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가 중요했던 경기서 12명 로테이션 고집
소속팀에서도 드러난 라틀리프의 장단점 재연
상대 프레스에 고전…활용 못한 박찬희 카드
허재(53)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이 23일과 26일 열린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예선 1라운드 A조 3·4차전 홈경기에서 1승1패를 거뒀다. 홍콩과의 첫 경기는 93-72로 승리했지만 이어진 뉴질랜드 경기는 84-93으로 졌다. 최소 조 2위를 확보해 2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 했던 뉴질랜드 경기를 놓쳐 월드컵 본선 진출까지 험난한 길이 예고됐다. 뉴질랜드전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짚어봤다.
●12명 로테이션 굳이 고집해야 했나.
허 감독은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엔트리 12명의 선수들을 모두 기용했다. 자신의 철학대로 12명에게 모두 기회를 줬다고 볼 수도 있다. 허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대부분의 경기에서 가용인원의 폭을 넓혀 팀을 운영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변화가 필요했다.
안방에서 뉴질랜드를 잡았다면 1라운드를 조 2위 이상으로 통과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면 1라운드 남은 2경기 뿐 아니라 본선 진출권을 본격적으로 다투는 2라운드에도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경기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12명 로테이션을 포기할 수도 있어야 했다. 훈련 시간이 짧아 전술적인 변화를 줄 수 없었다면 정예의 멤버로 싸울 선택을 해야 한다. 코칭스태프의 과감한 선택에 아쉬움이 남는다.
●2% 부족했던 라틀리프 활용 방법
귀화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서울 삼성)는 공격과 리바운드 나무랄 것이 없었다. 그러나 모든 과정이 다 좋았던 것은 아니다.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허 감독의 말대로 지역방어의 이해도가 부족해 팀 수비가 원활하지 못했다. 라틀리프의 공격에 지나치게 의존해 다른 선수들의 활동 폭이 줄었다.
물론 이러한 부분은 어느 정도 예고가 됐다. 라틀리프가 소속팀에서 뛸 때도 비슷한 문제점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라틀리프를 선발하기로 결정한 이후 소속팀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고민하고, 대비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훈련기간이 짧아 수정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은 핑계다. 대표팀 합류 이전부터 준비했다면 어느 정도는 극복이 가능한 전략을 짤 수 있었다.
●박찬희 카드 안 썼나, 못 썼나.
허 감독은 경기 종료 후 뉴질랜드의 존 프레스와 맨투맨 프레스에 고전했음을 인정했다. 2쿼터 중반 두경민(원주 DB)을 허훈(부산 kt)으로 교체한 이유가 바로 상대의 프레스에 두경민이 실책을 연발했기 때문이었다. 이후에도 한국은 상대 프레스에 막혀 공격 코트로 넘어가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3쿼터 초반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3쿼터 오세근(안양 KGC)과 라틀리프가 연속 개인파울 3개째를 기록해 벤치로 물러난 이후 경기의 주도권을 완전히 뉴질랜드에 내줬다. 이 때 10점차로 벌어진 점수를 따라잡다 경기가 끝났다.
한국 선수 가운데 상대가 프레스를 펼쳤을 때 가장 효율적으로 파고 들 수 있는 선수가 박찬희(인천 전자랜드)다. 그런데 허 감독은 박찬희를 선택하지 않았다. 1쿼터에 베스트5에 포함된 출전했던 박찬희는 5분간 좋은 플레이를 했지만 2쿼터 이후 코트에서 사라졌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최용석 기자
기사제공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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