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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이 간 헬멧, 자책감…나성범의 자기 반성

난라다리 0

NC가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지난 25일 밤 잠실구장. 더그아웃에서 모두 기쁨을 나누고 있던 NC 선수들 사이에서 나성범(27)은 묵묵히 자신의 장비를 챙겼다. 기쁜 마음이야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겠지만, 겉으로 대놓고 내색할 수가 없었다. 플레이오프 4차전 막판 안타를 치며 감이 좀 살아나는 듯 한 모습을 보였지만 시리즈 내내 부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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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범은 “한국시리즈 첫 진출인데, 솔직히 좀 어안이 벙벙하다”며 “4차전은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만 했다. 화도 많이 나고 힘들기도 했다. 그래도 이겨서 다행”이라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이날 나성범은 ‘금이 간 헬멧’을 쓰고 매 타석에 임했다. 헬멧에 금이 간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 24일 열린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나성범은 1-1로 팽팽히 맞선 연장 11회초 2사 1·2루에서 중견수 뒤쪽 깊숙한 곳으로 날아가는 큰 타구를 날렸다. 누가 봐도 안타가 될 것이라 생각할 만큼 큼지막한 타구였다. 하지만 LG 중견수 안익훈이 이를 전력 질주를 해 쫓아갔고, 결국 담장에 부딪히며 잡아냈다.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베이스를 전력으로 돌던 나성범은 그 타구가 잡히는 것을 보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이내 분을 못 이겨 땅에다 헬멧을 내동댕이쳤다. 헬멧에 생긴 금은 그 때 만들어진 것이었다.

나성범은 “솔직히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었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잡히는 것을 보고 맥이 풀렸다. 순간적으로 그렇게 됐다”며 “숙소 들어가서 그 장면만 계속 돌려서 봤다. 너무 아쉬웠다”고 말했다.

나성범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타율 3할9리 22홈런 113타점을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하지만 나성범은 “올해가 제일 못했다”며 자책했다. 괜한 자책은 아니다. 지난 8월까지 좋은 타격감을 이어간 나성범은 9월 이후 한 개의 홈런도 치지 못했고, 타율도 2할5푼4리에 그쳤다. 정규시즌 마지막을 안 좋게 끝내다보니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조바심이 생길 수 밖에 없었고, 계속 휴식 없이 훈련에만 매달렸다. 그래도 3차전까지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나성범은 “중요한 찬스에서 계속 못 쳐서 많이 분했다. 화가 나지만 꾹 참고 열심히 훈련만 했다”며 “솔직히 4차전도 마지막에 점수차가 많이 나서 편하게 쳐 안타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실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쨌든 팀은 한국시리즈에 올랐고, 이제 우승에 도전한다. 나성범에게는 플레이오프의 부진을 단번에 씻을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다.

나성범은 “그래도 마지막 타석에 잘 맞아서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며 “이렇게 빨리 한국시리즈를 올 것이라 생각하지는 못했다. 한국시리즈까지 며칠 남았으니 열심히 훈련을 통해 준비를 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나성범의 눈은 벌써부터 한국시리즈를 향해 있다.
<윤은용 기자>

기사제공 스포츠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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