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성] 무리뉴의 첼시전 승리 변칙 전술 ‘비대칭 포메이션’

 

맨유 무리뉴 감독의 변칙 전술이 이끈 승리였다.

 

지난 밤 맨유-첼시전은 순위 싸움에 중대한 일전이었다. 결과에 따라 상위권 순위가 요동칠 경기였다. 챔피언스리그 진출 순위 다툼이 여느 시즌보다 치열해 경기 결과에 쏠리는 이목이 더했다. 패하는 팀은 챔피언스리그 진출 싸움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었다.

 

무리뉴 감독은 이처럼 살 떨리는 승부에 변칙 전술을 들고 나왔다. 한쪽 측면을 의도적으로 비워두는 비대칭 포메이션이다. 무리뉴 감독은 스리톱을 세웠는데 선수들을 변칙적으로 위치시켰다. 마시알을 왼쪽, 루카쿠를 중앙, 산체스를 중앙 2선에 위치시켰다. 오른쪽 날개가 없는 스리톱이었다. 무리뉴 감독이 이와 같은 변칙적 승부수를 띄운 건 왜였을까?

 

1. 비대칭 포메이션의 전술적 이유

 

 

 

 

우선 비대칭 포메이션이 아주 낯선 전술은 아니다. 과거 무리뉴 감독이 종종 썼던 포메이션이다. 맨시티의 과르디올라 감독이 풀백을 중앙 미드필드로 이동시키는 것도 비대칭 포메이션의 일종이다.

 

비대칭 포메이션을 쓰는 이유는 의도적인 좌우 균형의 붕괴다. 일부러 한쪽에 선수를 집중시키거나 반대로 공간을 비워 공격하거나 수비하는 전술이다. 

 

비대칭 포메이션은 자신의 팀에 한쪽 사이드에 강한 선수들이 몰려 있다면 그 쪽을 집중할 때 쓴다. 예를 들어 왼쪽 측면에서 강점을 보이는 선수들이 많다면 왼쪽에 선수들을 집중시켜 싸우는 형태다. 자신들이 잘하는 걸 최대한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자신의 팀 말고도 상대가 특정 포지션에 약점을 보일 때도 비대칭 포메이션을 쓸 수 있다. 상대가 오른쪽 측면 수비에 허점을 가지고 있다면 해당 포지션에 집중해 상대를 공격하는 형태다.

 

비대칭 포메이션의 또 하나의 전술적 이유는 상대 수비수들의 마크 혼란이다. 일반적 포지션을 일부러 무너뜨려 상대 수비가 어딜 막아야 할지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다. 예컨대 오른쪽 날개에 서야 할 선수가 중앙으로 좁혀 서면 상대 왼쪽 풀백은 중앙으로 공격수를 잡으러 이동해야 할지, 그냥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할지 혼란스럽게 된다. 상대가 어정쩡하게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틈을 치고 들어가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전술이 비대칭 포메이션이다. 맨시티가 풀백을 중앙 미드필드로 이동시킬 때 상대 측면 선수들이 이동한 맨시티의 풀백을 마크하러 자리를 옮길지, 자신의 자리를 지킬지 우물쭈물하다 공간을 내주곤 하는 게 예다.

 

2. 마시알과 산체스의 공존

 

 

 

 

맨유가 첼시전에 비대칭 전술을 쓴 건 마시알과 산체스의 공존 이유가 가장 컸다. 지난겨울 산체스의 맨유 이적 후 팀에서 주로 왼쪽에 섰던 마시알과 래시포드가 자리를 잃고 말았다. 무리뉴 감독이 산체스를 왼쪽에 포진시키면서 이들의 자리가 애매해 진 것이다. 래시포드를 전방, 마시알을 오른쪽에 세우는 형태로 왼쪽의 산체스와 공존을 이루어내려 했지만 시너지 효과는 기대만큼 나오질 않았다.

 

무리뉴 감독이 산체스 영입 이후 선발로 마시알을 왼쪽에 세운 건 지난 밤 첼시전이 처음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그러면서도 산체스를 오른쪽 날개가 아닌 중앙 공격 2선에 배치시켰다. 마시알과 루카쿠, 산체스가 왼쪽에 치우친 좁은 삼각대형을 이룬 변칙적 스리톱이었다.

 

무리뉴 감독으로선 마시알을 익숙한 왼쪽에 세우면서도 산체스를 편안한 왼쪽에서 멀어지지 않게 하는 ‘묘수’를 꺼내든 것이다. 통계회사 Opta의 분석에 따르면 마시알과 산체스의 히트 맵이 왼쪽과 중앙에 집중된 것을 알 수 있다. 산체스를 왼쪽에서 멀리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올 시즌 루카쿠 다음으로 팀에서 많은 골을 넣고 있는 마시알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무리뉴 감독이 꺼내든 것이 비대칭 포메이션이었다. 

 

앞서 설명한 비대칭 포메이션을 쓰는 이유 중 자신의 팀에 한쪽 사이드에 강한 선수들이 모여 있을 때의 경우다.

 

3. 비대칭 전술 약점의 커버

 

 

 

 

맨유의 비대칭 포메이션은 측면이 강한 첼시를 염두에 둔 대응 전술이기도 했다. 맨유의 공격이 왼쪽에 집중되면서 공격 성향이 강한 첼시의 오른쪽 윙백 모지스와 후방 빌드업을 책임지는 아스필리구에타가 수비하느라 자신의 강점을 다 쏟아내지 못했다.

 

반대쪽의 뤼디거와 알론소도 혼선을 빚었다. 산체스가 중앙으로 좁히고 대신 발렌시아가 오버랩 들어오는 형태로 맨유의 오른쪽이 활용됐는데 첼시의 왼쪽 선수들이 산체스를 잡으러 안으로 좁히면 발렌시아가 측면으로 벌리고, 발렌시아를 잡기 위해 터치라인 쪽으로 이동하면 산체스가 열리는 일이 이어졌다.

 

물론 이러한 형태는 반대로 수비 시 맨유에게도 큰 부담이 된다. 의도적으로 오른쪽을 비워두었기 때문에 첼시가 그 쪽을 집중 파고들 경우 수비의 허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첼시가 전반 집중적으로 공략한 곳도 바로 맨유의 오른쪽이었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허리에 맥토미니와 마티치 2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두고 빌 수 있는 측면을 커버토록 했다. 실제 마티치(11.64km)와 맥토미니(10.96km)는 각각 팀 내 1위와 3위에 해당하는 활동량으로 넓은 공간을 뛰어다니며 비대칭 전술의 약점을 커버했다. 특히 맥토미니는 비대칭으로 비워 두었던 오른쪽 측면으로 계속해서 움직이면서 공간을 커버하는 동시에 자기 수비 지역에 들어올 경우 아자르를 전담 마크하는 형태로 이날 맨유 전술의 열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4. 포그바 활용의 실마리

 

 

 

 

맨유가 비대칭 전술을 쓰면서 포그바의 극대화 방안 실마리를 찾은 것도 소득이었다. 맨유가 비대칭 포메이션을 쓰면서 중앙과 측면을 커버하기 위해 마티치, 맥토미니를 함께 투입했는데 포그바를 포함해 이들 3명이 리그 경기에 동시 선발로 뛴 건 첼시전이 처음이었다. 포그바는 마티치와 맥토미니가 뒤에서 커버, 수비 부담을 덜고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자신이 선호하는 왼쪽 인사이드 하프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었다. 포그바가 유벤투스 시절 좋은 플레이를 보여줄 때의 포지션과 움직임으로 확실히 익숙한 형태였다. 

 

히트 맵을 보면 포그바가 거의 왼쪽 공격수처럼 뛴 것을 알 수 있는데 실제 포그바는 맨유 선수 중 상대 지역에서 가장 많은 패스(54개)와 가장 높은 패스성공률(87%)을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자신 있는 위치에 포진하면서 움직임도 활발했는데 포그바는 첼시전서 11.02km를 달리며 팀 내 2위의 활동량, 56회의 스프린트를 기록하면서 팀 3위의 단거리 질주 등 최근 경기 중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5. 전술 교과서와 같은 대처

 

 

 

 

무리뉴 감독의 첼시전 전술 승부수의 피날레는 81분 바이의 교체 투입과 스리백의 전환이었다. 첼시의 콘테 감독은 후반 중반 1-2 역전을 허용하자 78분 오른쪽 윙백 모지스를 빼고 스트라이커 지루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모라타와 지루를 동시에 활용하는 투톱 전환이었다. 그러자 바로 무리뉴 감독은 오랜 부상에서 복귀한 바이를 투입해 수비를 스리백으로 전환하는 전술적 응수를 했다. 투톱에는 스리백으로 대응한다는 전술 교과서와 같은 대처였다. 경기는 그대로 끝이었다. 첼시는 교체 투입된 페드로, 파브레가스 등 공격 자원들을 앞세워 득점을 노렸지만 맨유의 스리백에 막혀 골문을 여는데 실패했다. 

 

첼시 콘테 감독으로선 모라타의 오프사이드 판정이 못내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전술가로서 무리뉴 감독에게 전술과 전략에 있어 밀렸다는 게 더 뼈아플 수밖에 없는 무리뉴 감독의 전술적 대처와 승부수였다. 

 

결과적으로 이날 승리로 맨유는 2위를 지켰고, 첼시는 5위로 밀렸다. 콘테 감독의 타격이 클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