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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량 폭발' 김연경이 만든, 만화보다 놀라운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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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중국리그 포스트시즌 맹활약... 공격 타점·각도, 런던 올림픽과 흡사

[오마이뉴스 김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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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경 최전성기' 2012년 런던 올림픽 경기 모습
ⓒ 국제배구연맹


대한민국 여자배구 국가대표 김연경(31세·192cm). 세계 어디를 가도 화제를 몰고 다니고, 열성 팬들이 많다. 만화 주인공보다 흥미로운 캐릭터 때문이다.

그가 실력으로 이룩해 온 업적 또한 세계 여자배구사에 영원히 남을 금자탑이다.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인 '살아 있는 레전드'다.

국제대회 최고봉인 올림픽에서 배구 변방이었던 대한민국을 36년 만에 4강으로 올려 놓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김연경은 압도적인 득점왕과 함께 여자배구 최우수 선수(MVP)로 선정됐다. 한국 여자배구 사상 최초의 일이다. 4위 팀 선수에게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국제배구연맹이 MVP를 수여할 정도 세계 최고 선수라는 걸 공인받은 것이다.

세계 여자배구 리그에서도 김연경은 '4개국 리그 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프로 데뷔 첫해인 2005~2006시즌 V리그부터 2017~2018시즌 중국 리그까지 가는 곳마다 마치 '도장깨기'를 하듯 정상을 밟았다. 

한국 V리그, 일본 리그, 터키 리그에서 모두 소속팀의 주 공격수로 맹활약하며, 팀을 우승시키고 본인은 MVP를 수상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와 유럽배구연맹(CEV)컵에서도 소속팀 페네르바체를 우승으로 이끌고 MVP를 수상했다. 

지난 1월 27일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중국 리그 '정규리그 우승'까지 확정지었다. 현재 중국 대표팀의 주 공격수이자 세계 정상급 선수인 주팅(25세·198cm·바키프방크)도 못해 본 일이다. 주팅이 2013~2014시즌부터 2015~2016시즌까지 활약했던 허난 팀은 3년 동안 9위~12위를 맴돌았다.

4개국 리그 우승을 이룩한 과정도 한 편의 드라마였다. 대반전의 연속이었다. 가장 큰 특징은 최하위 팀도 단숨에 우승 팀으로 만들어버리는 '신묘한 능력'이다. 

그리고 현재 김연경과 소속팀인 상하이는 오는 13일부터 시작되는 중국 리그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있다. 여기서도 우승하면, 무려 17년 만에 중국 리그 통합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김연경 우승을 막아라'... PO 직전 결성된 '리틀 중국 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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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경과 상하이 선수들... 오는 13일부터 펼쳐지는 2017~2018시즌 중국 리그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있다.
ⓒ 인스포코리아


만화보다 비현실적인 일은 또 있다. 김연경이 최근 자신의 최전성기 때 기량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김연경의 최전성기는 2012년 런던 올림픽(당시 25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올해 한국 나이로 31세다. 공격 파워와 점프가 전성기에 비해 떨어졌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리그 포스트시즌 4강 플레이오프(PO)에서 보여준 김연경의 기량은 그런 평가들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사실 정규리그 때까지만 해도 상하이(1위)가 장쑤(4위)에게 우세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는 상대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4강 팀들이 포스트시즌 탈락 구단에서 중국 현역 국가대표 선수들을 대거 임대로 영입하면서 판 자체가 바뀌었다. 선수 구성 면에서 4강 팀들이 정규리그와 사실상 다른 팀이 돼버린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규리그 막판까지 포스트시즌 탈락 위기에서 가까스로 4강 PO 티켓을 따냈던 장쑤가 가장 큰 성과를 올렸다.

장쑤는 현 중국 국가대표 주전이자 세계 최정상급 센터인 위안신웨(23세·201cm·바이 선전)와 지난해 중국 국가대표 레프트로 활약한 리징(28세·186cm·저장)을 영입했다. 장쑤는 이들까지 영입하면서 '리틀 중국 대표팀'이 돼버렸다. 

장쑤는 기존에도 중국 국가대표 주전급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공격진의 장창닝(24세·193cm)과 궁샹위(22세·186cm), 세터 댜오린위(25세·182cm), 센터 왕천웨(24세·193cm), 리베로 천잔(29세·180cm) 등 초호화 멤버들이 건재하다. 

만화보다 드라마틱한 '챔피언결정전 진출'

실제로 플레이오프 초반에는 객관적인 전력 차이가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 2월 24일 PO 2차전에서 장쑤의 위안신웨가 중앙 속공으로 2세트를 먼저 따낸 순간, 상하이는 그야말로 암울했다. 

?이미 1차전에서 1패를 안고 있는 상황이었고, 2차전 경기 내용도 장쑤의 일방적 우세로 끝날 것 같은 우려가 엄습했다. 마지막 5세트마저 상하이가 5-9로 크게 뒤지면서 2연패 직전의 위기 상황이 계속됐다. 이 경기마저 패한다면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매우 어려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상하이에게는 '김연경'이 있었다. 숱한 여러운 고비를 모두 뚫어내고 기적의 드라마를 써온 세계 최고의 선수다. 김연경과 상하이는 5-9에서 믿기지 않는 연속 9득점을 몰아치며 대역전극을 만들어냈다. 

역전의 출발 점도 김연경이었고, 종결 점도 김연경이었다. 더욱 인상 깊었던 장면은 김연경이 중국 국가대표 주전 레프트인 장창닝과 주고받은 고공 강타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역전극이 시작됐는 점이다. 만화나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시나리오를 현실에서 그대로 구현한 것이다.

지난 3일 PO 4차전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5세트 9-6으로 앞선 상황에서 김연경은 연속 3득점을 올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5세트에서만 6득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주도했다. 

김연경은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총 90득점을 장쑤 코트에 쏟아부었다. 경기당 22.5득점으로 팀 내에서 단연 최고였다. 챔피언결정전 진출의 일등공신임은 불문가지다.

더욱 놀라은 것은 김연경의 기량이었다. 공격의 타점·파워·각도가 런던 올림픽 때의 모습과 똑같거나 그 이상을 보여주었다. 공격한 볼이 상대편 코트 대각선 깊은 곳에 절묘하게 꽂힌 경우도 자주 나왔다. 리시브와 디그 등 수비력과 서브는 런던 올림픽보다 더 노련하고 안정적이다. 

세계 최고 '완성형 공격수', 그리고 한국 배구의 '숙제'

김연경이 가는 곳마다 소속팀의 위상을 급상승시키고, 우승 팀으로 만든 비결은 '완성형 공격수'이기 때문이다. 

공격 파워만 놓고 보면 전 세계적으로 김연경보다 더 나은 선수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배구가 공격만 잘한다고 승리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특히 공격, 수비, 서브, 팀을 이끌어가는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춘 '완성형 공격수'는 현존하는 여자배구 선수 중에서 김연경을 능가하는 선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요한 순간에 득점을 내주는 결정력 즉 '클러치 능력'이 압권이다.

종합적으로 기량을 평가하면, 김연경은 지금이 최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다.

도쿄 올림픽 출전이 지상과제인 한국 여자배구에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올림픽 메달이 배구 인생의 마지막 목표인 김연경 본인에게도 좋은 현상이다.

문제는 대한민국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KOVO) 등 배구계가 김연경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지금도 전성기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자체가 신기한 일이지만, 나이를 감안할 때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과 메달을 위해서는 특별 관리가 필수적이다. 눈앞의 성적에 급급해 김연경을 이런저런 국제대회에 출전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울러 김연경이 건재할 때 하루 빨리 장신 유망주를 발굴·육성해야 한다. 김연경의 공격과 수비 부담을 나눠질 선수의 끈질긴 발굴과 육성 없이 도쿄 올림픽 메달은 불가능하다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여자배구 세계랭캥 1위인 중국 국가대표팀과 중국 리그에서 맹활약하는 어린 장신 유망주들을 볼 때마다, 한국 배구계와 감독들이 이 문제에 무감각하고 뒤처져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지금 당장은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다른 세계 강팀들처럼 장신 유망주 일부는 주요 국제대회에 교체 멤버로라도 기용하면서 체계적으로 키워가야 한다. 그것이 배구협회와 KOVO가 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결국 그 과실은 프로배구 흥행으로 직결된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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