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파동 관련자 ‘무기한 정지’…재경기 없지만 사상 최고 중징계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이 지난 19일 한국전력과 경기에서 심판의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KOVO 제공

프로배구 최악의 오심 파동에 사상 최대 중징계가 나왔다. 그러나 재경기는 열리지 않는다.

프로배구연맹(KOVO)은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맹 대회의실에서 상벌위원회를 열어 지난 19일 KB손해보험과 한국전력 경기에서 발생한 오심을 심의한 결과, 해당 경기를 진행한 진병운 주심과 이광훈 부심에게 무기한 출장 정지를, 어창선 경기감독관과 유명현 심판감독관에게는 무기한 자격 정지 징계를 결정했다. ‘무기한 정지’는 KOVO 출범 이래 가장 무거운 징계다. 신춘삼 운영위원장과 주동욱 심판위원장은 KOVO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았다. 다만 KB손해보험이 공식적으로 요청한 재경기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제의 오심은 해당 경기에서 3세트에 나왔다. 세트스코어 1-1로 맞선 채 20-20으로 팽팽하던 3세트에서 한국전력 센터 이재목이 네트 위에서 공을 밀어 넣었고 KB손해보험 양준식이 블로킹을 위해 뛰어올랐다. 진병운 주심이 이재목의 캐치볼 파울을 선언하자 한국전력의 요청으로 비디오 판독이 실시됐고 이후 판정은 양준식의 네트 터치로 뒤바뀌어 한국전력이 21-20으로 앞섰다. KB손해보험의 항의가 이어졌다.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은 “이재목의 캐치볼 파울이 먼저”라고 거세게 주장하다 두 차례 경고를 받아 벌칙이 되면서 한국전력에 또 1점을 내줬다. 21-20으로 앞서야 할 KB손해보험이 20-22로 뒤지는 상황이 됐다. 이후 듀스까지 싸운 KB손해보험은 27-29로 3세트를 내줬고 4세트도 내주면서 1-3으로 졌다. 오심으로 내준 2점이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고 3세트의 오심 파동은 이후 경기 분위기를 지배했다. KB손해보험은 4세트에도 22-23에서 하현용이 네트터치 판정을 받자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이동엽 코치가 퇴장까지 당했다. 해당 판정이 오심이라는 사실은 KOVO의 사후 판독을 통해 확인됐다.

오심과 미숙한 경기 운영이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팬들의 분노는 무겁다. 청와대에 재경기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제기될 정도다. 지난 20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남자프로배구 재경기 요구합니다’라는 글이 게재됐고 21일 오후까지 520여명이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KB손해보험과 팬들의 바람대로 재경기가 열릴 수는 없게 됐다. KOVO의 V리그 운영요강 제35조(재개최 및 재경기)에 따르면 ‘경기 개최가 불가능하거나 중지되었을 경우 국제배구연맹(FIVB) 경기규칙 및 KOVO 경기규칙에 따라 재개최 및 재경기를 실시한다’고 명시돼있다. 천재지변 또는 경기 중단의 경우를 제외하면 재경기를 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이 없어 지금까지 재경기가 열린 사례는 한 차례도 없다. 조영호 KOVO 상벌위원장은 “판정 논란 때마다 (재경기를) 할 수는 없다. 고려하지 않았다”며 재경기 불가 입장을 확실히 했다. 다만 사상 최대 징계에 ‘피해자’인 KB손해보험은 수긍하는 입장을 내놨다. 전영산 KB손해보험 단장은 “이의 제기한 내용에 대해 단호한 조처가 내려졌다고 보고 KOVO 입장을 존중하겠다.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한다”고 밝혔다.

<김은진 기자>

기사제공 스포츠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