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짐=반재민 기자]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삼성화재를 이끌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안젤코 추크(크로아티아),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가공할만한 공격력으로 한국무대를 평정한 캐나다산 폭격기 가빈 슈미트(도레이 애로우즈),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삼성화재를 이끌었던 레오(쿠바, 청두 시추안)와 지난해 타이스 덜 호스트(네덜란드)까지.
한국배구를 풍미했던 외국인 선수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바로 세터 유광우의 손을 거친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10년 동안 정들었던 삼성화재를 떠나 우리카드 위비에 새로운 둥지를 틀게 된 유광우는 예전 자신이 만들었던 방식 그대로 또 하나의 새로운 작품을 완성시키려 하고 있다. 바로 우리카드의 떠오르고 있는 희망, 헝가리의 크리스티안 파다르다.
지난해 우리카드에 입단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파다르는 미완의 대기였다. V리그에 입성한 외국인 선수들 가운데 가장 어린나이(96년생, 21세)였던 데다, 전 시즌 최하위였음에도 추첨 불운까지 겹치며 5순위로 고심 끝에 데려온 선수이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듯 파다르는 한국무대에 빠르게 적응했고 신으뜸 등 보조 공격라인이 힘을 쓰지못한 우리카드에 소년가장과 같은 역할을 해내며 팀을 안정궤도에 올라오게 만들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목표였던 봄배구를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공격력의 기복도 다소 있었거니와 상위권 팀을 맞아서 다소 부진했던 것이 그 이유였다.
시즌이 끝난 직후 팀과 재계약을 맺은 파다르는 큰 선물을 받았다. 바로 V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들을 만들어낸 세터 유광우가 삼성화재로 FA 이적한 박상하의 보상선수로 우리카드에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그는 유광우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다. 입대한 김광국의 대체로 유광우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안심이 되었다고 말할 정도로 파다르는 유광우를 처음부터 신뢰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대회인 2017 KOVO 천안ㆍ넵스컵 프로배구대회부터 파다르는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첫경기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27득점으로 팀의 승리를 이끈 파다르는 유광우의 정확한 토스에 높은 타점의 공격력을 바탕으로 상대코트를 차례차례 정복해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4강전에서 만난 유광우의 친정팀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파다르는 무려 12개의 서브를 상대 코트에 꽂아넣으며 2년만에 결승전에 진출했다. 비록 결승에서 한국전력에 패하며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파다르와 유광우의 시너지 효과를 확인하기엔 충분했다.
.
그리고 정확히 1달 후 파다르는 한층 더 진화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비록 초반 3연패 기간엔 최홍석, 나경복의 보조공격 라인이 부진하며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고도 팀의 패배로 빚을 바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삼성화재와의 홈경기를 기점으로 분위기는 완벽히 바뀌었다. 비록 경쟁자 타이스와의 대결에서는 근소하게 밀려 팀은 2대3으로 아깝게 졌지만, 파다르는 31득점에 59.52%의 공격성공률, 서브에이스 3개, 백어택 8개, 블로킹 3개를 기록하며 자신의 시즌 첫 번째 트리플크라운을 만들어냈다.
파다르의 전진은 멈추지 않았다. 이틀 뒤 OK 저축은행과의 원정경기에서 44득점에 서브에이스 5개, 백어택 17개, 블로킹 5개로 2경기 연속 트리플크라운으로 팀의 첫 승리를 이끌더니 4일 뒤인 KB손해보험과의 홈경기에서도 서브에이스 5개 백어택 12개, 블로킹 3개로 3연속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 지난 2010-2011 시즌 한국전력에서 뛰었던 밀로스 출라피치(몬테네그로) 이후로 6년만에 3경기 연속 트리플크라운이라는 대업을 달성하며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현재 파다르는 득점부문에서 167득점으로 브람 반 덴 드라이스(OK 저축은행, 115점), 알렉스 페헤이라(KB 손해보험, 114점) 등에 크게 앞선 단독선두다. 공격 성공률 역시 지난 시즌의 53.08%에서 57.68%까지 크게 상승했다. 파다르의 진화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유광우의 토스가 살아나면서 파다르 뿐만 아니라 최홍석과 나경복 등 선수단 전체가 살아났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봄배구를 향한 두 가지의 조건 중 하나가 충족되면서 팀의 분위기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김상우 감독 역시 유광우와 파다르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 흡족해했다. 김 감독은 “파다르가 컨디션이 너무 좋다. 서브 자원들도 살아나서 한결 여유가 있어졌고, 특히 유광우가 리시브가 흔들렸을 때 그 공을 정확하게 준다.”라고 유광우의 토스를 칭찬했다.
유광우의 토스를 직접 때리는 파다르 역시 만족해했다. 파다르는 KB손해보험과의 경기를 끝내고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해보다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것 같다.”라며 웃었다. 이어 “유광우와 호흡은 상당히 좋다. 우리가 치고 올라갈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다.”라며 유광우의 존재가 큰 힘이 된다며 고마워했다.
드래프트 5순위, 배구경력도 많지 않은 어린 선수 파다르를 V리그 최고의 공격수 반열에 올려놓은 유광우의 힘, 우리카드 상승세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반재민 기자
기사제공 몬스터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