 1980년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뛴 타자 가운데 일곱 번째로 많은 나이에도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이다. 그런 이치로에게는 마지막 남은 '자신과의 약속'이 있다. 바로 만 51세까지 현역으로 뛰겠다는 것이다.
이치로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오릭스(이치로의 친정팀)의 회장 미야우치 요시히코는 지난해 "이치로는 51세까지 현역으로 뛰고 싶기 때문에 등번호 51번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100년이 넘는 역사에서 만 50세가 넘어서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뛴 선수는 모두 6명(사첼 페이지, 잭 퀸, 찰리 오리어리, 닉 알트록, 미니에 미노소, 짐 오루크)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모두 1980년대 이전에 뛰었던 선수들로, 전체적인 선수 수준이 높아진 이후 최고령 기록은 만 49세(제이미 모이어, 훌리오 프랑코)가 한계였다. 이번에도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킨다면 이치로는 1980년대 이후 유일한 50대 빅리거가 될 것이다. 그러나 타율 .291 10도루 WAR 1.4승을 기록했던 2016시즌 같은 활약을 재현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이루기 어려운 목표다.
지난해 타율 .255 1도루 WAR -0.2승을 기록하자, FA 시장에서 그의 말을 빌리자면 “애완동물 가게에서 팔리지 않고 남은 큰 개"가 된 것을 떠올려보자. 따라서 선수 생활 연장을 위해선 그 어느 때보다도 올해 성적이 중요하다.
2018년 이치로가 쌓을 마일스톤은?
그렇다면 어쩌면 메이저리그에서의 마지막해가 될지도 모르는 올해, 이치로는 어떤 방식으로 기용될까? 우선 주전 좌익수로 내정되었던 가멜이 복귀하기 전까지는 좌익수 자리를 놓고 기예르모 에레디아와 함께 경쟁을 펼치게 될 확률이 높다. 그때 경쟁력을 보이지 못한다면 제4, 5 외야수, 심하면 지명할당(DFA)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다.
이에 따라 야구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서 제공하는 두 프로젝션(Projections, 성적예상시스템)도 제각각이다.
ZiPS 프로젝션은 이치로가 에레디아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거나 혹은 프랜차이즈로서 대우를 받아 127경기 250타석에 출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이치로는 60개의 안타를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Steamer는 이치로가 얼마 못 가 방출될 것이라고 예상했기에 19경기 76타석밖에 보장받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예상 안타수는 18개다.
Steamer와 ZiPS로 본 2018년 이치로의 예상성적(자료=팬그래프닷컴)
두 가지 프로젝션 상으로 이치로가 쌓을 마일스톤을 살펴보자. 만약 ZiPS의 예상대로 풀린다면 안타 60개를 추가한 이치로는 통산 3140안타를 기록하게 되는데, 이는 3141안타를 기록한 '타격의 달인' 토니 그윈에 이은 역대 20위의 기록이다. 반대로 19안타에 그칠 경우 이치로는 역대 21위인 데이브 윈필드를 넘지 못하고 그대로 22위인채 시즌을 끝마치게 된다.
한편, 이미 안타(2533개) 3루타(79개) 도루(438개) 타수(7858타수) 타율(0.322)에서 프랜차이즈 신기록을 갖고 있는 이치로가 넘볼만한 팀 내 기록으로는 출전경기(1844경기), 타석(8483타석), 득점(1176득점)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타석(191타석 차이)과 득점(43득점 차이)는 활약 여하에 따라 올해 현재 1위인 마르티네스를 따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까지 이치로가 메이저리그에서 쌓은 마일스톤과 수상실적은 아래와 같다.
마일스톤
* 미일 통산 4358안타(역대 1위)
* MLB 통산 3080안타(역대 22위)
* 미국 외 출생자 중 안타 1위: 3080안타
* 역대 네 번째 최소타석 3000안타: 10328타석
* 역대 최장 기간 연속 200안타: 10시즌 (2001~2010)
* 역대 최장 기간 연속 리그 안타 1위: 5시즌 (2006~2010)
* 역대 신인 시즌 최다안타 1위 242개 (2001)
* 역대 단일 시즌 최다안타 1위: 262개 (2004)
* 역대 5번째 3000안타 + 500도루
* MLB 올스타전 역사상 유일한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 (2007)
수상 실적
* 10년 연속 올스타 & 골드글러브 선정 (2001~2010)
* 아메리칸리그 MVP (2001)
* 아메리칸리그 올해의 신인 (2001)
* 아메리칸리그 타율 1위 2회 (2001, 2004)
* 아메리칸리그 도루 1위 1회 (2001)
* 아메리칸리그 최다안타 1위 7회 (2001, 2004, 2006~2010)
통산 성적
(NPB) 951경기 3619타수 658득점 1278안타 118홈런 529타점 199도루 타율 .353 출루율 .421 장타율 .522 OPS .943
(MLB) 2636경기 9885타수 1415득점 3080안타 117홈런 780타점 509도루 타율 .312 출루율 .355 장타율 .403 OPS .758
(합계) 3587경기 13504타수 2073득점 4358안타 235홈런 1309타점 708도루 타율 .323 출루율 .374 장타율 .435 OPS .809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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