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계약 후 조계현 KIA 단장과 손을 맡잡은 KIA 김주찬. KIA 타이거즈 제공
1·2번타자를 뜻하는 테이블세터가 한국야구 대표팀에서는 셋이었던 적이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이용규와 이종욱, 정근우가 모두 선발로 나섰을 때 이따금 시도됐다. 빠른 발과 주루센스, 정확한 타격을 앞세운 이들은 초반부터 상대의 마운드를 흔들었다.
비슷한 유형의 타자들이 2013~2014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됐다. 대표팀과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수십억원의 계약을 따냈다. 이젠 계약기간이 지났다. 다시 FA 기회를 손에 쥐게됐지만 올 겨울은 조금씩 다르게 보내고 있다.
롯데에서 주로 2번 타순을 맡은 김주찬은 2013시즌을 앞두고 4년 총 50억원의 FA 계약을 맺고 KIA로 이적했다. 전년의 이택근과 함께 사실상 ‘50억원 FA 시대’를 열어젖혔다. ‘오버페이’ ‘거품’이라는 말도 뒤따랐지만, 김주찬의 계약은 테이블세터 FA들의 계약 기준이 됐다. 2014시즌을 앞두고 정근우는 4년 70억원, 이용규는 4년 67억원에 함께 한화로 팀을 옮겼다. 같은 해 두산에서 NC로 FA 이적한 이종욱도 4년 50억원에 계약했다. 앞선 외야수들의 계약 덕분인지 LG 외야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던 이대형이 4년 24억원을 받고 FA로 KIA로 팀을 옮겼다.
1년 앞서 계약을 맺은 김주찬은 첫 해 부진했다. 4월 초 손목에 공을 맞아 약 두 달을 쉬더니 결국 그해 47경기를 뛰는데 그쳤다. 이듬해 타율은 3할4푼6리로 대폭 올랐지만 경기수 100경기는 기대치에 비해 적었다. 이용규도 2014시즌 부상 여파로 고전했다. 계약 첫 해 외야수보다 지명타자로 나오는 날이 많았다. 이용규(2할8푼8리)와 정근우(2할9푼5리), 이종욱(2할8푼8리)은 3할을 치지 못했다. 투고타저로 규정타석 채운 3할타자가 36명에 달하던 때였다. 오히려 기대치 않았던 이대형이 이용규가 빠진 KIA 1번·중견수 자리를 메웠다. 생애 최고 타율(3할2푼3리)에 4할 장타율, 이용규를 잡지 못한 KIA 구단을 향했던 팬들의 원성이 잦아들었다.
계약 종료가 다가오며 상황이 바뀌었다. 첫 해 반전을 이룬 이대형은 이듬해 kt로 팀을 옮겨 주전 외야수를 꿰찼다. 그러나 지난 시즌. 8월 왼쪽 무릎 부상으로 시즌아웃되며 수술을 받았고, 성적도 FA 취득 이전(2할6푼7리)으로 돌아갔다. 이종욱도 부상 여파로 대타로 출전하는 경우가 잦았다. 김성욱-김준완 등과 외야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처지가 됐다.
정근우와 이용규도 한화의 상위 타선에서 고군분투했지만 계약 마지막 해인 지난 시즌 부상 여파 때문에 예년보다 출장 경기수가 줄었다. 특히 이용규는 57경기에서 타율을 2할6푼3리 기록하는데 그쳤다. 반면 김주찬은 2016~2017시즌 건강한 몸으로 그라운드를 지키며 팀의 2년 연속 가을야구와 8년 만의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우승팀 주장’의 영예도 안았다.
뒤바뀐 이들의 처지는 이번 FA 시장에서 극명하게 갈렸다. 김주찬은 부상 여파로 계약기간보다 1년을 더 뛴 뒤 FA자격을 얻었지만 2+1년 37억원 계약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종욱은 ‘1년 5억원’ 계약에 그쳤다. 이용규는 FA 자격을 얻고도 신청을 포기했다. 오히려 FA 시장이 얼어붙은 때 ‘현명한 선택’이란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다. 정근우와 이대형의 계약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않다.
kt 이대형. 김기남 기자
윤승민 기자
기사제공 스포츠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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