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타구 날릴 수 있는 능력은 어느 정도 인정... 다만 잔류가 희망적이지 않아
[오마이뉴스 정강민 기자]
13일 오전, 김현수의 FA 전망을 담은 MLB.com의 기사가 한국 매체를 통해서도 보도되기 시작했다. MLB.com은 자신들의 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스탯캐스트 수치를 가지고 김현수의 올해 활약을 돌아보고 내년을 예상하는 글을 썼다. 대부분 호평보다는 악평으로 채워진 김현수의 2017시즌이었기에, 그곳에서 평가한 내용은 상당히 놀랍고 흥미로웠다.
이 기사에서 MLB.com은 김현수가 실망스러운 한 해를 보냈지만, xwOBA와 wOBA만큼은 올해 거둔 성적에 비해 높은 성장력을 보여줬다는 긍정적인 내용을 실었다. 또한 메이저리그 평균을 상회하는 Hard%와 라이너/뜬공 타구의 증가가 이루어진 점을 언급하며, 겉으로 드러난 성적에 비해 타구의 질이 괜찮았다고 덧붙였다. 뜻밖의 호평을 받은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잔류 가능성은 높아질까?
호평은 한 번 받았지만 성적만으로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은 힘들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어느 정도 매력은 알렸지만 MLB.com 역시도 메이저리그 계약보다는 마이너리그 계약 후 경쟁 단계를 밟을 것으로 예측했다. 필자 역시도 이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 스탯만으로는 메이저리그 잔류를 단언할 수는 없다.
36%의 강한 타구 비율은, 메이저리그 평균에 비해 좀 더 높고, 공도 좀 더 많이 띄우게 된 건 사실이다. 메이저리그에 불어온 소위 '플라이볼 혁명'을 '메이저리그 덕후' 김현수도 모를리 없었고, 거기에 KBO리그 시절부터 홈런타자가 되고 싶다는 개인적 바람을 강하게 피력했던 선수이기에 2016시즌 300타석이긴 하지만 .302의 고타율을 기록하며 어느 정도 적응한 만큼 작년 갯수(6개)보다 더 많은 홈런을 치고 싶은 생각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거기까지는 관대하지 않았고, 올해 그에게 큰 시련의 시기를 겪었다. 트레이 만시니의 등장으로 기대했던 플레잉 타임은 늘어나지 않았고 시즌은 그의 생각과 전혀 다른 흐름으로 흘러갔다. 타격 매커니즘은 2016년의 것이 아니었고 망가져버려 바깥쪽 공과 스트라이크 존 하단은 거의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결국 어려움에 허덕이는 시즌이 끝난 뒤에는 .231 .307 .292 1홈런이라는 초라한 성적표가 김현수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좋은 성적이었다면 더 빛날 지표였겠지만, 지금 성적에서는 단지 지푸라기 잡는 심정마냥 자신을 어필하는 최후의 요소가 됐다. MLB.com이 그를 재조명해주는 기사를 통해 좀 더 구단들에 홍보가 되긴 했지만, 현재 시장에는 그보다 더 인기를 끌 매물들이 최소한 13명이 있다. 주전급이든 플래툰 요원으로 활용될 선수든 고르게 시장에 있다. 수비와 주루에서도 큰 강점이 없기에, 종합적인 성적으로 그런 선수들 틈바구니를 비집고 먼저 메이저리그 계약을 따내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렵다.
그래도 강점 남긴 김현수, 기댈 건 콜린 맥휴와 스캇 해티버그의 기적
콜린 맥휴와 스캇 해티버그는 누굴까. 우선, 해티버그는 소설 '머니볼'과 이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로 인해 국내에 조금 알려진 선수다. 보스턴에서 데뷔해 성적은 꽤 나쁘지 않았으나부상으로 포수 생명이 끝난 선수였는데, 오클랜드의 명단장 빌리 빈이 그의 '출루율'이라는 특출한 강점에 주목해 1년 95만 달러에 데려왔다.
기회를 얻은 첫 해 그는 머니볼 신화의 주요 일원으로 활약했다. 나머지 3년은 썩 훌륭하진 않았으나, 선수 생활이 거의 끝났다고 본 그가 마지막 기회를 살렸고 그렇게 7년을 더 메이저리거로 뛰었다.
콜린 맥휴는 메츠와 콜로라도에서 전혀 존재감이 없는 투수였다. 단지 선발진에 결원이 있으면 올라와서 메우고 실망스러운 성적과 함께 마운드에서 내려오기 무섭게 마이너리그로 돌아오는 일상을 반복했다. 그렇게 첫 2년 간 전혀 자리를 못잡았던 그를 콜로라도는 웨이버 공시했고 그를 주목하고 있던 휴스턴이 곧장 데려간다. (공교롭게도 해티버그와 맥휴 모두 콜로라도를 떠나 성공을 거뒀다.) 휴스턴이 본 맥휴의 강점은 '커브볼 회전수'. MLB 평균인 분당 1500회의 회전보다 무려 1분에 500회를 더 회전하는 그의 커브는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처럼 보였던 맥휴는 기적처럼 기회를 얻었고, 그 커브를 앞세워 3년 연속 10승 투수가 됐다.
위의 둘은 당시 주목도가 덜했고 눈에 잘띄지 않는 부분이긴 했어도 정말 '엄청난 강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뛰어난 발굴의 눈을 지닌 양 구단의 레이더망에 걸렸고, 선수와 구단에 윈윈이 되는 영입사례로 남았다. 마지막에 발견이 되서 그렇지, 맥휴와 해티버그도 저런 능력들이 각 구단의 시야에 발견되지 않았다면 기적 없이 그냥 자취를 감춰야 했다. 김현수 역시 마찬가지다. 혹시라도 메이저리그에 잔류하려면 wOBA와 xwOBA, 강한 타구 비중과 같은 스탯들이 각 구단의 시각에 들어가줘야 한다. 한마디로, 자리가 있는 구단의 수뇌부가 주목을 해야하는 운이 따라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다.
갈림길 선 김현수, 협상 오래 끌듯
귀국 기자회견에서, 김현수의 발언을 살펴보면 메이저리그 잔류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그렇다면, 김현수의 거취는 단시일 내에는 결정되지 않는다. 에이전트로부터 메이저리그에서 팀을 구하는 건 어렵다라는 소식을 듣지 않는 이상은 재차 도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현재 30구단 가운데 화이트삭스, 디트로이트 같은 팀이나 기로에 선 토론토 등 리빌딩을 하는 중에 시간을 벌 코너 외야수를 구하는 구단도 있다. 주전 외야수 3명 모두 잔류 여부를 가늠하지 못할 마이애미 같은 팀도 잠재적인 기회의 땅이 될 수 있기에, 틈이 아직 다 막힌 건 아니다.
그렇기에 일찌감치 국내 잔류를 선언하며 4년 88억원 계약을 체결한 황재균과 달리, 김현수는 MLB 윈터미팅까지도 시장에서 움직이지 않을 확률이 높다. 주요 FA 선수들의 계약 시기가 그 쪽에 몰려있기에, 동포지션의 다른 선수들이 좀 빠져나가야 숨통을 틀 수 있는 김현수는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최소한 그때까지 확실한 행선지를 정하기 어렵다. 아직 KBO가 MLB 측에 신분조회를 요청하지 않은 것도 그가 MLB에 대한 미련을 놓지 않는 한 지금 시기에 국내 구단과 계약 가능성이 거의 없어 신분조회를 할 필요가 없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작년의 이대호도 1월 마지막에 가서야 소속팀을 정한 것처럼, 짧으면 해를 넘기기 전에 소속팀을 구하겠지만 길어지면 2월이 다 되도록 시장에 남을 것으로 예상되는 김현수를 원하는 구단은 지금으로서는 장기전을 생각해야 한다. FA 시장 초기 자신이 염두에 둔 곳으로부터 뜻밖의 희소식을 얻은 김현수의 최종 행선지는, 아직은 조금 미래의 이야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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