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길을 잃었던 ‘블루드래곤’ 이청용(30)이 크리스털 팰리스를 떠나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소속인 친정팀 볼턴 원더러스로 임대 이적이 유력하다. 유럽에서 마지막 도전 꿈을 잃지 않은 본인의 의지와 새롭게 연을 맺은 에이전트사의 배려, 볼턴 시절 수장이었던 더기 프리드만 전 감독의 보이지 않는 힘까지 ‘삼박자’가 어우러진 결과다.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올 시즌 정규리그 1경기 출전에 그치면서 전력 외 취급을 받은 이청용은 올 겨울 새 둥지 찾기에 힘썼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 월드컵 본선 참가를 위해서라도 실전 감각을 되찾을 팀과 리그로 떠나는 게 중대 과제였다. 이청용의 현지 에이전트는 과거 박지성과 윤석영 등을 관리한 이탈리아인 루카 바셰리니다. 그가 볼턴과 협상 테이블에 앉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여름 이청용이 크리스털 팰리스로 이적한 뒤에도 볼턴은 2부~3부로 강등될 때마다 그를 찾았다. 올 시즌 역시 2부에서 하위권에 맴돌고 있는데, 한정된 예산 속에서 즉시 전력감을 찾았다.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자리잡지 못한 이청용을 다시 눈여겨봤다. 겨울이적시장 초반 루카와 볼턴 구단이 만났는데, 서로 원하는 조건이 맞지 않았다. 이청용의 주급서부터 차이가 발생했다. 루카는 협상 진전이 되지 않자 사실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새 둥지 찾기가 더뎌지면서 이청용은 이달 초 국내 에이전트사와 손을 잡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청용이 K리그 복귀를 염두에 둔 절차가 아니냐는 시선을 보냈다.
이청용의 에이전트 ‘인스포코리아’ 윤기영 대표는 “이청용과 아버지(이장석 씨) 모두 잉글랜드나 유럽 무대에 잔류하는 것을 우선으로 여겼다”며 “아시아에 오더라도 일본 J리그 정도 생각했다. 다만 서로 손을 잡은 시기가 워낙 늦었다. 월드컵이 있는 해여서 J리그 이적시장도 일찌감치 정리돼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시장 역시 이청용이 원하는 수준의 팀을 찾기 어려웠다. 윤 대표는 차선책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러다가 벨기에 주필러리그에서 중상위권 경쟁을 펼치는 생트뤼덴스와 연결됐다. 1924년 창단한 이 팀은 현재 정규리그 6위를 달리면서 상위권 도약을 노리고 있다. 올 초 서른 중반 일본인이 지분 90%를 인수했다. 윤 대표와 이전부터 인연이 있었던 인물이다. 아시아 선수 영입에 관심을 둔 그는 올 시즌 U-20 월드컵을 뛴 자국 19세 신예 도미야스 다케히로를 영입했다. 도미야스는 즉시 전력감이라기 보다 미래를 내다본 투자다. 그런 가운데 윤 대표를 통해 이청용의 상황을 듣고나서는 영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윤 대표는 “(일본인 회장이) 주급 등 조건을 잘 맞춰줬다”고 밝혔다.
다만 이때 잉글랜드에서 루카가 다시 볼턴과 견해를 좁히고 있었다. 벨기에행을 조심스럽게 염두에 둔 이청용은 익숙한 잉글랜드에 남고 싶었다. 더구나 볼턴은 마다할 팀이 아니다. 다만 에이전트가 교체된 상황이어서 시점이 애매했다. 윤 대표는 “우리 입장에서도 이청용이 잘 풀리는 게 훨씬 좋은 일이다. 처음에 (이청용과) 에이전트 계약을 할 때 잉글랜드 현지에서 진전되는 일은 루카가 우선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배려했다”고 말했다. 결국, 벨기에생트뤼덴스는 이청용 영입건이 미뤄지면서 다른 선수를 영입했다. 지속해서 이청용을 어필한 윤 대표 입장에서는 난처할 수 있었다. 그는 “먼저 벨기에 구단에 (이청용을)제안한 건 맞다. 이청용이 미안해했으나 ‘부담을 두지 말고 본인이 가장 좋은 선택을 하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청용과 볼턴은 주급 등에서 견해를 좁혔다. 크리스털 팰리스와 볼턴이 잔여 시즌 이청용 주급을 절반씩 책임지기로 했다. 볼턴행의 숨은 공로자는 과거 이청용이 볼턴에서 뛸 때 수장을 맡았던 더기 프리드만이다. 윤 대표는 “프리드만 감독이 현재 크리스털 팰리스 관계자로 일하는 데 예전부터 이청용을 너무나 아꼈다”며 “우리도 여러 차례 통화하면서 도와달라는 얘기를 했는데 이번 (임대 과정에서) 매우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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