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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키퍼 위한 팬들의 '떼창', 이것이 축구팬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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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프로축구 페예노르트 홈구장에서 일어난 감동의 물결

[오마이뉴스 전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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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래드 존스의 아픔을 함께한 서포터즈들의 모습을 전한 네덜란드 유력지 NRC

 

 

 

"You'll Never Walk Alone(넌 결코 혼자 걷지 않을 거야)."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버풀 FC의 응원가로 유명한 이 노래가 지난 19일(한국 시간) 페예노르트와 VVV벤로의 2017~2018 네덜란드 프로축구 12라운드 경기에서 울려 퍼졌다. 

페예노르트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5만여 명의 관중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걸어가라, 계속해서... 가슴 속에 희망을 품고, 넌 결코 혼자 걷지 않을 거야"라며 응원가 가사를 큰 소리로 합창했다. 

잉글랜드도 아닌 네덜란드에서 영국 프로축구팀 리버풀의 응원가가 울려 퍼진 까닭은 무엇일까.

페예노르트 구단은 팀의 주전 골키퍼인 브래드 존스(35)의 아들 사망 6주기를 기리기 위해 이 행사를 준비했다. 

호주 출신의 존스는 지난 2000년 미들즈브러에서 프로 데뷔해 블랙풀, 셰필드 웬즈데이 등 잉글랜드 무대에서 활약했고, 지난 2010년 여름엔 남아공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호주 국가대표팀에 발탁되는 기쁨도 맛봤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존스는 월드컵을 앞두고 그의 아들 루카가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고, 아들을 간호해야 한다며 그토록 염원했던 월드컵 합류를 거절했다. 

존스는 그해 8월 명문 리버풀에 입단하며 병마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 아들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하지만 루카는 병마를 이겨내지 못하며 2010년 11월 세상을 떠났고, 이에 상심한 존스는 소속팀 리버풀에서 자리 잡지 못하며 방황하다 결국 지난 2015년 팀에서 방출됐다. 

존스는 2016년 네덜란드 리그로 진출해 재기에 나섰다. 그리고 페예노르트 입단은 그에게 새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케너트 페르메이르 골키퍼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던 페예노르트는 새로 영입한 골키퍼 존스의 활약으로 2016~2017 시즌 리그 우승에 올랐다. 존스는 올 시즌 판 브롱코스트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주전 골키퍼로 자리매김했고, 현재 리그에서 네 번째로 적은 실점(14)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5만여 명의 팬들은 경기 전반 12분, 일제히 휴대폰 불빛을 밝게 빛내며 'You'll Never Walk Alone' 응원가를 재창하기도 했다. 존스의 아들 루카(2005년생)가 살아있었다면 올해 열두 살인 것을 생각해 구상한 연출이었다. 

페예노르트는 이날 팬들의 아름다운 응원에도 불구하고 1-1 무승부를 거두며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하지만 페예노르트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홈팬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활짝 빛났다. 이는 원정길에 오른 VVV벤로도 마찬가지였다. 

승리만을 위해 상대 선수와 팬에게 인종차별을 가하고, 각종 폭력을 행사하는 악성 서포터즈들과는 극명하게 대비를 이룬 모습이었다. 

이날 팬들의 감동적인 응원을 한 몸에 받은 존스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뿐만 아니라 내 아내도 경기장에서 이 아름다운 광경을 지켜봤다"라며 "팬들과 구단에 정말 감사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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