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위원 "구위에 큰 영향은 없을 것"
(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오이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라는 뜻이다. 최근 일어난 한화 이글스 '베테랑 투수' 배영수(36)의 부정투구 논란을 정리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배영수는 지난 2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 등판, 7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다.
문제는 경기 후 벌어졌다. 야구팬들 사이에서 배영수가 부정투구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배영수는 로진을 오른쪽 허벅지에 묻힌 뒤 그곳에 공을 문질렀다. 이 장면은 중계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다.
경기 중에는 문제가 없었다. 심판의 지적은 물론 상대팀 롯데의 어필도 없었다. 그러나 논란이 일자 당일 경기 심판진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배영수의 행동이 부정투구라고 인정했다.
배영수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kt 위즈전을 앞두고는 공식 사과 자리도 마련될 예정이다.
공식 야구규칙 8조2항을 살펴보면 '공을 글러브, 몸 또는 유니폼에 문지르는 것'을 부정투구로 간주한다. 규칙 만 살펴봐도 배영수의 행동은 부정투구였다.
공을 어딘가에 문질러 공 표면에 변화가 생기면 투수는 움직임이 심한 공을 던질 수 있게 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바세린 등을 묻혀 던지는 이른바 스핏볼을 1920년부터 금지해왔다.
그렇다면 배영수의 행동이 구위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투수 출신 A해설위원은 "심리적으로 편안하고, 공이 손에 잘 붙는 느낌은 가질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정도로 문질러서는) 구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굳이 확실히 알아보려면 바지에 뭔가가 있는지 검사해봐야 한다"며 "그런데 배영수가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규칙을 위배한 부정투구인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부정투구 규칙은 공정한 승부를 위해 존재한다. 배영수가 문제의 동작으로 타자와 승부에서 크게 유리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다만, 그 동작 자체가 문제였을 뿐이다.
오해를 살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배나무 아래에선 갓을 고쳐 쓰지 말고, 오이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말아야 한다. 통산 134승에 빛나는 베테랑 투수 배영수가 이번 논란으로 얻었을 커다란 교훈이다.
기사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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