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구단은 크게 두 가지 노선을 정하고 시즌을 운영한다. 성적보다는 젊은 선수들의 육성을 통해 팀을 전면적으로 재조각해서 꾸려가는 리빌딩이 첫 번째, 그리고 당장 우승을 위해 달려 나가는 윈 나우(Win now)가 두 번째다. 롯데 자이언츠가 2018시즌 추구해야 할 방향은 표류하고 있다. 프리에이전트(FA) 전략이 어긋나버리면서 초래한 결과다. 이제 롯데는 남은 FA 최대어, 손아섭의 잔류에 따라 향후 시즌의 노선을 논할 수 있다.
롯데는 주전 포수로 군림했던 강민호 잔류에 실패했다. 삼성으로 떠나 보내면서 당장 주전 포수 자리에 공백이 생겼다. 20대 초중반의 경험 없는 포수들로 시즌을 꾸려가야만 하는 실정이다. 포수 포지션에 한해서는 어쩔 수 없는 ‘강제 리빌딩’에 돌입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포지션의 경우, 롯데는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대호라는 걸출한 4번 타자가 있고, 투수진 역시 기존 자원들이 건재하다. 재계약 방침을 정한 조쉬 린드블럼, 브룩스 레일리, 앤디 번즈의 외국인 선수 3인방까지 잔류할 경우 강민호가 빠짐에도 전력 보전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유격수와 3루수, 좌익수 자리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지만 올 시즌처럼 ‘돌려막기’를 통해서 현상 유지는 가능할 전망.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의 전력 구축, 그리고 시즌 방향을 정하기에는 손아섭이라는 존재와 가치가 너무 크다. 손아섭이라는 선수의 전력적 가치는 설명하는 것이 불필요하다. 강민호마저 빠진 가운데서 손아섭까지 전력에서 이탈할 경우, 전력적 공백은 물론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이미 손아섭은 이달 초에 열린 KBO 시상식 자리에서 ‘프랜차이즈의 합당한 대우와 보상’을 원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현재 롯데는 에이전트는 물론 손아섭 본인과도 수 차례 직접 접촉을 하면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한 차례 더 협상 테이블이 마련될 전망이다. 손아섭을 잔류시킬 경우, 롯데는 다시 한 번 가을야구를 노려보는 ‘윈 나우의 팀’으로 노선을 천명할 수 있다.
또 지난 22일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도 롯데는 좌완 고효준, 외야수 이병규, 사이드암 오현택을 지명했다. 모두 30대 초중반의 베테랑 선수들이고, 현재 롯데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자원들이다. 롯데는 아직 성적에 목말라 있다는 것을 여실히 확인시켰다.
그러나 이미 강민호라는 대체 불가 자원 1명이 빠진 상황에서 손아섭까지 빠질 경우, 롯데가 추구해야 할 시즌 노선은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 윈 나우 전략은 어불성설이다. 이대호와 전준우만 버티는 타선의 힘은 이전과는 현저히 차이가 날 것은 분명하다. 결국 팀 전체가 육성을 기조로 하는 전면적인 리빌딩 체제로 돌입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한다.
그렇다고 롯데가 전면적인 리빌딩을 할 수 있냐고 되묻는다면 그것은 또 아니다. 지난 2015시즌 이후, 롯데가 FA 시장에서 쏟아 부은 돈은 총 288억 원(손승락 4년 60억 원, 윤길현 4년 38억 원, 송승준 4년 40억 원, 이대호 4년 150억 원)이다. 리빌딩을 추구하는 팀의 지출치고는 많다. 윈 나우를 천명해도 모자란 상황이다. 손아섭이 떠날 경우 앞선 2차 드래프트에서의 전략도 무용지물이 된다.
이럴 경우, 손아섭의 대체재 역시 불확실한 상황에서 완벽한 리빌딩이 아닌 부분적인 약점들만 보완해 나가는 어정쩡한 ‘리툴링(Retooling)의 팀’으로 전락하게 된다. 우승도 육성도 제대로 추구하기 힘든 팀이 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기사제공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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