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뒤를 이을까요?' 14년 동안 정든 롯데를 떠나 삼성으로 전격 이적한 강민호(왼쪽)는 내년 포수뿐 아니라 지명타자로서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포수에서 지명타자로 전향해 더욱 성공한 선배 홍성흔의 뒤를 이을지 관심이다.(자료사진=삼성, 두산)
14년 동안이나 몸 담았던 롯데를 떠나 사자 군단에 새 둥지를 튼 포수 강민호(32). 지난 21일 삼성과 4년 80억 원에 전격 계약을 맺으며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리그 정상급 포수를 얻은 삼성은 강민호를 리빌딩의 중심축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KBO 리그는 물론 국제대회 경험까지 풍부한 강민호의 노련한 리드로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강민호는 타격에서도 리그 수준급 선수다. 수비 부담이 큰 마스크를 쓰면서도 2015년 타율 3할1푼1리 35홈런 86타점, 어지간한 4, 5번 타자급 맹타를 휘둘렀다. 최근 3년 연속 20홈런 이상, 8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날린 강민호다.
때문에 삼성에서 강민호의 역할은 포수에만 국한되지 않을 전망이다. '전설' 이승엽(41)의 은퇴로 약해진 지명타자 자리를 메워줄 수 있다. 삼성에는 이지영이라는 주전급 포수가 또 있기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김한수 감독 등 삼성도 강민호의 멀티 역할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만약 강민호가 타격에만 전념한다면 리그 정상급 타자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체력적 소모가 가장 큰 포수 마스크를 벗고 타석에만 서는 강민호라면 수긍이 간다. 강민호는 타율 3할 시즌이 3번이고, 출루율 4할 시즌도 2번이다. 기본적으로 타격에 대한 재능이 많은 선수다.
홍성흔이 공격에 전념하기 위해 포수 마스크를 벗고 포지션 변경을 했던 2008년 당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1루수 글러브를 끼고 포즈를 취한 모습.
(자료사진=노컷뉴스DB)
마스크를 벗고 수비 부담이 적은 포지션으로 옮긴 사례는 조 마우어(미네소타), 마이크 피아자(은퇴) 등 여럿이 있었다. KBO 리그에서도 강민호에 앞서 포수 출신인데 강타자로 성공한 선배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홍성흔(40) 샌디에이고 코치다. 포수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홍 코치는 지명타자로도 큰 업적을 이뤘다.
1999년 OB(현 두산)에 1차 지명된 홍성흔은 당시 국가대표 출신 선배 진갑용을 밀어내고 주전을 꿰찰 만큼 포수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2001년 한국시리즈(KS) 우승컵과 골든글러브를 거머쥐며 최고 포수로 우뚝 섰다. 국가대표로도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금메달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홍성흔은 타격 능력도 갖춘 공수 겸장 포수였다. 2004년 포수 최초로 최다안타 타이틀(165개)을 따냈다. 그해 타율이 3할2푼9리(3위)였고 14홈런 86타점을 올렸다. 홍성흔은 포수를 하는 동안 한번도 시즌 타율이 2할6푼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그런 홍성흔의 능력을 눈여겨본 김경문 당시 두산 감독(현 NC)은 2007시즌 뒤 지명타자 전향을 권유했다. 포수에 대한 애착이 컸던 홍성흔이었지만 부상 등으로 더 이상 마스크를 쓰기 어려운 상황을 깨닫고 받아들였다.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공격에만 전념한 홍성흔은 리그 최고의 우타자로 군림했다. 2008년 타율 3할3푼1리, 롯데로 이적한 2009년부터 3할7푼1리, 3할5푼으로 3년 연속 2위에 올랐다. 2009년은 2루타 1위(33개)였다. 걸음이 느린 우타자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적이었다. 2010년에는 타점도 2위(116개)에 올랐다.
홍성흔은 2008년부터 4년 연속 지명타자 골든글러버가 됐다. 이밖에 우타자 최초의 2000안타(2046개)의 금자탑까지 세웠다. 통산 타율 3할1리도 지명타자가 아니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기록이다.
'지명타자 강민호는 어떨까' 강민호는 수비 부담이 큰 포수지만 2015년 35홈런을 때려낼 만큼 거포로서 능력도 출중하다.(자료사진=롯데)
물론 강민호는 2008년 당시 홍성흔의 경우와는 다르다. 둘 다 타격 재능이 빼어난 포수지만 홍성흔은 부상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전향을 해야 했던 부분이 있었다. 강민호는 여전히 포수로서 능력이 리그 톱을 다툰다.
하지만 이제 강민호도 30대 중반에 접어든다. 14년 동안이나 포수를 맡으면서 크고 작은 부상이 끊이지 않았다. 그동안 롯데에는 이렇다 할 백업 포수가 없어 부담은 더 컸다. 더 오래 선수 생활을 이어가려면 출전 조절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강민호에게는 축복받은 타격 재능이 있다.
다만 현재 삼성에는 포수 강민호의 능력이 필요하다.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함께 지켜봐야 하는 강민호다. 올해 삼성의 팀 평균자책점(ERA)은 최하위였다. 5.88로 막내 kt(5.75)보다 높았다. 물론 외국 투수의 문제도 있었지만 포수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수치도 아니다.
그러나 강민호가 다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을 즈음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3, 4년 뒤라면 강민호도 30대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향할 나이다. 그때도 포수로서 경쟁력이 있다면 금상첨화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부상 위험이 적고 타자로서 능력을 최대화할 수 있는 지명타자 전향도 괜찮다.
삼성은 그럴 만한 조건이 갖춰진 팀이다. 이승엽 이후 지명타자를 맡을 적임자가 없는 데다 3년 정도 뒤라면 마운드도 어느 정도 발전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강민호가 포수로서 임무를 완수한 뒤 짐을 내려놓을 수 있다.
포수는 물론 타자로서도 빼어난 재능을 갖춘 강민호. 과연 한때 롯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선배의 뒤를 이어 '제 2의 홍성흔'의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을까. 물론 당장은 아닌, 3년 정도 후의 얘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사전정지 작업은 당장 시작된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기사제공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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