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가고시마(일본), 김태우 기자] SK의 거포 자원 최승준(29)은 2017년을 정리해 달라는 질문에 깊은 한숨, 그리고 멋쩍은 웃음으로 대신했다. 그만큼 2017년은 최승준에게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최승준은 “2월 캠프 때부터 꼬였고, 그 꼬인 실타래가 1년 내내 풀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2016년 FA로 이적한 정상호(LG)의 보상선수로 SK 유니폼을 입은 최승준은 단기간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76경기에서 19개의 대포를 쏟아냈다. 보상선수 역사상 최다 홈런이었다. 6월에는 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7월 말 베이스러닝 도중 무릎을 크게 다치면서 모든 상승세가 꺾였다.
부상에서 회복한 최승준이었지만 불운은 끝나지 않았다. 2월 플로리다 캠프 당시 햄스트링을 다쳤다. 최승준은 “허리가 좋지 않은 것을 빼고는 다른 곳은 아팠던 적이 없다. 그러나 평생 한 번 안 다쳐봤던 무릎과 햄스트링이 연이어 문제를 일으켰다”고 돌아봤다. 부상과 그에 따른 캠프 이탈로 트레이 힐만 신임감독에게 이렇다 할 인상도 남기지 못했다. 첫 출발이 그렇게 꼬였다.
최승준은 “아프고 잘 안 됐다. 2군에서도 엄청 못 친 시기가 있었다. 감독님이 새로 부임하셔 보여줄 시간이 많아도 모자랄 판에 아파서 빠졌다. 속상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또한 연이은 부상으로 망가진 타격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타격폼 변경을 놓고 진통을 겪는 시간이 있기도 했다. 오락가락이었다.
그런 최승준은 독기를 품었다. 유망주들이 주가 되는 마무리캠프에도 참가했다. 연습량은 단연 최고라는 게 코치들의 평가. 최승준은 수비보다는 타격 훈련에만 전념하고 있다. 최승준은 “내년이 중요한 한 해 될 것 같다. 더 이상 마무리캠프에 오면 안 된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시즌이라고 생각한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혹독한 체중 감량까지 함께 하고 있는 최승준인데, 다행히 희망이 보인다.
경배 타격코치와 함께 타격폼을 수정하고 있다. 최승준의 단점은 타격의 준비 자세가 다소 늦다는 것. 방망이가 나오는 시간이 긴 폼이었다. 최승준은 “방망이가 늦으니까 왔다 싶은 공도 파울이 될 때가 많았다. 그렇다고 타이밍을 달리 잡으면 변화구에 속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방망이를 탑 포지션에 미리 가는 방향으로 수정하고 있다. 잡동작도 줄이고 있다. 영상을 매일 보고 있는데 “포인트가 좋아진 것이 보인다”는 게 최승준의 설명이다.
정경배 코치 또한 “많이 좋아졌다. 지금 타자들 중에서 가장 좋은 선수가 최승준”이라고 극찬했다. 정 코치는 최승준의 잠재력을 깨운 주인공이지만, 최승준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확신하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아직은 바뀐 타격폼이 일관적이지는 않지만, 자리를 잡으면 충분히 30개 이상의 홈런이 가능하다고 호언장담한다.
이처럼 최승준의 2018 년은 이미 시작됐다. 최승준은 “지난해 부진은 준비를 잘못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는 마무리캠프에서 오고 싶었다”면서 “방망이를 많이 치고 있다. 캠프가 끝난 뒤 두 달 동안 방망이를 놓으면 무용지물이 될 것 같아 12월에도 계속 나가서 타격훈련을 하려고 한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다시 ‘풀타임’을 목표로 세운 최승준이 시련의 2017년을 스스로 끝내고 있다.
기사제공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