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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의 '긴 터널', 어둠 속에 희망이 있다

난라다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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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싸웠지만 졌다.' '졌지만 잘 싸웠다.'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반대되는 내용을 연결하는 어미 '-지만' 뒤에 나오는 표현에 강조점이 있기 때문이다. GS칼텍스가 이 두 표현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팀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갈래다. '최선을 다 한 건 인정하지만 결국 또 졌다.' '이번에도 졌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 했다.' 같은 듯 다른 말이다. 희망의 무게는 후자에 조금 더 쏠려있다. 

어쨌든 확실한 건 단 하나, GS칼텍스는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그것도 하필 '긴 터널'이다. 

9일 서울장충체육관에서 GS칼텍스는 '선두' 도로공사와 만났다. 승리 확률은 이리 봐도, 저리 봐도 도로공사가 높았다. 선수층, 휴식 기간, 주축선수들의 몸상태 등 어느 하나 GS칼텍스가 유리할 게 없었다. 뚜껑을 열었더니 결과는 역시 패배. GS칼텍스는 최근 4연패로 리그 최하위인 6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패자는 말이 없다. 어떤 이유를 들어도 결국 패배일 뿐이다. 하지만 '석패'와 '완패'가 다르듯, GS칼텍스의 도로공사전 패배는 그저 '졌다'가 아닌 '졌지만 희망은 있다'고 말하기 충분했다. 

가뜩이나 얇고 어린 선수층에 이소영 표승주 등 주축 선수의 부상은 치명적 공백이다. 이같은 핸디캡 속에서도 GS칼텍스는 잘싸웠다. 1위 도로공사와 끝까지 맞섰다. 세트스코어 2대3(25-22, 19-25, 29-27, 30-32, 9-15), '석패'였다. 

승리에 닿지 못한 미세한 차이, 그 틈으로 희미하게 나마 희망이 세어 나왔다. 1m80의 단신 외국인선수 듀크가 블로킹 4개를 포함해 총 45득점을 때려 넣었다. 21세의 강소휘는 24득점을 책임졌다. 차 감독은 "패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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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는 엇갈렸지만 레프트 김진희도 나름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차 감독은 "(도로공사전)한 경기만 보면 김진희가 충분히 잘 해줬다. 이런 모습이면 표승주 빈 자리가 생각이 안 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5, 6라운드까지 남아 있다. 김진희가 얼마나 버텨주느냐가 중요하고, 이소영의 몸상태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3라운드에서 반짝 4위로 올랐을 뿐, 올 시즌 매 라운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GS칼텍스. 하지만 프로 구단의 발전 동력은 단지 성적 만은 아니다. 관중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스토리가 있는 경기와 친화적 마케팅 역시 배구단을 지탱하는 엄연한 한 축이다. 이런 점에서 GS칼텍스는 잘하고 있다. 난관을 슬기롭게 잘 헤쳐가고 있다. 남자부 팀과 공동 일정으로 운영되던 여자부 팀 중 가장 먼저 분리 운영을 택한 결단이 첫 단추, 이후 추진된 지속적인 관중친화 마케팅으로 장충벌을 자신들의 '텃밭'으로 가꿔내고 있다. 올 시즌 4라운드까지 홈 9경기 기준 평균관중은 1985명. 지난 시즌 같은 기준 평균은 1586명이었다. 전년 대비 평균관중이 약 400명이 늘었다. 고무적인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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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패중인 상황에서도 장충체육관 내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은 'GS칼텍스는 이제 배구만 잘 하면 되겠다'다. 성적이 아쉽다는 씁쓸한 현주소로 볼 수도 있지만, 그 속엔 'GS칼텍스가 올라설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애정이 담뿍 녹아있다. 아직 만개하지 못한 어린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며 뜨거운 열정으로 겨울을 녹이고 있는 패기의 팀,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내는 팬들의 사랑 속에 서서히 장충벌에 뿌리 내리고 있는 희망의 팀, 바로 GS칼텍스다. 

스포츠가 짜릿한 이유는 각본이 없기 때문이다. 하루의 승부도 알 수 없지만 일년의 승부는 더더욱 알 수 없다. 잰 걸음은 아니지만 GS칼텍스는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우보만리의 걸음을 옮기고 있다. 희망을 따라 걷다 보면 기나긴 터널도 언젠가는 뒤돌아 힐끔 쳐다볼 날이 올 것이다. 

임정택 기자

기사제공 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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