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만(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엠스플뉴스]
최지만(26, 밀워키 브루어스)이 시범경기에서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26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시범경기에서 투런 홈런 포함 2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면서 최지만의 시범경기 성적은 3경기 6타수 4안타 2타점 타율 .667 OPS 2.083이 됐다.
그러면서 '최지만이 올 시즌 밀워키 브루어스의 개막전 로스터에 합류할 수 있을지'에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월 16일 최지만의 미국 에이전시 GSM은 각 언론사에 돌린 보도 자료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에릭 테임즈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다. 부상 등 이변이 없는 한 개막 로스터 진입이 확실하다. 때문에 최지만의 경쟁자는 헤수스 아귈라 뿐이다. 밀워키로부터 '더 이상의 1루수 영입은 없을 것'이라는 확답을 받았다. 최지만이 스프링캠프에서 아귈라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한다면 개막전 로스터 진입도 가능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오류가 있다.
최악의 선택이 되어가고 있는 최지만의 밀워키행
야구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이 예상하는 밀워키의 1루 + 좌익수 뎁스차트와 해당 선수들의 2017시즌 성적. 1루수 4순위인 트래비스 쇼는 밀워키의 주전 3루수다. 최지만의 이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자료=팬그래프닷컴)
첫째, 우타 1루수인 아귈라는 좌타 1루수인 테임즈의 플래툰 파트너다. 반면, (양손 타격을 포기한) 최지만은 테임즈와 같은 좌타자다. 아귈라가 최지만과 비슷하거나 조금 못한 성적을 거두더라도 밀워키는 최지만이 아닌, 우타자인 아귈라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둘째, 실제로 최지만을 영입했을 때부터 시범경기가 한창인 지금까지 밀워키는 1루수를 영입하지'는' 않았다. 단지 외야수인 크리스티안 옐리치(트레이드)와 로렌조 케인(FA, 5년 8000만 달러)을 영입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외야진이 포화되면서 기존 주전 외야수이자, 팀 내 최고 연봉을 받는 라이언 브론이 1루수로도 기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잔여 연봉만 3년 5300만 달러에 달하는 브론이 테임즈의 1루 플래툰 파트너 및 외야수로 번갈아 기용된다면, 최지만으로서는 팀이 차라리 적당한 1루수를 영입한 것만 못하다.
한편, GSM은 "밀워키 측과 최지만의 포지션 활용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올 스프링캠프에서 최지만이 좌익수로도 다수의 경기에 출전할 예정이다. 타격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면 아귈라보다 활용도가 많은 최지만에게 기회가 먼저 주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주전으로 예상되는 옐리치, 케인, 산타나 외에도 지난해 20홈런 20도루를 달성한 중견수 케온 브록스턴과 브론이 있는 밀워키에서 최지만이 좌익수로 출전하기는 힘들다.
물론 밀워키가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투수진 보강을 위해 넘처나는 외야 자원을 트레이드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금지약물 적발 당시 '거짓말'과 그 후의 바이오 제네시스 스캔들로 인해 명예가 땅에 떨어진 브론을 제값을 받고 트레이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처음부터 많은 이들로부터 불합리성을 지적받았던 최지만의 밀워키행 선택은 현재까지만 놓고 봤을 땐 사실상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최지만이 최악의 선택을 한 것은 지난해 뉴욕 양키스행을 결정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최지만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1루수 또는 지명타자로 기용될 선수가 많은 양키스행을 선택했고, 그 결과 7월 6경기에서 2홈런 6타점 타율 .267 OPS .1066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팀에서 밀어주는 그렉 버드가 복귀하자, 마이너리그행을 통보받은 바 있었다.
그렇다면 최지만이 '현실적으로' 자신이 거둘 수 있는 최고의 시범경기 성적을 거두더라도 올해 밀워키에서 개막전 25인 로스터 합류는 불가능한 것일까?
시범경기 때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옵트아웃 잘 활용해야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시범경기에서 19경기 18안타 6홈런 13타점 타율 .353 OPS 1.159를 기록하고도 미네소타의 개막 로스터에 합류하지 못한 박병호다. 그 정도로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은 1루수가 팀의 시즌 계획을 뒤집고 개막전 로스터에 합류하는 것은 주전 선수의 부상 등 이변이 없는 한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주전 1루수인 테임즈뿐만 아니라, 우타자인 브론과 아귈라가 대기 중인 이상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최지만은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될 공산이 크다. 그다음에는 트레이드나, 부상 또는 부진을 통해 기존 1루수 자원 중 하나가 이탈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이는 어느덧 미국 진출 8년 차인 최지만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메이저리그와 마찬가지로 마이너리그 6년 차를 마친 선수들은 마이너 FA를 선언할 수 있다. 보통 마이너 FA 두 번까지는 소속팀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만 27세가 넘고, 그때부터는 마이너에서 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둬도 빅리그 콜업이 힘들어진다. 그러면 해외 진출을 모색하게 된다. KBO리그나 NPB에서 외국인 선수로 뛰는 선수들이 밟은 흔한 코스다.
한편, 최지만은 이번이 2번째 마이너 FA였다. 즉, 올해가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돌파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돌파구가 될 방법은 다름 아닌 옵트아웃(계약 기간 중 FA를 선언할 수 있는 권리)이다. GSM에 따르면, 최지만은 밀워키와 계약을 맺을 당시 '스프링캠프 말미와 2018년 6월 15일에 행사할 수 있는 2번의 옵트아웃 조항을 삽입했다.
즉, 성적이 좋은데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옵트아웃을 통해 타 팀으로 이적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뒀다는 얘기다. 따라서 시범경기가 끝날 때까지 인상적인 성적을 기록했는데도 밀워키에 자리가 없으면, 옵트아웃을 통해 1루 보강이 필요한 다른 팀으로 이적을 시도해 빅리그에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밀워키에서 개막 로스터 합류에 도전하거나, 옵트아웃을 통해 다른 팀으로 이적하기 위해선 지금의 성적을 잘 유지하는 것이 먼저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다시 결정의 순간이 찾아오면, 이번에야말로 최지만은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내릴 필요가 있다.
이현우 기자
기사제공 엠스플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