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야구단에 이어 상무 입단까지 좌절된 이홍구(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설마설마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프로야구 ‘1군 선수’ SK 이홍구와 넥센 임병욱의 상무야구단 입단이 좌절됐다.
국군체육부대(상무)는 12월 27일 홈페이지를 통해 2018년 1차 국군대표(상무)선수 최종 합격자 명단을 공개했다. 여기엔 롯데 김유영, KIA 박진태, NC 김준완, 넥센 김웅빈 등 1군에서 이름을 알린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그러나 합격자 명단에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이홍구와 임병욱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당장 이홍구는 현역 입대를 해야 할 상황에 몰렸고, 임병욱은 입대를 1년 뒤로 미루게 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지방구단 한 관계자는 “상무 입대 조건이 과거보다 훨씬 엄격해졌다. 이제는 야구단 감독이 선수 선발에 전혀 개입할 수 없게 바뀌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상무 박치왕 감독도 “감독이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다. 이미 4년 전부터 그렇게 바뀌었고, 올해는 더 강화된 기준이 적용됐다”고 밝혔다.
과거 상무와 경찰야구단은 선수 선발 과정에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정해진 절차보다는 감독이 원하는 선수 위주로 선발이 이뤄졌다. 기록이 좋지 않아도 감독 눈에 든 선수라면 어렵지 않게 군인 팀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선수 선발 기준의 공정성을 놓고 여러 뒷말이 나왔다. ‘특정팀이 지나치게 불이익을 당한다’거나 ‘감독에게 잘 보인 팀이 선수 선발 때 혜택을 본다’는 등의 의혹도 꾸준히 제기됐다. 상무와 경찰야구단의 선수 선발 절차가 크게 엄격해진 배경이다. 이 때문에 이홍구의 경찰야구단 탈락 당시 일각에선 ‘상무도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왔는데, 이번에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강화된 상무 입단 절차는 1차 서류심사와 2차 체력측정, 신체검사, 인성검사의 두 단계로 나뉜다. 감독이 아닌 선발위원회가 전권을 갖고, 규정된 기준에 따라 채점해 합격자를 정하는 방식이다. 1군에서 이름을 알린 선수라고 점수를 더 주거나, 이름 모를 선수라고 해서 뒤로 제쳐놓지 않는다. 상무 박치왕 감독은 “엄청나게 공정한 절차를 거쳐 선수를 선발하게 됐다”고 했다.
이홍구와 임병욱은 과거 선발기준대로라면 당연히 상무에 뽑혔을 선수들이다. 이미 1군에서 기량이 입증됐고, 앞으로 보여줄 잠재력도 풍부하다. 그러나 올해 성적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이홍구는 올해 53경기에 출전해 1할대 타율(0.188)에 그쳤다. 임병욱은 팔꿈치 부상, 손가락 부상으로 21경기 출전에 그쳤다.
상무는 심사 단계에서 선수의 1군 기록과 2군 기록을 모두 선발 자료로 참고한다. 2군 기록보다는 1군 기록에 좀 더 가중치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홍구와 임병욱은 올해 1군 성적이 워낙 좋지 않았고, 경기 출전도 적었다. 더구나 2군 성적도 이홍구는 11경기 타율 0.286 1홈런, 임병욱은 6경기 타율 0.174에 그쳤다.
‘서류상’으로 보면 같은 포지션 경쟁자들보다 떨어지는 성적을 남겼다. ‘서류상’으로 평가하는 선발위원회가 보기엔 같은 포지션의 KIA 이정훈, 한화 박상언(포수), 롯데 김재유, NC 김준완(외야수)보다 기준에 못 미치는 선수로 평가됐을 가능성이 높다.
성적 상으로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다 보니, 체력 측정과 신체검사 등 2차 심사 결과가 중요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크게 앞서가지 못하면서, 결국 이홍구와 임병욱의 상무 입단이 좌절됐다. 대신 1군 기록이 거의 없는 ‘생소한’ 선수들이 대거 상무 입단에 성공했다.
상무 입단 뜻을 이루지 못한 넥센 임병욱(사진=엠스플뉴스)
상무 박치왕 감독은 “물론 이홍구, 임병욱 같은 좋은 선수들이 입단하지 못한 건 아쉬운 일”이라면서도, “지금처럼 엄격한 선발 기준이 적용되는 건 잘된 일이라고 본다. 주어진 조건 안에서, 새로 들어올 선수들이 2년 뒤 더 발전한 모습으로 소속팀에 돌아갈 수 있게 노력하는 게 감독의 몫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박 감독은 “예년보다 신규 선발하는 선수 숫자가 줄어든 게 걱정”이라 했다. 지난해까지 상무는 해마다 18명의 선수를 선발해 총 36명의 선수로 시즌을 치렀다. 그러나 올해부턴 뽑는 인원이 14명으로 줄었다.
박 감독은 “아마 작년처럼 18명을 뽑았다면 이홍구, 임병욱 같은 선수로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지 모른다. 14명씩 28명의 선수만 데리고 일 년에 100경기를 치르기는 어렵다. 부상자만 몇 명 나와도 당장 시즌 운영에 문제가 생긴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또 박 감독은 “이제는 선수들이 상무에 입대하려면 스스로 몸 관리를 잘 하고, 시즌 내내 꾸준히 경기에 나오면서 좋은 기록을 유지해야 한다. 선수들과 구단이 군인 팀 입단을 더욱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지방구단 관계자도 “강화된 군 팀 선발 기준에 따라, 소속 선수 입대를 더 주도면밀하게 관리할 필요를 실감했다"고 했다.
배지헌 기자
기사제공 엠스플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