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가 올 시즌부터 비디오 판독 센터를 도입했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사진=KIA 제공)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가 맞붙은 9일 오후 광주 KIA챔피언스필드는 3회말 도중 혼란에 빠졌다. 무사 1,2루에서 KIA 김민식의 번트, 넥센 포수 박동원의 3루 송구와 포스아웃 상황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타구가 땅을 맞고 튀어올라 다시 배트에 맞았다는 구심의 판단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항의했다. 비디오 판독이 이어졌다. 판독 결과 공이 배트에 2번 맞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자 KIA 김기태 감독이 항의했다. 비디오 판독이 가능한 상황이 맞느냐고 따졌다.
KBO 리그 규정에 따르면 '타자의 파울/헛스윙(타구가 타석에서 타자의 몸에 맞는 경우 포함)'과 관련된 플레이에 대해서는 비디오 판독이 가능하다.
김기태 감독은 공이 배트에 2번 맞았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 비디오 판독 대상이 되느냐고 물었다.
심판은 KBO 리그 규정을 포괄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했다. '파울'의 범주를 폭넓게 잡은 것이다. 지난 비시즌 심판부 미팅을 통해 합의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 규정에 대해 포괄적 해석과 적용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모르는 관계자들이 많았다. 방송 중계진은 "그럼 미리 좀 알려주시지"라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포괄적 해석에 대한 부분은 규정에 나와있지 않다. 규정과 규칙을 정리한 문서는 구체적일수록 좋다. 그래야 논란의 여지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 또 그것이 널리 알려지지 않는다면 혼란만 커진다.
2014년부터 합의판정 제도가 시행됐고 이후 시스템을 보완해나가면서 판정 논란은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비디오 판독이 오독을 낳는 경우가 자주 발생해 또 다른 논란을 키웠다.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이 오독 때문에 홈런을 도둑맞은 장면이 대표적이다.
오독 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비디오 판독 화면을 야구장 전광판에 띄우자는 목소리도 있다. 김진욱 kt 위즈 감독은 "야구장에서 비디오 판독 장면을 보여주면 판독을 더 신중하게 하게 될 것"이라며 "보다 투명한 방법으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돈을 주고 티켓을 사서 야구장에 입장하는 관중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현장 팬들에게는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누구보다 먼저, 정확하게 전달받을 자격이 있다. 예민하거나 복잡한 상황이 벌어져 비디오 판독을 실시할 경우에는 장내 방송을 통해 관중의 이해를 돕는 것도 적극 권장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기사제공 노컷뉴스