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믹스트존] 민유라를 기쁘게 한 말, "아이스댄스 선수죠?"

"예전엔 피겨 선수다 그랬는데 지금은 아이스댄스 선수다, 해주시는 게 정말 기뻤어요."

한국 아이스댄스의 역사를 새로 쓴 민유라(23)-알렉산더 겜린(25) 조의 얼굴엔 행복이 가득했다. 민유라-겜린 조는 19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쇼트댄스에서 기술점수(TES) 32.94점에 구성점수(PCS) 28.28점을 받아 총점 61.22점으로 연기를 마쳤다.

아이스댄스는 전체 24개 팀 중 상위 20개 팀이 프리댄스에 진출하는데, 연기를 마친 시점에서 민유라-겜린 조는 최소 16위를 확보하며 프리컷 통과에 성공했다. 프리댄스 곡인 아리랑을 평창겨울올림픽 무대에서 꼭 선보이고 싶다던 두 선수의 바람이 이뤄진 셈이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민유라와 겜린은 "쇼트를 통과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서 울었다. 키스 앤 크라이존에서 점수를 보고 정말 행복했다"며 "프리에 출전해 아리랑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쁘고, 얼른 가서 자고 쇼트를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민유라는 키스 앤 크라이존에서 점수를 보고 눈물을 터뜨렸다. 이유를 묻자 "기쁘고 떨리고, 너무 많은 감정이 스쳐지나갔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쇼트를 마쳤고 키스 앤 크라이존에서 가장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며 "앞 선수들이 시즌 베스트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서 우리도 그런 건 아닐지 걱정했다. 시즌 베스트(61.97점)에 가까운 점수가 나와 놀랐다"고 활짝 웃었다.

민유라-겜린 조는 앞서 팀 이벤트(단체전) 쇼트댄스 때 옷 끈이 풀어지는 불운을 겪었다. 민유라는 "오늘은 아예 30분 일찍 스케이트 신고 옷 세 군데를 아예 바느질해서 왔다"며 까르륵 웃었다. 이들은 그 사건이 화제가 돼 한국은 물론 일본, 캐나다, 스페인 등 전세계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민유라는 "일본 선수, 스페인 선수가 내게 '네 기사가 우리나라에서 많이 본 뉴스에 걸려있어!'라고 얘기해주더라. 연습하러 서울에 올라갔을 때도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셔서 신기했다"며 "전까진 알아보신 분들도 '피겨 선수'라고만 했는데 이젠 '아이스댄스 선수'라고 해주셔서 기뻤다"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민유라와 짝을 맞춰 출전하기 위해 귀화한 겜린은 "귀화한 이후 늘 내게 기회를 준 한국에 보답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왔다"며 가슴 벅찬 표정을 지었다. 민유라는 "내 마음 속 아리랑을 열어 보여주고 싶다"고 프리를 앞둔 각오를 전했고 겜린은 "오래 준비한 만큼 최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다. 프리는 기술적인 요소를 중시하는 쇼트보다 감정적이고 표현력과 서사를 보는 만큼, 그런 부분에 집중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강릉=김희선 기자 

기사제공 일간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