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2008 베이징올림픽 9전 전승의 신화, 그 주역들 부활할까
[오마이뉴스 이준목 기자]
류현진(LA 다저스), 김광현(SK 와이번스), 윤석민(KIA 타이거즈), 김현수(LG 트윈스)는 한국 야구의 최고 황금기로 일컬어지는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주역들이다. 당시 20대 초반의 풋풋했던 젊은 선수들은 특유의 패기를 앞세워 강호 일본, 쿠바, 미국 등을 연파하는 기염을 토하며 한국 야구에 9전 전승 금메달이라는 신화를 선물했다.
하지만 이들은 한동안 부침을 겪어야했다.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은 부상으로 기나긴 재활의 터널을 거쳤다. 김현수는 야심차게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졌으나 아쉬운 성적만 남기고 2년 만에 다시 국내로 유턴했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스타들의 부진은 야구계로서도 큰 손실이었다.
잘 나갈 때는 모두가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주지만 야구가 안 풀리자 여론도 싸늘하게 달라졌다. 윤석민과 김현수는 메이저리그에서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 못했음에도 정작 KBO에서 엄청난 FA 대박을 터뜨렸다. 이에 한국 프로야구계의 '오버페이'와 '실력 거품' 논란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되며 팬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아야 했다. 김광현도 FA 장기 계약을 맺자마자 수술대에 올라 팬들을 허탈하게 했다. 류현진은 부상도 부상이지만 과거 불성실한 팬서비스와 태도 논란이 재조명되어 한동안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모두가 기다리는, 괴물 투수의 부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선수는 역시 류현진이다. 2000년대 한국 야구 최고의 투수로 불리는 류현진은 한화에서 프로 데뷔와 동시에 투수 3관왕(다승·평균자책·탈삼진 1위)에 올랐다. 그해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까지 싹쓸이하며 '괴물 투수'로 등극했다. 류현진은 2013시즌 미국 메이저리그로 직행했고 LA 다저스에서 2년 연속 14승을 거두며 빅리그에서도 인정받는 수준급 투수로 올라섰다. 최근 몇 년간 KBO에 불어온 메이저리그 진출 붐은 류현진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어깨 부상에 시달리며 주춤했다. 두 차례 수술을 했고 2년간 정규 리그 단 한 경기 등판에 그쳤다. 재기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선도 늘어났다. 그러나 올 시즌 이런 우려를 비웃듯, 25경기에 등판해 5승9패 116탈삼진 평균자책점 3.77(126.2이닝 53자책)을 기록해 부활 조짐을 보였다. 비록 전성기에는 미치지 못했고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는 제외되는 아픔도 겪었지만, 공백기를 감안하면 충분히 성공적인 시즌이었다.
류현진은 2018시즌에도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을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클레이튼 커쇼, 리치 힐, 마에다 켄다, 알렉스 우드까지는 확실시되는 가운데 특별한 트레이드나 추가 영입이 없는 이상 류현진이 5선발 경쟁의 유력한 후보로 예상되고 있다.
김광현 돌아와 SK 왕조 재건할까
김광현은 2년 차인 2008년 다승과 탈삼진왕에 오르며 MVP를 차지한바 있다. 1년 선배인 류현진과는 KBO에서 좌완 에이스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기도 했다. 2015년 류현진에 이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기도 했으나 포스팅에서 저평가를 받으며 도전을 포기했다.
김광현은 지난 1월 데뷔 이후 처음으로 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사실상 1년 공백을 감수한 선택이었다. 다행히 재활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최근에는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불펜 투구도 성공적으로 소화했다.
SK는 일단 다음 시즌에는 100이닝 내외로 김광현의 이닝 수준을 관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SK는 지난 시즌 김광현이 빠진 상황에서도 탄탄한 선빌진과 장타군단을 앞세워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김광현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다음 시즌 SK표 '선발 야구'는 그야말로 화룡점정을 찍을 수 있을 전망이다.
선발-불펜 오가며 고생했지만, 비난 받았던 윤석민
2011년 투수 4관왕에 오르며 전성기를 호령했던 윤석민은 올 시즌 소속팀 기아가 8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윤석민은 2014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하며 미국 무대에 도전했으나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한 번도 오르지 못하고 1년 만에 국내로 돌아왔다. 2015년에는 임시 마무리로 전향하여 2승 6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96(70이닝 23자책)으로 제 역할을 했으나 이후 2년간 부상에 신음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오른쪽 어깨에 웃자란 뼈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당초 올시즌 후반기 복귀가 예상되었지만 몸상태가 회복이 더뎌 윤석민은 결국 시즌 끝까지 돌아오지 못했다. 기아도 굳이 윤석민의 복귀를 무리하게 서두르지 않았다. 윤석민의 공백이 길어졌는 데도 팀 성적에는 별로 영향이 없자 일각에서는 '윤석민이 과대평가됐다' '먹튀다' 등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윤석민은 꾸준히 선발로만 기용된 김광현-류현진에 비해 선발과 불펜을 오르내리며 개인 기록에서 손해 본 부분도 많다. 또 팀 사정상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했지만 여론의 평가는 지나치게 냉정했다. 최근 결혼식을 올린 윤석민은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높아졌다. 그런 그가 다음 시즌 부활한다면 기아는 양현종-헥터와 함께 통합우승 2연패를 향한 청신호를 밝힐 수 있게 된다.
실패자? 115억 원에 결국 돌아온 김현수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김현수는 올해 FA 최고액인 115억 원이라는 대박을 터뜨리며 잠실 라이벌 LG의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이대호(150억 원, 롯데)에 이어 KBO FA 몸값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금액인 데다, 외야수로서는 단연 최고액이었다. 올해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며 전력 보강이 절실하던 LG와 메이저리그 적응에 실패하며 고전하던 김현수의 상황이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김현수는 두산 시절 1군 통산 타율 3할1푼8리(4066타수 1294안타)를 기록했고 넓은 잠실구장을 홈그라운드로 사용하면서 142개의 홈런을 터뜨린 중장거리형 타자다. 2015년에는 개인 최다인 28개의 홈런을 터뜨리기도 했다. 확실한 중심타선의 부재로 빈공에 허덕였던 LG는 김현수를 3번 혹은 4번에 기용하며 타선의 파괴력을 높일수 있게 됐다. 동시에 정성훈 등 베테랑 선수들의 방출과 리빌딩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던 팬들의 여론을 다독일수 있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특히 김현수는 2년 전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며 "국내로 돌아오면 실패자"라고 선언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메이저리그에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김현수는 당시의 공약을 지키지 못하고 말을 뒤집은 모양새가 됐다. 동시에 오버페이와 라이벌팀 이적 논란에도 휘말리게 되었으니 이래저래 성적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두산 시절보다 더욱 뛰어난 성적은 물론이고 팀의 구심점으로서 리더 역할까지 해줘야한다는 책임감이 커진 김현수의 2018년이다.
저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내년을 앞두고 이들은 모두 야구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 앞에 서 있다. 어느덧 2018년이면 전원이 30대 이상으로 베테랑의 반열에 접어드는 나이가 됐다. 야구는 물론이고 경기 내외적으로도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성숙한 태도와 모범을 보여야 할 시기다. 이들의 동반 부활 여부는 2018년 한국 야구계의 최대 관심거리기도 하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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