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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의 도전자'였던 두산, '위대한 왕조의 시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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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이었던 두산의 2016년, 미래는 더 밝다

[오마이뉴스이준목 기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역대 가장 완벽한 우승'을 이뤄내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두산은 2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8-1로 완승하며 4전 전승으로 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었다. 

지난해에 이어 한국시리즈 2연패이자 통산 5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를 동시 제패하며 1995년 이후 21년 만의 통합 우승을 이뤄냈다.

두산은 전신인 OB 시절 프로 원년(82년)부터 초대 우승을 달성하며 KBO의 명문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오랜 역사에 비하여 해태나 삼성, 현대, SK처럼 한 시대를 풍미한 '왕조'를 구축하지는 못했다. 두산은 2015년까지 단 한 번도 연속 우승을 달성한 적이 없었고 우승 사이의 기간(1982, 1995, 2001, 2015)도 꽤 길었다. 정규시즌 역시 2000년대 이후 올해 전까지는 아예 1위를 차지한 적이 없다.

두산의 포스트시즌 도전 역사

프로야구의 역사를 돌아봤을 때 두산은 원년을 제외하면 주로 최강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절대강자의 독주를 그나마 제어하는 '대항마'나 도전자의 이미지가 강했다. 1995년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던 LG 트윈스의 2연패를 저지하며 정규리그 역전 우승을 달성했고 한국시리즈에서는 롯데를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제압하고 통합우승을 거머쥐었다. 2001년과 2015년에는 정규시즌 3위로 한국시리즈에 올라 당시 최강 전력이라던 삼성을 물리치고 이변의 우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준우승을 차지한 시즌도 제법 많았다. 2000년 한국시리즈에서는 당시 최강팀 현대를 상대로 초반 3연패 이후 3연승을 거두는 이변을 일으키며 시리즈를 7차전까지 끌고 갔고, 2007년과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는 SK와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2013년 한국시리즈에서도 삼성을 한때 벼랑 끝에 몰아넣으며 장기 집권을 좀더 일찍 종식시킬 뻔했던 기회가 있었다.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두산은 승패를 떠나 역대 왕조들에게도 항상 껄끄러운 난적으로 꼽혔다. 

지난해 14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음에도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통합 5연패를 노리던 삼성이 주축 선수들의 불법 원정도박 파문에 휩싸여 전력누수를 겪으며 본의 아니게 이득을 본 부분이 있었다. 

올해 전력에서도 물음표가 꽤 많았다. 간판타자 김현수가 지난 겨울 FA 자격을 얻어 메이저리그로 진출했고 에이스 더스틴 너퍼트는 포스트시즌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정규시즌의 부진 때문에 노쇠화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불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최근 프로야구 판도에서 두산의 불펜은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못했다. 이처럼 하나하나 뜯어보면 불안요소도 적지않은 전력이었다.

무엇보다 두산에게는 한국시리즈 우승 징크스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우승을 차지한 이듬해 포스트시즌 진출조차 실패한다는 것은 두산의 오래된 트라우마였다. 경쟁팀들의 연이은 전력보강으로 인한 상향평준화도 두산의 독주가 쉽지않을 것이라는 전망의 이유였다.

압도적이었던 두산의 2016년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두산은 구단 자체는 물론이고 KBO 역사에 손꼽힐만한 역대급 시즌을 보냈다. 정규시즌에만 93승(1무 50패)으로 2000년 현대(91승)를 뛰어넘는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마운드와 타선 모두 완벽에 가까웠다. 올 시즌 두산은 팀순위 뿐 아니라 평균 자책점(4.45)-타율(.298), 홈런(183개)-타점(877개) 등 공수 주요 지표의 수위를 대부분 싹쓸이했다. 판타스틱 4'로 불리는 두산의 선발 4인방(니퍼트, 장원준, 마이클 보우덴, 유희관)은 KBO 역대 최초로 4명 모두 15승 이상을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고 총 70승을 합작하며 KBO 역대 최강의 선발진을 구축했다. 여기에 국내 최고의 포수로 성장한 양의지의 안정된 투수리드도 선발진의 호투를 끌어내는데 기여했다.

타선 역시 3할-20홈런 이상을 동시에 기록한 타자만 무려 5명(김재환-양의지-오재일-박건우-에반스)을 배출했다. 특히 새로운 4번타자로 자리매김한 김재환은 37홈런 124타점을 올리며 김현수의 공백을 완전히 지웠다. 여기에 민병헌-김재호-허경민-오재원-정수빈 등 상·하위타선과 주전-백업 구분을 막론하고 쉬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 '지뢰밭 타선'은 상대팀에게는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김태형 감독의 '형님 리더십'도 높은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두산을 2번이나 정상에 이끈 것은 김인식 전 감독(95,2001년)에 이어 두 번째다. 김태형 감독은 2005~2006년 선동열(통합 2연패)-2011~2015년 류중일(정규시즌 5연패, 한국시리즈 4연패)전 삼성 감독에 이어 사령탑 데뷔와 함께 2년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역대 3번째 감독이 됐다. 두산이 배출한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으로서는 최초의 우승감독이기도 하다. 그만큼 팀 사정에 밝고 구단이 추구하는 운영 방향과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최적의 리더십을 발휘할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다.

두산은 정규시즌 내내 선발투수들과 타선의 힘이 조화를 이루며 독주체제를 유지했다. 여름에 접어들며 7월에 NC에 잠시 선두를 빼앗기며 고비를 맞이하기도 했으나 얼마지나지 않아 다시 치고 올라왔다. 시즌 종료 시점에 2위 NC와의 격차만 무려 9게임이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두산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두산은 NC의 막강 타선을 상대로 4차전까지 38이닝간 단 2실점만을 내주며 한국시리즈 역대 최소실점 기록을 세우며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두산 선발진 판타스틱 4의 구위는 한국시리즈에서도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초반 타선이 터지지 않아 약간 고전하기도 했으나 2차전 이후로 공격력까지 살아나며 NC를 그야말로 농락했다. 역대 한국시리즈 7번째 4전 전승 기록이자, 정규시즌에 이어 가장 일방적인 한국시리즈라는 평가를 받았다.

두산, 새로운 왕조의 시대 여나

사상 첫 한국시리즈 2연패에 이어 정규시즌 통합 우승까지 달성한 2016년은, 두산 야구단 역사상 가장 완벽했던 시즌이자 새로운 왕조의 등장을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로 남는다. 80~90년대 해태 왕조의 시대였고, 2000년대에는 현대와 SK를 거쳐 2010년대 초반은 삼성 왕조의 전성기였다. 그리고 이제는 명실상부한 두산의 시대가 열렸다고 할만하다.

두산은 모든 면에서 장기집권에 충분한 토대를 갖췄다. '화수분 야구'라는 별칭처럼 두산은 안정된 선수육성 시스템을 바탕으로 주전들이 부진하거나 다른 팀으로 떠나더라도 언제든 그 자리를 메울수 있는 새로운 자원들이 끊임없이 탄생한다. 

두산은 프런트 야구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현장과 프런트의 철저한 분업화와 공존을 통하여 별다른 잡음없이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게 가능했다. 장기적인 선수 육성과 시스템 구축이라는 팀의 기존 철학을 이어가면서도 장원준의 FA 영입이나 니퍼트-보우덴의 사례에서 보듯, 팀에 정말 필요한 선수들이라면 확실하게 투자를 아끼지않는 과감하면서도 합리적인 결단으로 전력을 극대화했다.

또한 두산은 현재 KBO에서 세대교체의 선순환이 가장 잘 이루어지는 팀이다. 지나칠만큼 냉혹한 주전경쟁과 젊은 선수 중용으로 베테랑과 프랜차이즈 스타에 가혹하다는 지적도 받지만 그러한 무한 경쟁이 바로 지금의 두산을 만든 원동력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간 김현수-이종욱-손시헌-최준석 등이 팀을 떠났고 이들은 지금도 다른 팀에서 당당히 주전급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현재 두산에게서 이들의 공백은 느껴지지 않는다.

현재 두산의 중추는 20대 중후반의 젊은 선수들이다. 벤치에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특정한 주전급 선수 몇몇에 의존하지 않는 두산의 젊고 탄탄한 선수층은 향후 몇 년간 특별한 외부 영입이나 전력보강 없이도 충분히 KBO을 지배할수 있는 저력을 갖추고 있다. 과거의 해태나 삼성의 장기집권을 뛰어넘는 두산 왕조의 시대가 충분히 가능한 이유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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