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시범경기 첫 경기에서 홈런 포함해서 2타수 2안타 3타점을 올린 맷 켐프. 그는 다저스 팬들의 열렬한 응원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다저스 복귀를 진심으로 기뻐했다.(사진=이영미)>
“웰컴 백, 맷 켐프!”
LA 다저스 스프링트레이닝 캠프인 캐멀백 랜치 글렌데일에선 선수들이 클럽하우스를 나와 훈련장으로 향할 때마다 양쪽으로 줄지어 서 있는 팬들을 만날 수 있다. 모든 선수들을 반기는 팬들이지만 특히 맷 켐프가 나타날 때는 팬들의 함성이 더욱 커진다. 맷 켐프가 다저스로 복귀한 사실을 반기고 응원하는 팬들의 진심이 함성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2014년 12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 될 때만 해도 LA 다저스와 맷 켐프의 인연은 마침표를 찍는 듯 했다. 맷 켐프가 다시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유니폼을 입었을 때 그한테서 다저스의 채취는 흔적조차 없었다. 그런데 올시즌을 앞두고 다저스가 아드리안 곤잘레스, 브랜든 맥카시, 스캇 카즈미어 등 잔여 고액연봉자들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애틀랜타가 그들을 받아들인 가운데 맷 켐프를 내놓았고, 켐프는 친구와 점심을 먹고 있던 중 에이전트로부터 다저스로 트레이드 됐음을 알게 된다.
다저스 팬들에게 맷 켐프는 ‘히어로’였다. 물론 그 히어로도 굴곡진 야구 인생을 보이며 다양한 희로애락을 안겼지만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매김했던 그가 팀을 떠났을 때는 모두가 슬퍼했고, 그리워했다. 이런 팬들에게 맷 켐프의 복귀는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었을 터.
24일, LA 다저스는 캐멀백 랜치 글렌데일 스타디움에서 홈구장을 나눠 쓰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을 치렀다. 다저스는 홈런 4개 포함 장단 14안타 13득점을 올리며 13-5 대승을 거뒀는데 이중 맷 켐프는 결승 3점 홈런을 포함해 2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시범경기 첫 경기였을 뿐이지만 맷 켐프의 존재감을 충분히 뽐냈던 경기이기도 했다. 시범 경기 개막 직전, 맷 켐프와 따로 인터뷰를 가졌다.
다저스 캠프에서 다시 당신을 만나게 돼 반갑다. 이전에 같이 뛰었던 선수들이 많지 않아 다저스 캠프가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을 것 같다.
“많이 다르다. 새로운 얼굴도 많고 익숙한 얼굴들도 있다. 다시 캐멀백 랜치(다저스 훈련구장)에서 훈련할 수 있게 돼 기쁘다. 난 야수조의 캠프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곳에 합류해서 훈련을 소화했다. 다저스로 트레이드 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당장 짐을 싸 오고 싶었을 정도였다. 역시 기대했던 대로 그리운 사람들을 다시 만나니 정말 행복하다. 모두가 시즌 준비를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클럽하우스 분위기도 아주 만족스럽다. 고향으로 돌아온 느낌이 든다.”
3년 전 다저스를 떠날 당시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었나.
“당연히 몰랐다. 나도 몰랐고,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시 다저스 트레이닝복을 입고 이곳에 있다. 다저스에서 모든 걸 즐길 준비를 마쳤다.”
사실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다저스에서 당신을 다시 트레이드할 거란 소문도 있었다.
“트레이드는 처음 겪을 때가 힘들지 이후엔 별다른 감정의 동요가 없다. 그리고 트레이드는 야구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트레이드는 선수가 조종할 수 있는 영역 밖의 일로 팀과 에이전트의 비즈니스로 인해 모든 일들이 결정된다. 다저스가 날 트레이드 시켰듯이 파드리스도, 브레이브스도 날 트레이드 시켰다. 그 결과 다시 다저스로 돌아오게 됐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앞날은 나도 잘 모른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온 힘을 다해 다저스의 승리를 돕는 것이다.”
<맷 켐프는 다저스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스프링캠프 내내 젊은 선수들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그이다.(사진=LA 다저스)>
다저스로 복귀하게 됐다는 소식을 어떻게 접했나.
“친구랑 점심을 먹던 도중에 에이전트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에이전트는 내게 트레이드됐다고 말하더라. 내가 어느 팀으로 가느냐고 물으니까 계속 웃기만 하다가 뜸을 들인 후 다저스로 간다는 소식을 전했다. 처음엔 거짓말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이후에는 떨리는 가슴이 진정되지 않을 정도로 기뻤다. 다저스 구단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고 나서야 모든 현실을 인정하게 됐다. 그 관계자가 내게 다저스에서 다시 뛰게 된 걸 축하한다고 말해줬기 때문이다.”
다저스로 돌아오긴 했지만 3년 전에 비해 역할이 조금 바뀐 것 같다.
“떠나기 전과 지금의 차이점 중 하나라면 내가 세 살 더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다(웃음). 나이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내 눈에는 그들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내가 그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건강을 어떻게 유지하는지, 또 어떤 자세로 훈련에 임하는지 등 내가 갖고 있는 야구 지식을 그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나 또한 젊은 선수들로부터 배울 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2015년 4월,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다저스와 경기를 치렀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흥미진진했다. 다저스 동료들의 스타일을 알기 때문에 경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미리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내 친구들을 상대로 열심히 경기를 풀어갔고 이겨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파드리스와 브레이브스에서 켄리 잰슨을 상대로 3타수 2안타를 쳤던 게 기억에 남는다.”
파드리스, 브레이브스 등 새로운 팀을 만날 때마다 적응해야 하는 숙제가 있었다. 그 부분은 어떻게 해결해 나갔나.
“당연히 팀마다 서로 다른 분위기를 형성한다. 다저스는 선수들의 연령층이 다양했고, 파드리스나 브레이브스는 라이징 스타들이 많았다. 어린 나이에 좋은 실력을 갖고 치고 올라오는 선수들이 많다 보니 다저스랑은 다른 색깔을 나타냈던 것 같다.”
당신의 야구 인생을 돌아보면 최고 정점을 찍을 때도 있었고, 부상 등으로 부진했던 적도 있었다.
“매 경기마다 야구를 잘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난 항상 최선을 다하려 했지만 결과는 종종 내 의도를 비켜나가곤 했다. 때론 그런 결과에 스트레스를 받고 심적 고통을 느낀 적도 있지만 ‘야구는 항상 잘 할 수 없다’는 마음의 소리에 위로를 받았다. 그럼에도 매번 일정한 실력을 보여줌으로써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야구하면서 가장 후회되는 점들, 가장 잘했던 부분들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난 지난 일들을 돌아보며 후회하지 않는 편이다. 후회하기 보단 지금의 내가 있기 까지 내 과거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 과거로부터 배운 것들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2010시즌을 떠올려보자. 선수 생활은 물론 사생활 관련해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한 칼럼에서는 당신이 팀 연습이나 경기에 집중하는 걸 소홀히 했고, 사생활을 즐기는 데에만 집중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다사다난했던 시즌이었음을 인정한다. 그 대신 내가 야구를 게을리 하거나 야구하는 것을 즐기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이다. 야구선수로써 그런 생각을 가지면 안 된다고 본다. 우리는 그때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해 다들 화가 나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힘들었지만 야구하는 것을 즐기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야구가 잘 될 때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감춰져 있던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힘든 일을 겪을 때, 당신은 그걸 어떻게 극복해 냈나.
“최대한 가족들이랑 시간을 많이 보내려 했다. 내가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내가 좋아하는 걸 즐기는 편인데 그중 하나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맷 켐프는 다저스로의 복귀가 자신의 야구 인생에 또 다른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믿었다.(사진=이영미)>
구단마다 차이점은 있지만 대부분은 세대교체를 이유로 나이 먹은 선수들을 주전에서 제외시키고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으려 한다. 젊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글쎄, 난 현재 로스터에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어린 선수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나이 많은 선수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건 웃기는 일이다. 경쟁은 나이가 많든 적든 똑같은 기회가 주어져야 공평한 것이다. 그리고 분명히 말하지만 난 항상 로스터에 내 이름을 올리고 싶다.”
파드리스에서 브레이브스로 트레이드 된 후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야구타운에서 뛰게 된 사실이 굉장히 흥분된다”고 말한 내용이 화제를 모았었다.
“다저스로 돌아온 후 기자들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때마다 내 대답은 똑같았다. 당시의 인터뷰 내용이 잘못 전달됐다고 말이다. 내가 말한 내용을 그대로 설명하겠다. ‘애틀란타가 야구타운인 이유는 애틀란타하면 브레이브스가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농구팀 애틀란타 호크스도 아니고, 풋볼팀 애틀란타 팔콘스 팀도 아닌 브레이브스가 생각나는 것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LA하면 레이커스 농구팀이나 코비 브라이언트, 샤킬 오닐을 떠올렸다. 그러나 LA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 오르는 등 좋은 모습을 보이자, 지금은 최고의 야구팬들을 형성한 야구팀이 됐다. 난 LA가 야구타운이 아니라고 말한 적이 없고 그럴 일도 없다. 지금까지 내가 성장할 수 있게끔 도와준 사람들은 다른 이도 아닌 다저스 팬들이다. 그 인터뷰로 인해 다저스 팬들이 많은 상처를 받았다. 난 다저스를 영원히 사랑하고, 팬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이나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의 야구는 1회부터 9회까지의 경기 중 어느 이닝을 달리고 있다고 보나.
“나는 현재 5회나 6회를 뛰고 있다. 프로 12년의 생활은 짧지도, 길지도 않지만 그래도 아직은 해야 할 것도 많고, 야구를 통해 더욱 즐기고 행복해야 할 일들이 많다. 난 항상 야구를 사랑했고, 야구를 위해 살았다. 앞으로도 그런 존재로 남을 것이다.”
맷 켐프는 인터뷰 말미에 샌디에이고에서도, 또 애틀란타에서도, LA란 도시를 그리워했다고 말했다. 다저스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했던 동료들이 보고 싶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런 그에게 야구인생의 9이닝은 어떤 의미인지를 물었다.
“내가 로스터에서 없어질 때?(웃음) 그 정도 돼야 9회를 마무리한다고 생각할 것 같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9이닝이 나한테는 멀고 먼 미래의 일이었으면 좋겠다.”
<맷 켐프에게 큰 힘이 돼 주는 저스틴 터너.(사진=이영미)>
<애리조나 글렌데일=이영미 기자, 통역 이윤혁>
기사제공 이영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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