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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다르빗슈의 계약이 의미하는 것

난라다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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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뉴스]
 
지난 11일(한국시간) FA 선발 최대어 다르빗슈 유(31)가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다.
 
다르빗슈의 보장 금액 6년 1억 2600만 달러, 인센티브 포함 최대 1억 5000만 달러라는 조건은 현재까지 나온 올겨울 FA 가운데 가장 큰 계약 규모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11월 현지 사이트 'MLB 트레이드루머스'나 '팬그래프닷컴'이 예측한 보장 금액 1억 6000만~1억 6800만 달러에 비해 3400만~4200만 달러나 낮은 액수이기도 하다.
 
두 현지 사이트의 예상은 보수적이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FA 계약은 두 사이트의 예상 금액보다 높았으면 높았지, 낮은 경우는 드물었다. 
 
이에 ESPN 등 현지 매체들은 다르빗슈의 계약을 놓고 일제히 "이번 스토브리그가 얼어 붙어있다는 증거"라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다르빗슈의 계약에는 '예상보다 계약 규모가 작은 것' 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이를 요약해보면 아래와 같다.
 
1. FA 시장이 확실히 예전 같지 않다는 것
2. 그럼에도 구단들은 꼭 써야 할 곳에는 돈을 쓰고 있다는 것
3. 그동안 다르빗슈는 FA 시장에서 암초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것
4. 아리에타에는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
5. 컵스는 2020년까지 달릴 준비를 마쳤다는 것
 
먼저 FA 시장이 확실히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르빗슈 계약의 사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단들이 돈을 꼭 써야 할 곳에는 돈을 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일부 선수 및 에이전트 측의 주장과는 달리,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담합'을 통해 FA 몸값을 의도적으로 낮추려고 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또한, 다르빗슈 계약 이후 나오는 후속 보도를 보면 투수 FA 및 이적 시장이 활발하지 않았던 원인 가운데 일부는 '다르빗슈 계약이 늦어졌기 때문'이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다르빗슈 계약 후 바쁘게 돌아가는 투수 이적 시장
 
 
 
 
(다르빗슈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2경기에서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슬라이더 교정 후 월드시리즈 직전까지 매우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12일에 나온 기사들을 살펴보자. 먼저 다르빗슈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던 미네소타 트윈스가 크리스 아처(29, 탬파베이 레이스) 영입을 노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편, 미네소타와 함께 다르빗슈 영입 협상에 치중했던 밀워키 브루어스를 포함한 5개 팀이 제이크 오도리찌(27, 탬파베이 레이스)를 노린다는 기사도 나왔다.
 
그뿐만이 아니다. FA 선발 랜스 린(31) 영입에는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를 포함해 7~8개 팀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콜린 맥휴(30, 휴스턴 애스트로스)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한술 더 떠 워싱턴 내셔널스가 제이크 아리에타(31)와의 단기 계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이는 절대로 우연히 아니다. 
 
현재 선발 영입에 관심을 갖는 구단 대부분은 다르빗슈를 노리던 팀들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대체 왜 구단들은 다르빗슈 계약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을까? 원인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이번 FA 시장에는 다르빗슈를 제외하곤 다수의 구단으로부터 관심을 받을만한 엘리트급 선발이 없었으며, 그의 계약은 일종의 바로미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토브리그 초반까지만 해도 한 단계 낮은 평가를 받던 린과 알렉스 콥조차 1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원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이는 구단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액수였다. 둘과 1억 달러에 계약을 맺느니, 돈을 더 보태 다르빗슈를 영입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러다가 다르빗슈의 계약으로 덩달아 이들의 몸값이 조정되면서, 다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쯤 해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러면 아리에타는?' 그의 경우엔 전 소속팀 컵스의 '냉담'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리에타의 최근 3년간 평균구속 및 평균이닝 변화
 
2015시즌 94.6마일(152.2km/h), 등판 평균 7.0이닝
2016시즌 93.7마일(150.8km/h), 등판 평균 6.1이닝
2017시즌 92.1마일(148.2km/h), 등판 평균 5.2이닝
 
아리에타가 NL 사이영상을 차지했던 지난 2015시즌 이후 지속적으로 구속과 평균 소화 이닝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전 소속팀인 컵스는 아리에타와의 계약에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 올겨울 컵스는 반드시 A급 선발을 보강해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리에타 측과는 단 한 번 만났을 뿐이다. 그러자 겨울 초 1억 1000만 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제시받기도 했던 아리에타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뚝 끊겼다. 
 
이에 대해 USA 투데이의 밥 나이팅게일은 "아리에타를 노리는 팀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컵스가 아리에타의 외적인 부분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느냐'일 것이다. 컵스와 아리에타는 겨우내 계약 협상을 한번 가졌을 뿐이며, 그마저도 신통치 않았다"고 전했다. 아리에타를 가장 잘 아는 팀인 컵스의 소극적인 행동이 아리에타에 대한 다른 팀들의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왜 시카고 컵스는 다르빗슈에 주목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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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다르빗슈의 이적 전(위)과 NLCS 3차전 등판 직전 4경기(아래)의 릴리스포인트 위치 변화(패스트볼 기준). 릴리스포인트의 수직 높이가 확연히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좌우로 흔들리던 현상도 크게 개선된 점이 눈에 띈다. 포수 시점이며 가운데 네모는 기준을 잡기 위한 스트라이크 존이다(자료=텍사스리거)
 
 
 
한편, 컵스에겐 다르빗슈가 필요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대부분의 주축 선수(앤서니 리조, 크리스 브라이언트, 에디슨 러셀, 하비에르 바에즈, 카일 슈와버 등)가 2020~2021시즌을 마치고 FA가 되는 상황에서는 달릴 필요가 있었다. 둘째,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아리에타가 지난 네 시즌 반 동안 해온 역할을 대신해줄 '외부' 선발 투수가 필요했다.
 
지난해 12월 <디 애슬레틱>의 사하데브 샤르마는 테오 엡스타인 사장이 부임한 이래, 컵스가 자체적으로 생산해낸 투수의 숫자가 30개 구단 가운데 제일 적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6번의 드래프트에서 컵스가 뽑은 투수가 MLB에서 소화한 이닝은 단 30이닝에 불과했다. 따라서 오랫동안 정상급 활약을 펼쳐줄 선발의 영입은 필수였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아리에타는 그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고, 그들의 관심은 처음부터 다르빗슈에게만 집중되어 있었다. 그 선수를 예상 금액보다 3000만 달러 이상 낮은 금액에 영입한 것이다. 그러면서 얻게 된 효과는 원하는 선발 투수를 영입하면서도 연봉 총액을 사치세 기준선(1억 9700만$) 아래로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현재 예상 CBT 페이롤은 1억 9050만$).
 
게다가 지난 시즌 후반기 다르빗슈에게는 아주 흥미로운 변화가 있었다(관련 기사: [이현우의 MLB+] 다르빗슈의 변신, 뭐가 달라졌을까?)
 
다저스 코치진은 영입 직후 다르빗슈에게 당장 성적을 요구하기보다는 팔 각도를 내리는 등 투구 동작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그를 위해서 때로는 등판 일정을 조절하는 일도 있었다. 시즌 도중에 투구폼을 변경하는 것은 위험도가 높은 도박이다. 실제로 다르빗슈는 8월 5일 메츠전 이후 5경기에서 평균자책 6.94를 기록하며, 투구폼 변경에 따른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시즌 막바지가 되자 도박의 성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다르빗슈는 정규시즌 마지막 3경기에서 2승 0패 19.1이닝 평균자책 0.47을 기록했다. 그리고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11.1이닝을 2실점 14탈삼진으로 틀어막으며,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다르빗슈의 호투 비결은 릴리스포인트(release point, 공을 놓는 지점)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다르빗슈의 릴리스포인트 변화와 볼넷 비율
 
[다저스 이적 전] 릴리스포인트 178.9cm 9이닝당 볼넷 2.96개
[정규시즌 마지막 3경기] 릴리스포인트 171.3cm 9이닝당 볼넷 0.46개
[포스트시즌] 릴리스포인트 166.4cm 9이닝당 볼넷 0.50개
 
투구폼 수정 후 다르빗슈의 릴리스포인트는 무려 12.5cm나 낮아졌다. 팔의 높이를 낮춘 이유는 제구를 잡기 위해서다. 다르빗슈의 이적 전 팔 각도는 메이저리그 투수 가운데서도 높은 축에 속했다. 팔 각도가 높으면 구위가 좋은 대신 제구에 어려움을 겪기 쉽다. 확실히 다르빗슈는 지닌 구위에 비해 볼넷 허용이 많은 축에 속하는 투수였다(2017시즌 9이닝당 볼넷 2.8개).
 
하지만 월드시리즈 직전 5경기에서 다르빗슈는 30.2이닝 동안 단 2개의 볼넷만을 내줬다(9이닝당 볼넷 0.6개).  낮아진 릴리스포인트 높이에 적응함에 따라, 좌우로 넓게 산재되어있던 릴리스포인트가 한 점으로 집중되기 시작하면서(그림) 제구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이다. 게다가 월드시리즈에서의 부진은 후에 투구버릇 노출로 인한 것이었음이 밝혀졌다.
 
이미 밝혀진 투구버릇을 수정하기란 어렵지 않다. 만약 지난 시즌 막판 다르빗슈가 보인 제구력 개선이 릴리스포인트의 변화로 인한 것이었다면, 컵스는 다저스가 한 단계 더 뛰어난 투수로 각성시킨 다르빗슈를 연간 2100만 달러란 합리적인 연봉에 잡은 셈이 된다.
 
이로써 컵스는 2020년까지 달릴 준비를 마쳤다.
 
이현우 기자

기사제공 엠스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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