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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음 여정으로” 브라질축구스타 카카, 그라운드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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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축구스타 카카가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AP 연합뉴스

 

 

브라질 축구스타 카카(35)가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카카는 18일(한국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나의 축구 인생은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대단했다”며 “이제 다음 여정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브라질 매체 TV글로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지금이 프로축구 선수로서의 경력을 마무리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은퇴를 공식화했다. ‘카카’는 자신의 본명인 히카르두 이제쿠손 도스 산토스 레이테를 발음하지 못하는 어린 동생을 위해 만든 별칭이다.

2001년 브라질 축구클럽 상파울루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카카는 프로 통산 461경기에 출전해 149골을 뽑아냈고, 국가대표 경기에는 92번 나서 29득점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 나서는 브라질 대표팀에 발탁돼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듬해 이탈리아 AC밀란으로 이적한 뒤 본격적으로 기량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적 첫 해 10골을 터뜨리며 리그 우승을 진두 지휘한 그를 두고 국제축구연맹(FIFA) 소식지는 “펠레가 돌아왔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2005년에는 밀란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려놨지만 상대팀 리버풀(잉글랜드)에게 전반 3-0 리드를 점하고도 후반 3골을 따라 잡힌 뒤 승부차기에서 패해 이른바 ‘이스탄불의 악몽’이라고 불리며 준우승에 그쳤다. 절치부심한 그는 2007년 다시 한 번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도전해 득점왕을 차지하며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고, 그 해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를 싹쓸이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시원한 드리블, 환상적인 패스와 강력한 슈팅까지 갖춘 카카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ㆍ레알 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30ㆍFC바르셀로나)로 양분되기 전 마지막 발롱도르 수상자(2007년)다. 그의 은퇴로 2002년 브라질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멤버 중 더 이상 현역 선수는 남지 않게 됐다. 2000년, 18살 때 수영장에서 넘어지는 사고로 척추부상을 당해 전신마비까지 겪었지만 기적적으로 회복에 성공한 그는 이후 골을 넣을 때 마다 두 팔을 높이 벌리고 하늘을 쳐다보는 세리머니를 했고, 이 장면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2009년 밀란의 재정난이 악화하자 천문학적인 이적료(약 1,020억 원)를 친정팀에 안기며 레알 마드리드로 옮겨 2013년까지 호날두와 한솥밥을 먹었다. 하지만 레알에서는 점차 기량이 하락해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고, 1년간 AC밀란으로 복귀했다가 전성기가 꺾인 2014년에는 미국프로축구(MLS) 올란도 시티로 넘어가 3시즌을 보냈다. 

독실한 크리스찬으로 유명한 그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축구 인생을 써 내려갔다. 축구 스타들이 흔히 겪는 스캔들에 단 한번도 휘말린 적이 없다. 2007년 밀란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뒤 팀 동료들이 술집에서 여성들과 뒤풀이를 즐기는 동안 인근 공원 벤치에서 성경책을 읽었다는 일화는 지금도 축구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일화다. 

카카는 현역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축구계를 떠나지는 않을 예정이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축구에서 다른 역할을 할 것이다. 조금 멀리서 관찰하는 새로운 역할을 준비하고 싶다”라며 지도자 또는 행정가 변신을 예고했다. 

박진만 기자

기사제공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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